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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신남방 교두보…베트남 유통 현장2]2030 여심을 잡는 자…베트남 시장을 석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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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9743만명(세계 15위). 1인당 국민소득 2500달러. 가계 소득 1만 8000달러 이상 고소득층 1000만명. 신(新) 남방 정책의 중심지인 베트남의 현주소다. 한국 기업에 베트남은 젊고 매력적인 시장이다.

▶1억 명에 가까운 인구 중 30대 이하 비율이 60% 이상으로 젊은 소비층을 보유하고 있는 데다 ▶매년 6%대 (지난해 7.08%) 이상의 경제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친기업적인 정부 정책을 펼치기 때문이다.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이 7000개가 넘는 이유다.

베트남은 신 남방 진출을 위한 전략적 요충지기도 하다. 인도네시아ㆍ말레이시아ㆍ필리핀ㆍ태국 등 아세안 10개국과 인도를 연결하는 교두보이기 때문이다. 평균 연령 30세, 총인구 20억명에 달하는 신 남방 시장은 내수시장은 물론 기존 수출시장에서 활로를 찾지 못하는 우리 기업에 단비와 같다.

젊은 베트남의 변화도 빠르다.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을 통해 급변하는 신 남방 경제 한류 현장을 들여다봤다.

중앙일보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지 베트남 하노이 야경 (하노이=연합뉴스) 민영규 특파원 = 2차 북미 정상회담의 무대가 된 하노이는 베트남의 천년 고도다. 강(河·베트남어로 '하')의 안쪽(內·베트남어로 '노이')에 있다는 뜻을 지닌 이 도시는 베트남 북부에 위치한 수도로 남부 최대도시 호찌민으로부터 1천760㎞가량 떨어져 있다. 기원전 3천년부터 사람이 거주한 것으로 알려진 하노이는 6세기 무렵부터 베트남의 중심 도시가 됐으며 11세기 리 왕조가 수도로 삼았다. 사진은 하노이 야경. 2019.2.10 youngkyu@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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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여성 고객을 잡는 자, 베트남 시장을 석권한다.” 하노이시에서 만난 엄선웅 롯데백화점 하노이 법인장의 얘기다.

강력한 대외 개방정책을 통해 빠르게 성장하는 베트남에선 과거 한강의 기적을 이룬 한국의 향기가 났다. 전쟁 후 베트남 인구는 폭발적으로 늘었고, 2030대 젊은 소비자의 구매력은 나날이 향상되고 있다.

이들을 공략하지 못한다면 베트남 시장에서 한국 기업은 살아남을 수 없다. 베트남 내 80~90년대 이후 출생자를 뜻하는 땀엑스(8X)와찐엑스(9X) 세대는 베트남 백화점의 큰 손으로도 불린다.

한국 백화점의 큰 손이 3040 여성 고객인데 반해 베트남은 2030 여성 고객 비중이 전체 72%에 달한다. 이들의 마음을 얻어 충성 고객으로 확보하면 은퇴 시점까지 최소 20년의 판로가 보장된다.

키워드 3. 땀엑스(8X)ㆍ찐엑스(9X)


#. 대기업 사무직원인 트란란안(31ㆍ하노이)씨는 베트남 내 고소득층으로 꼽힌다. 그녀의 월급 명세서를 분석했더니 매월 3000만동(약 147만원)의 급여 중 쇼핑 지출 비중(20%)이 저축(16%)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 달에 2~3번 가족 외식(10%)을 하고, 주에 4~5번은 헬스클럽을 찾거나 요가 수업을 통해 자기 관리(3%)를 한다. 극장이나 공연과 같은 여가 생활에 월급의 13%(400만동)를 지출했다.

트란란안씨는 “경제 성장으로 꾸준히 최저 임금이 올랐고, 외국 기업이 많이 들어오면서 이직의 기회도 생겨 자연스레 수입이 늘어났다”며 “당장은 저축으로 돈을 모으기보다는 트렌드에 맞춰 옷이나 화장품을 구매하는 등 나를 가꾸는데 많은 투자를 한다”고 했다.

트란란안씨는 베트남 전체 인구의 35%를 차지하는 땀엑스(8Xㆍ1980년대생)ㆍ찐엑스(9Xㆍ1990년대생) 중 한 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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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백화점 하노이점에서 고객들이 쇼핑을 하고 있다. 이 곳의 여성 고객 비율은 남성보다 5배 이상 많다. 사무직 여성 고객의 평균 나이는 35세로 이들이 하노이점 전체 매출의 55.4%를 차지하는 주요 소비층이다. [사진 롯데쇼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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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전체 인구 가운데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이들은 베트남 경제 문호가 개방된 1986년 도이머이 정책 이후 외국 문물 수용이 자유로웠던 환경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다. 경제관념이나 소비 패턴이 한국의 소비자와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는 이유다.

땀엑스와 찐엑스 세대는 인구수와 구매력을 바탕으로 베트남의 소비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베트남 경제 성장의 원동력인 것이다.

실제로 롯데백화점 하노이점을 방문한 1만 5132명의 고객을 분석한 결과 전체 직업군 가운데 사무직 종사자가 60%로 가장 많았으며, 여성 고객 비율이 남성보다 5배 이상 많았다. 사무직 여성 고객의 평균 나이는 35세로 이들이 하노이점 전체 매출의 55.4%를 차지하는 주요 소비층인 것으로 조사됐다.

엄선웅 롯데백화점 하노이법인장은 “땀엑스와 찐엑스 세대는 황금기를 맞은 베트남 인구 구조의 중심”이라며 “향후 20년 이상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이들이 버는 수익으로 내수 경제가 살아나는 잠재력이 있다.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유통 기업이 이들에게 집중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키워드 4. ‘반 항 온라인’(e커머스)


땀엑스와 찐엑스는 베트남의 e커머스(전자상거래) 시장 성장과도 궤를 같이한다. 평균 연령 29세의 젊은 베트남은 인터넷과 스마트폰에 익숙하다. 베트남 인구 중 85%가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으며, 이 중 스마트폰 사용자는 4000만 명에 달한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보급이 점차 확대되면서 베트남의 이커머스 분야가 블루오션으로 떠오르는 것이다. 실제로 독일 시장조사기관인 스타티스타는 올해 베트남 전자상거래 시장의 매출 규모는 28억4900만 달러로 지난해(22억7000만 달러) 대비 25.5%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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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베트남 고객이 롯데마트 배송 서비스인 스피드L을 사용하는 모습. [사진 롯데쇼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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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티스타는 또 2023년까지 베트남 전자상거래시장은 연평균 12%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44억7600만 달러까지 늘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베트남 e커머스 시장 공략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롯데그룹이다. 롯데마트는 현지 대형 할인점 가운데 처음으로 ‘스피드 엘(SPEED L)’이란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오프라인 매장과 연계한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베트남의 기존 현지 배송 서비스가 1주일 정도 걸리는 것에 착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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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마트는 ‘스피드 엘(SPEED L)’이란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오프라인 매장과 연계한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롯데마트가 운영하는 모바일 쇼핑몰에서 한화로 7000원 이상을 구매하면 10km 이내의 고객에게 3시간 이내 배송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진 롯데쇼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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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마트가 운영하는 모바일 쇼핑몰에서 한화로 7000원 이상을 구매하면 10km 이내의 고객에게 3시간 이내 배송 서비스를 제공한다. 배송 시간을 1시간 내로 앞당기기 위해 롯데마트는 지난해 12월 동남아시아의 우버로 불리는 차량 공유기업인 ‘그랩’과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그랩의 오토바이 배송 서비스인 ‘그랩 익스프레스’를 통해 롯데마트 점포 인근 지역 배달을 커버하는 것이다. 한국의 ‘신속 배달 DNA’를 베트남에 심겠다는 전략이다. 롯데마트는 1시간 배송 서비스를 베트남 전 지역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스피드엘의 올해 매출 신장률은 전년 대비 250%로 잡았다.

‘배달의민족’ 애플리케이션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베트남 현지 업체를 인수하면서 이커머스 시장에 진출했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음식 배달 서비스인 ‘베트남MM’의 인수 계약을 완료했다”며 “올 상반기 내 호찌민에서 배달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했다.

또 GS홈쇼핑은 올해 초 해외 브랜드 제품을 판매하는 베트남 현지 스타트업인 ‘르플레어’에 300만 달러를 투자해 이커머스 시장 진출을 위한 포석을 뒀다.

호찌민·하노이=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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