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몰원인 조사한 마셜제도 공화국 “침수로 구조 손상”
구조손상은 유조선→수송선 변경 영향 커
해경, VDR 분석 끝나면 선사 회장 구속영장 재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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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몰한 스텔라데이지호.[사진 폴라리스쉬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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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선급은 지난 23일 스텔라데이지호 선적국인 마셜제도 공화국이 국제해사기구(IMO)에 제출한 최근 공식 조사보고서를 공개했다.
국제협약상 ‘기국주의’에 따라 사고 조사권은 선적국에 있으며, 결과를 IMO에 보고하게 돼 있다. 스텔라데이지호는 한국 선사인 폴라리스쉬핑 소속이지만, 마셜제도 공화국에 선적을 등록한 편의치적 선이다.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스텔라데이지호 사고 원인은 2번 밸러스트 탱크에서 시작된 침수가 다른 밸러스트 탱크와 빈 곳, 화물창으로 급격히 진행하면서 생긴 구조손상으로 추정된다. 스텔라데이지호가 현재 수심 3800m 해저에 침몰해 있어 추정과 가정에 근거해 원인을 분석했다. 구조손상은 재료의 피로, 부식, 식별하기 어려운 구조 결함, 다항(多港) 화물 적재 등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인에서 비롯했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보고서는 산적화물선(벌크선)에 대한 국제해상인명안전협약(SOLAS)에도 맹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해상인명안전협약에는 스텔라데이지호처럼 용도 변경한 선박에 대해 추가 안전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다.
유조선이던 스텔라데이지호를 철광석 수송선으로 개조하면서 구조상 선박 좌·우현에 있는 윙 탱크가 매우 커서 한쪽이 침수되면 침몰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큰 것으로 보고서는 지적했다. 사고 당시 실종 선원 가족들은 “노후 선박이던 스텔라데이지호를 개조하면서 선박 곳곳에 균열이 발생했고, 수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탓에 사고가 발생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또 보고서는 한국선급이 2008년 스텔라데이지호의 개조설계 검토와 승인 때 선박의 재료 피로를 반영하지 않고, 1993년 건조 당시의 사양에 근거해 수행한 것을 문제로 지적했다. 또 한국선급이 2011년 검사 때 상당수 결함을 발견하고 수리했으나 손상분석을 하지 않았다고 봤다. 2016년 마셜제도 공화국과 체결한 업무대행협정에 따라 한국선급은 선박검사 때 발견한 중대 결함 등을 보고해야 하지만, 누락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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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수산부는 스텔라데이지호의 항해기록저장장치(VDR)를 회수했다고 지난 2월 18일 밝혔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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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선급은 또 “2011년 당시 선박을 검사한 검사원에 따르면 스텔라데이지호는 비슷한 선령(당시 18년)의 선박에서 발견되는 통상적인 손상이었고, 적절한 수리를 마쳤기 때문에 추가 검사가 필요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결함을 보고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철저한 검사와 수리가 진행됐고, 선적국에 보고할 정도의 구조적 문제가 없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 보고서는 사고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개선책 마련을 목적으로 하지만, 향후 관련 재판과 보상 등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정부는 지난 2월 남대서양 침몰 해역에서 회수한 스텔라데이지호의 항해기록저장장치(VDR) 내용을 복원 중이다. 영국의 전문업체가 이르면 상반기 복원 작업을 끝내면 정부는 전문가 자문단을 구성해 침몰 원인을 규명할 계획이다. 원인 분석을 바탕으로 해경은 구속영장이 청구되지 않은 김완중 폴라리스쉬핑 회장과 선사 임원 등 주요 피의자들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매몰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재신청할 예정이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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