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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9 (화)

박유천, 거짓 기자회견으로 긴급체포 막았나… 씨제스 책임론[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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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가수 겸 배우 박유천(33·사진)에 대한 의문이 아직 풀리지 않고 있다. 마약 투약 의혹은 ‘사실’로 드러났지만, 그가 왜 눈물까지 흘려가며 거짓말을 했는지 이유를 단정 짓기 힘들기 때문이다.

사건 초반, 전 약혼녀 황하나씨의 증언 이후 박씨는 눈물의 기자회견을 열어 마약 의혹을 부인했고 결국 ‘진실게임’ 양상으로 번졌다.

과연 누구의 말이 맞는 것인지 팬과 누리꾼들은 궁금해 했고, 경찰이 상당량의 증거를 이미 확보한 상태라는 보도가 이어지며 상황은 박씨에게 불리(?)하게 흘러갔다. 특히 그가 마약 검사 전 염색과 제모를 여러 차례 반복했다는 경찰 측 주장이 나와 파장이 일었다.

그리고 경기남부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가 23일 공개한 국과수의 마약반응 검사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박씨의 다리털에서 필로폰 ‘양성 반응’이 나온 것.

이로써 박씨는 마약 투약범이면서 대국민 사기 기자회견까지 연 ‘희대의 거짓말쟁이’로 추락했다. 경찰은 마약 검사 결과를 토대로 박유천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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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박유천이 기자회견장에 들어서는 모습. 그의 손엔 흰색 A4용지가 들려 있다. 한윤종 기자.


◇씨제스엔터테인먼트, 퇴출로 끝? 책임져야

박씨의 기자회견을 주최했던 소속사 씨제스엔터테인먼트는 24일 ‘참담한 심경’과 함께 박유천의 은퇴 및 계약 해지 사실을 알렸다. “책임을 통감한다”고는 했지만 전 국민을 상대로 ‘쇼’를 한 이유와 배경, 그간의 상황에 대해서는 더 자세한 설명과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

단순히 “박유천의 말을 믿었다”는 해명만으로는 부족감이 없지 않다. 소속 아티스트의 말을 맹목적으로 믿고 편 들어주는 것이 연예기획사의 참된 역할은 아니다.

공식 입장에서 씨제스 엔터테인먼트는 “더 이상은 박유천과의 신뢰 관계를 회복할 수 없다고 판단돼 전속 계약 해지를 결정했다”며 “박유천의 진술을 믿고 조사 결과를 기다렸지만 이와 같은 결과를 접한 지금 참담한 심경이다. 박유천은 기자회견에서 말씀드린 대로 연예계를 은퇴할 것이며 향후 모든 일정을 전면 취소하고 재판부의 결정에 따를 것”이라고 전했다. 은퇴에 관해서는 박씨가 직접 내놓은 입장은 아니며, 씨제스 측의 일방적 통보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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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JYJ 공식 이미지.


◇JYJ 결국 역사 속으로? 팬들은 ‘허망’

하지만 씨제스 측의 공식입장문에는 박씨가 속한 그룹 JYJ의 미래에 대한 언급이 빠졌다. 박씨의 은퇴는 JYJ의 또 다른 멤버 김재중, 김준수의 향후 행보와도 관련된 일이다.

이에 대해 씨제스 측은 “박유천과의 계약 해지 외에 아무 것도 결정된 바 없다”고 추가 입장을 밝혔다.

JYJ 팬들의 허망감은 또 어떨까. 박유천, 김재중, 김준수는 2010년 동방신기에서 나와 자신들의 이름 이니셜을 하나씩 딴 JYJ란 그룹으로 새롭게 출발했다. 한때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한류그룹으로 명성을 떨쳤지만, 9년이 지난 지금 이들은 ‘자동 해체’의 위기에 봉착했다.

지금까지 박씨를 믿었던 팬들은 혼란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24일 박씨의 팬 커뮤니티 ‘박유천 갤러리’가 “더 이상 박유천을 지지할 수 없다”는 퇴출성명서를 낸 것으로 알려졌지만, 몇 시간 후 삭제되는 해프닝이 빚어졌다. 일부 팬들은 해당 성명서가 ‘가짜’라며 “중국·일본의 팬 연합에서 박유천 지지응원을 표명했다. 한국 팬들은 변함없이 오히려 더 단단해져서 박유천을 지지하고 응원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소속사가 박유천의 마약 양성반응 발표 하루 만에 퇴출이라는 초강수를 두면서 JYJ의 존속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단 한 가지 분명한 건, ‘JYJ’(Y가 박유천을 의미)라는 팀명은 계속 되기 어려워 보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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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된 황하나씨. 연합뉴스.


◇황하나의 ‘약투’ 결국 사실로…

모든 것은 박유천의 전 약혼녀 황씨의 마약 투약 사건에서 시작됐다. 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녀이기도 한 황씨는 지난해 5월 박씨와 파혼했다. 하지만 올해 초까지 두 사람은 만남을 이어오며 함께 마약을 투약한 정황이 포착됐다.

황씨는 지난 6일 마약 투약 혐의로 구된 후 경찰 조사 및 영장실질심사에서 “3년간 투약하지 않다가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박유천의 권유로 다시 마약을 하게 됐다”고 진술했다.

이에 박씨는 지난 10일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해 “(황하나와) 마약을 한 적도 없고, 권유한 적은 더더욱 없다”면서 “제 혐의가 입증 된다면, 이는 ‘연예인 박유천’으로서 활동을 중단하고 은퇴하는 것을 넘어 나의 인생 모든 것이 부정 당하는 것”이라고까지 했다.

이에 많은 누리꾼들과 팬들은 ‘물귀신 작전’, ‘약투’(함께 마약 했다는 의미로, 미투의 변형) 등 표현을 써 가며 황씨를 비난했고, 박씨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눈물까지 보이며 ‘절박한 심경’을 드러냈던 박씨의 말을 믿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

하지만 해당 기자회견 내용이 ‘거짓’임이 드러나자 “(박유천이)일생일대의 연기를 펼치고 사라지는 구나”, “뻔한 거짓말을 왜 했을까”, “희대의 거짓말쟁이” 등의 반응이 이어지며 여론은 반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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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두번째 경찰 조사 마치고 나온 박유천. 연합뉴스.


◇기자회견은 긴급체포 막고 증거인멸 시간 벌기 위한 방편?

앞서 경찰은 박씨가 올 초 서울의 한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마약 판매상의 것으로 의심되는 계좌에 현금 수십 만원을 입금하는 모습, 그리고 약 30분 뒤 특정 장소에서 마약으로 추정되는 물건을 찾는 장면 등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보하는 등 상당한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명 ‘던지기 수법’이다.

경찰의 수사망이 좁혀오는 것을 감지한 박씨가 당시 긴급체포 되는 것을 막고 증거인멸의 시간을 벌기 위해 기자회견을 자청한 게 아니냐는 추론도 나왔다. 당시 경찰은 박씨의 압수수색 영장과 함께 체포영장을 검찰에 신청했는데, 박씨가 기자회견을 하면서 여론이 흔들리자 검찰은 체포영장은 반려하고 압수수색 영장만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전문가들은 박씨가 ‘염색과 제모’ 수법을 지나치게 믿은 나머지, 이런 거짓 기자회견도 할 수 있었다고 봤다. 조사 당시 박씨는 모발 염색 및 다리를 제외한 신체 일부에 제모를 하고 나타났는데, 경찰은 그의 ‘다리털’을 채취해 국과수에 마약 검사를 의뢰했다. 결국 다리털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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