하지만, 바른미래당의 사개특위 위원인 오신환 의원이 24일 공수처법 패스트트랙 지정에 대해 고심 끝에 '소신대로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하면서 제동이 걸렸다. 사개특위에서 공수처법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기 위해선 바른미래당 사개특위 위원인 오신환 의원과 권은희 의원 모두 찬성해야 하는 상황에서 김관영 원내대표는 결국 오 의원 사보임 카드를 꺼냈다.
"소신 지키겠다…반대표 던질 것"
오신환 의원 페이스북 캡처 |
선거제 개편안과 공수처법 패스트트랙 지정 추인을 두고 바른미래당 의원총회에서 격론을 벌인 24일 오신환 의원은 SNS에 공수처법 패스트트랙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담은 글을 올렸다. 오 의원은 "당의 분열을 막고 저의 소신을 지키기 위해 사개특위 위원으로서 여야 4당이 합의한 공수처 설치안의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지정안에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밝혔다. 오 의원은 두 가지 이유를 들었다.
현재 선거제 개편안 합의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오 의원은 "선거법만큼은 여야합의로 처리해왔던 국회 관행까지 무시하고 밀어붙여야 할 만큼 현재의 반쪽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가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또 한 가지는 여야 4당 원내대표가 합의한 공수처법 내용에 대한 반대다. 오 의원은 "누더기 공수처법안을 위해 당의 분열에 눈감으며 저의 소신을 저버리고 싶지는 않다"며 "제대로 된 공수처 설치안과 검경수사권 조정안, 선거제 개편안의 도출과 국회 통과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국회 사개특위는 총 18명의 위원으로 구성돼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8명, 야당인 자유한국당에서 7명, 바른미래당 2명, 민주평화당 1명이 소속돼있다. 공수처법과 검경수사권 조정 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기 위해선 위원 11명의 찬성이 필요하다. 공수처 설치에 반대하는 자유한국당을 제외하면 여야 3당 위원만으로도 패스트트랙 지정이 가능하지만, 오 의원이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히면서 공수처법의 패스트트랙 지정이 불투명해졌다.
"설득해보겠다"던 김관영, 결국 '사보임'
오신환 의원이 반대 의사를 밝히자 바른미래당 지도부는 당혹스러워했다. 그러면서도, 당 소속 의원인 만큼 의원총회에서 의결된 대로 논의에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손학규 대표는 24일 기자들과 만나 "당을 대표해서 나간 사개특위 위원은 당의 입장으로 의결에 관여하는 것이 당연한 책무로 보인다"며 "소신이 있어서 반대하겠다는 건 '나를 바꿔달라'고 요청한 거로 본다"며 사보임 가능성을 언급했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 김관영 원내대표가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있다.[사진=이승환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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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영 원내대표는 "의총에서 절차에 의해 합의안 추인이 된 만큼, 합의안대로 추진하는 것이 당의 소속된 의원의 도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오 의원이 계속 이 일에 관여해 오셨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매듭짓는 게 바람직하다"며 "최대한 설득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오 의원은 "단연코 사보임을 거부한다"며 "(사보임을) 강행한다면 그것은 당내 독재"라고 엄포를 놓았다.
오 의원의 저항에 김 원내대표는 결국 '사보임' 카드를 꺼내 들었다. 패스트트랙에 반대 의사를 밝힌 오신환 의원을 사개특위에서 사임시키는 대신, 찬성파인 채이배 의원을 보임하려고 했다. 바른미래당 당직자가 국회 의사과에 사보임계를 제출하려고 하자, 유승민, 유의동, 하태경, 지상욱 의원 등 반대파 의원들이 이를 막으려고 했다.
사개특위 위원인 바른미래당 오신환 의원이 24일 국회 의사과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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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신환 의원은 국회 의사과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관영 원내대표가 어떤 의도로 당을 분탕질 하는 것인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며 "즉각 사보임 시도에 대해 사죄하고, 모든 책임을 지고 사퇴할 것을 요구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사보임을 막으려고 했던 유승민 전 공동대표 역시 "김 원내대표가 한 약속을 하루 만에 뒤집고 사보임 한다는 것은 민주화됐다고 스스로 자부하는 정당에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사진=하태경 의원 페이스북] |
이날 오후에는 유 전 대표를 비롯해 패스트트랙 추진에 반대하는 의원 10명(정병국, 유승민, 이혜훈, 유의동, 오신환, 하태경, 이태규, 김중로, 지상욱, 정운천)은 오 의원 사보임에 대한 긴급 의원총회 소집 요구서까지 제출하며 강하게 맞섰다.
의장실까지 들어간 한국당 "오신환 사보임시키지 말라"
자유한국당도 오신환 의원의 사개특위 사보임을 막기 위해 나섰다. 한국당은 이미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 처리를 막기 위해 장외투쟁과 철야농성까지 나선 상황이었다. 여기에 오 의원의 사개특위 사보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한국당 의원들은 사보임 허가권을 가진 국회의장실을 항의 방문했다. 항의 방문에서 나경원 원내대표는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오 의원의) 사보임을 허가하면 결국 연동형 비례제와 공수처 설치법을 패스트트랙의 길로 가게 하는 것"이라며 "국회의장이 대한민국의 헌법을 무너뜨리는 장본인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문 의장은 "겁박해서 될 일이 아니다, 최후의 결정은 내가 할 것"이라며 "국회 관행을 검토해서 결정하겠다"고 답했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24일 오전 국회의장실에서 선거법 개정 패스트트랙 지정과 관련해 항의 방문한 자유한국당 의원들과 설전을 벌이고 있다.[사진=이승환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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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장실 항의 방문 중에 양측이 서로 고성을 주고받고,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문 의장은 쇼크 증세가 와 병원을 찾았고, 임이자 한국당 의원도 쇼크로 인해 병원을 간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은 '문 의장이 임 의원의 복부를 두 손으로 접촉하고, 얼굴을 두 차례 감싸고 어루만졌다'고 주장하면서 문 의장의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사보임 두고 설왕설래…패스트트랙 추진될까
바른미래당 사개특위 위원인 오신환 의원(오른쪽에서 세번째)과 유승민 전 대표 등 의원들이 24일 사보임 신청서 제출처인 국회 의사과에 모여 앉아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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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신환 의원의 사보임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 커지고 있다. 한국당은 국회법 48조 6항 '위원을 개선할 때 임시회의 경우에는 회기 중에 개선할 수 없다'를 근거로 오 의원을 사보임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개선'이 사보임을 의미하며, 이 조항에 따라 4월 임시국회 회기 중인 지금 상임위원을 사보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유의동,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 역시 국회법 해설서 225쪽에 나와 있는 '위원 개선의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예외적 위원 개선이 위원의 질병 등으로 인하여 위원회 활동이 특히 곤란한 경우로 한정하여 엄격히 운용되어야 한다'는 것을 근거로 오 의원이 사보임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정반대의 주장을 제기했다. 민주당은 국회법 제48조 1항 '상임위원은 교섭단체 소속 의원 수의 비율에 따라 각 교섭단체 대표의 요청으로 의장이 선임하거나 개선한다'는 조항에 중점을 뒀다. 이 조항을 근거로 상임위원의 사보임은 국회의장과 교섭단체 대표의 고유 권한으로, 위원 본인의 동의나 그에 대한 의견 청취는 필요하지 않다고 해석한 것이다. 권미혁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여기에 "20대 국회 후반기인 작년 7월 이후만 해도 임시회 중에 사보임한 사례가 민주당, 한국당 각각 100건이 넘는다"고 하면서 오 의원의 사보임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양 측의 주장이 완전히 엇갈리는 가운데, 이제 관심은 문희상 국회의장의 선택에 쏠리고 있다. 문 의장은 바른미래당이 사보임을 공식 요청하면 면밀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바른미래당이 사보임을 요청한 가운데, 문 의장의 결정에 선거제 개편과 공수처 설치, 검경수사권 조정 여부가 달려있는 상황이다.
[최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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