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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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간 중견 의류업체에 다니다 퇴사한 A씨(28)는 시장조사를 나갈 때마다 자괴감을 느꼈다. 패션 트렌드를 파악한다는 이유로 행인을 몰래 찍어야 했기 때문이다. A씨는 "범죄를 저지르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최근 불법촬영(몰카)이 사회문제로 대두되며 패션업계의 '착장조사'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무작위로 행인을 촬영하는 관행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
통상 패션업계는 경향 파악을 위해 주요 타깃 고객과 같은 연령대이거나 비슷한 특징을 지닌 이들의 옷차림을 관찰한다. '착장조사'는 한국직업능력개발원 '패션계 시장조사 NCS 학습모듈'에 포함될 정도로 보편적인 시장조사 방법이다.
실제 한 디자이너는 저서에 "여대생들을 타깃으로 잡은 브랜드에서는 여자 대학생들의 착장조사를 주기적으로 실시한다"며 "착장 사진을 찍으며 그들의 공통분모를 찾는다"고 적기도 했다.
문제는 패션 중심지나 사무실 밀집 지역 등 유동인구 많은 곳에서 조사하다 보니 편의상 몰카 방식이 쓰인다는 점이다. 일일이 촬영 의사를 물어보는 번거로움을 줄이기 위해 우선 사진을 찍고 나중에 분석하는 것이다.
A씨는 "직장인 착장 조사를 위해 출근 시간 여의도역을 오가는 사람들을 몰래 찍었다"며 "1시간만 해도 300명 가까이 됐고, 동료직원 3명도 같은 시간 다른 지역에서 그만큼 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유포할 목적 없이 사내 자료로만 활용하기 때문에 문제없다는 분위기다. 죄책감이나 문제의식은 오롯이 직원들이 감내해야 한다. 한 업체는 여성 옷차림을 몰래 찍다 경찰에 잡힌 남성 직원을 "센스 없다"고 지적해 뒷말이 일기도 했다.
과거 의류업체에서 근무했던 김모씨(27)는 "취업난에 정규직 전환이 목표였던 인턴이 못 찍겠다고 할 수 있겠냐"면서 "부적절하다는 걸 알면서도 할 수밖에 없어 불안하고 싫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착장조사가 현재 법적인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지만,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어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재호 법률사무소'의 이재호 변호사는 "(형사 처벌은)촬영물이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지가 가장 중요하다"며 "노출이 심하지 않은 차림의 여성을 멀리서 전신 촬영했는데 무죄 선고된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조정윤 세종대 패션비즈니스전공 주임교수는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패러다임이 변화해 생긴 일"이라며 "제품 판매율을 근거로 트렌드를 파악하는 등 새로운 시장조사 방법을 개발해 합법적으로 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동우 기자 canelo@mt.co.kr, 김지성 인턴기자 js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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