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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추가경정예산 편성

[적자국채 찍어 추경] 4.5조 투입, 경기대응 한다면서···고용·사회안전망에 절반 쏟아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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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14억 들여 실업급여 인원 확대

노인일자리 기간 연장에 1,000억

시간강사 연구비 지원·제로페이 확충

추경 요건충족 못하는 항목도 수두룩

전문가들 "가라앉은 경기 띄운다며

관련 예산은 턱없이 부족해" 우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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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6조7,000억원 규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의 시작은 지난 3월 들이닥친 사상 최악의 미세먼지였다. “필요하다면 긴급 추경을 편성해서라도 대응하라”는 문재인 대통령 지시가 추경 논의 출발점이 됐다. 그러나 막상 확정된 추경 편성안을 뜯어보면 미세먼지 대응에 1조5,000억원이 배분됐고 이보다 3배 많은 4조5,000억원이 ‘선제적 경기 대응’ 목적으로 편성됐다.

글로벌 경제 성장 둔화세가 예상보다 가파르자 추경의 방점도 미세먼지보다는 경기 대응에 찍혔다. 그러나 경기 대응 목적으로 편성한 예산의 상당 부분이 취약계층 일자리 지원 등 고용·복지 확대 예산이어서 가라앉은 경기를 당장 끌어올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이번 추경으로 0.1%포인트 경제성장률 제고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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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대응 4.5조 중 1.5조가 사회안전망 확대에=정부는 경기 대응 목적으로 편성한 4조5,000억원 추경 예산 가운데 2조1,000억원을 고용·사회안전망 확충, 취약계층 일자리 사업에 배분했다. 추경 편성의 계기가 된 미세먼지 대응(1조5,000억원) 예산보다 많다. 이중 가장 많은 8,214억원은 실업급여 지급 인원 확대에 편성했다. 총 120만8,000명에 지급할 것으로 보고 올해 예산을 짰는데, 추경을 통해 인원을 131만5,000명으로 10만7,000명 늘렸다. 1년에 최대 200만원의 직업훈련 비용을 지원하는 내일배움카드 사업에도 1,511억원을 더 넣기로 했다. 이밖에 청년 추가고용장려금 확대에 2,883억원, 노인일자리 사업 기간을 2개월 늘리고 인원을 3만명 늘리는 데 1,008억원을 추가 편성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추경 편성을 통해 약 7만3,000개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가 일자리 창출 효과로 언급한 7만3,000개 가운데 3만개는 쓰레기 줍기 같은 노인 일자리고 1만2,000개는 위기·재난 지역에 투입되는 한시적 공공 일자리에 불과하다. ‘재정 만능주의’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필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재정이 성장 동력을 찾고 고용 창출 능력을 회복하는 데 쓰이는 게 아니라 임기응변식으로 쓰이고 있다”면서 “이번 역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공산이 크다”고 지적했다.

수출 경쟁력을 강화에 하겠다고 내놓은 추경 사업도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 추가 출자(2,640억원)를 통한 무역금융 확대 등 대출 프로그램에 그친다. 조선·자동차 산업 위기로 어려움에 처한 중소기업에는 긴급 경영자금 1,000억원을 추가 수혈한다. 지진이 발생한 포항 지역에도 경기 회복 지원 차원에서 1,131억원이 투입된다.

◇ 시간강사 지원도 추경으로···‘짜깁기 논란’=추경 편성 요건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려운 사업들도 대거 포함됐다. 인문·사회분야 시간강사에 대한 연구비 지원 확대 사업이 대표적이다. 오는 8월 시간강사 처우 개선 위한 고등교육법 개정안(일명 강사법) 시행 안착을 위해서라는 게 정부 설명이다. 여기에 280억원이 편성됐다. 이밖에 관광 활성화(68억원), 제로페이 확충(76억원), 신산업 촉진(3,000억원) 등도 담겼다. 국가재정법은 추경 요건을 ‘경기침체·대량실업 같은 대내외 여건의 중대한 변화가 발생하거나 발생 우려가 있을 때’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기 활성화 목적의 추경인데, 정작 관련 예산은 상당히 적다”면서 “지금 갑자기 추경으로 복지 지출을 늘린다는 건 설득력이 없을 뿐 아니라 선제적 경기 대응 효과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文 정부 첫 추경용 국채 발행···국가채무비율 1.3%p↑=이번 추경 편성으로 지난해 38.2%였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39.5%까지 오른다. 전체 추경의 절반 이상인 3조6,000억원을 적자 국채를 찍어 조달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2017년·2018년 두 차례 추경이 있었지만, 이때는 세수 호황 덕에 굳이 적자 국채를 찍을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올해는 세입 여건이 예년 같지 않다. 나머지는 결산잉여금(4,000억원)과 고용보험기금·주택도시기금 등 기금과 특별회계 여유 자금(2조7,000억원)을 활용한다.

국가채무비율 상승 폭 1.3%포인트는 기재부가 지난해 중기재정계획에서 예상한 5년(2018~2022년) 연평균 국가채무비율 상승률 0.7%포인트를 두 배 가까이 웃도는 수준이다. 안일환 기재부 예산실장은 “국채를 발행해도 재정건전성 관리에는 큰 문제가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인실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재정 건전성은 어떤 이유를 대도 결코 버릴 수 없는 가치”라면서 “미래세대에 빚 부담을 떠넘겨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세종=한재영·빈난새 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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