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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짙어지는 노후생활에 대한 불안감…낮아지는 국민연금에 대한 신뢰도 [김현주의 일상 톡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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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81.9% "노후생활 불안감 느낀다"…2017년(80.3%)보다 나아지지 않은 모습 / "국민연금에 신뢰감 가지고 있다" 21.1%만 동의…근본적 원인은 노후에 연금을 받을 수 없다는 불안감 / 직장인 10명 중 6명 "지금의 국민연금 체계로는 향후 내 노후 책임질 수 없을 것 같다" / 그래도 국민연금은 최소한의 안전판?…75.8% "내 노후 위해 국민연금 필요한 편이다" / 가장 살기 어려운 연령층으로 2030대 꼽아…78.4% "지금의 부모세대도 힘들지만 젊은 세대는 더욱 힘들 것"

과학, 의학의 발전 속에 우린 ‘백세시대’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노년의 삶은 기대보다는 불안감이 더 짙게 드리운 듯 한데요.

경제적으로 충분한 여유가 있는 노년세대에게는 은퇴 이후의 삶에 많은 것을 즐기고 해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만, 빈곤에 허덕이는 노년세대에게는 길어진 삶이 그저 고통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안타깝게도 대다수 직장인들은 노후 불안감에서 자유롭지 못한 현실입니다.

현재 경제상황이 여의치 않다 보니 노후를 준비하는 것은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이런 현실에서 중요 노후대비책이 되어야 할 국민연금에 대한 신뢰도는 점차 낮아지고 있는 듯한 모습입니다.

하나의 가능성에 불과하지만 젊은 세대는 훗날 국민연금이 고갈될 수도 있다는 우려 속에 이것만으로는 노후를 대비할 수는 없다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세계일보

30대 이상 직장인 상당수가 노후생활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59세 직장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노후 불안 및 국민연금 관련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직장인 대부분이 노후생활에 대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 가운데, 대표적인 노후대비책이라고 할 수 있는 국민연금에 대한 신뢰도는 상당히 낮은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노후생활에 대한 불안감은 모든 세대가 공통적으로 느끼는 부분이었는데요.

직장인 10명 중 8명(81.9%)이 앞으로 다가올 노후생활에 불안감을 느낀다고 응답한 것으로, 특히 30대 이상에서 노후생활에 대한 불안감(20대 73.2%, 30대 84.4%, 40대 85.6%, 50대 84.4%)을 더욱 많이 느끼고 있었습니다.

2017년 조사(80.3%)와 비슷한 결과라는 점에서, 노후생활에 대한 불안감이 점점 짙어져만 간다는 생각도 해볼 수 있었습니다.

노후생활에 불안감을 느끼는 이유는 결국 경제적 어려움과 관련 있어 보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빈곤 위험이 높은 연령층’으로 대부분 70세 이상 ‘노년세대’(70대 59.8%, 80대 이상 55.8% 중복응답)를 꼽는다는 사실에서 이런 인식을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64.5% "내 노후, 부모님처럼 여유롭진 못할 것 같다"

이렇게 빈곤에 쉽게 노출되는 만큼 노년세대의 삶에 불안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비록 요즘은 ‘노후는 곧 빈곤’이라는 고정관념을 깰 필요가 있다(60.5%)면서 노후생활도 준비하기 나름이라는 시각도 많아지고는 있으나, 여전히 직장인 대부분은 자신들의 노후가 불행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서 자유롭지 못한 모습을 보이는 것입니다.

전체 응답자 64.5%는 자신의 노후가 부모님처럼 여유롭지는 못할 것 같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현재 노년세대와 비교했을 때 자신의 노후생활은 더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으로, 2030대 청년세대와 4050대 중장년층 모두 비슷한 생각(20대 64.8%, 30대 66.8%, 40대 62%, 50대 64.4%)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노후생활에 대한 불안도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노후 준비가 잘 되어있지 않은 상황에서는 결국 공적연금에 대한 의존도가 클 수밖에 없는데, 정작 국민연금에 대한 직장인의 신뢰도는 상당히 낮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국민연금 제도에 신뢰감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는 직장인은 전체 10명 중 2명(21.1%)에 불과했습니다. 특히 젊은 세대의 경우에는 국민연금에 대한 신뢰도(20대 10%, 30대 15.2%, 40대 19.6%, 50대 39.6%)가 거의 바닥으로 떨어져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세계일보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의 근본적인 원인은 기금 고갈로 인해 노후에 연금을 받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62.2%, 중복응답)에서 비롯되고 있었습니다. 이는 모든 연령대(20대 62.4%, 30대 68.4%, 40대 55.6%, 50대 62.4%)가 첫손에 꼽은 국민연금을 신뢰하지 않는 이유였습니다.

기금 운용에 대한 불신(44.9%)과 보험료에 비해 낮은 연금수령액(39%), 운용기관의 전문성 부족(34.8%), 공무원 연금 등 다른 공적연금과의 형평성 문제(34.5%)가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을 야기하는 이유로 꼽혔습니다.

◆10명 중 7명 "국민연금 어느 순간 완전히 고갈될 수 있어"

실제 국민연금을 둘러싼 다양한 인식들을 자세히 살펴본 결과,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직장인 10명 중 7명(68.4%)이 국민연금이 어느 순간 완전히 고갈될 수 있는 위험에 직면해 있다는 생각을 내비친 것입니다.

그에 비해 국민연금은 나라에서 운영하는 것이므로 꼭 받을 수 있다는 생각(동의 34.5%, 비동의 37.6%)과 나중에 받지 못할 것이라는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동의 28.1%, 비동의 44.6%)은 많지 않았는데요.

본인이 납부한 금액만큼 국민연금을 돌려 받을 수 있다(29.5%)는 기대감 자체가 작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반면 현재 노년세대의 경우 국민연금 수령에 지장이 없는 상황으로, 직장인 상당수가 현재 국민연금제도는 노인들에게 유리한 제도이고(58.2%), 젊은 사람들에게는 불리한 제도(57.9%)라고 생각하는 것도 당연해 보입니다.

현재 국민연금이 합리적으로 운영되고 있다(15.6%)는 생각을 찾아보기 어려웠으며, 모든 가입자들이 현재 국민연금 보험료를 자신의 능력에 맞게 공평하게 납부하고 있다(15.6%)고 생각하지도 않는 모습이었습니다.

국민연금이 지속 가능하지 않고, 내가 낸 만큼 돌려받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은 국민연금으로 노후를 대비하기는 충분하지 않다는 인식으로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직장인 10명 중 6명(59.4%)이 지금의 국민연금 체계가 향후 자신의 노후를 책임질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내비친 것입니다. 성별(남성 58.4%, 여성 60.4%)과 연령(20대 61.2%, 30대 64.4%, 40대 58%, 50대 54%)에 관계 없이 이런 생각은 비슷했습니다.

반면 국민연금으로도 노후를 충분히 대비할 수 있다고 말하는 직장인은 전체 11.4%에 불과했는데요. 특히 젊은 직장인들이 국민연금으로 노후 대비가 충분하다는 생각(20대 7.2%, 30대 8.8%, 40대 12.8%, 50대 16.8%)에 동조하지 못하는 모습이 더욱 강해 보였습니다.

그런 만큼 국민연금 덕분에 노후가 안심이 된다(14.8%)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자신의 노후를 국민연금에 의지할 계획(21.6%)을 가지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직장인의 절반 이상(56.5%)은 국민연금 보다는 다른 방법을 통해 노후를 대비할 생각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국민연금 제도에 대한 이같은 불신에도 국민연금 필요성에는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가 강했습니다. 직장인의 75.8%가 자신의 노후를 위해 국민연금제도가 필요하다고 바라보는 것으로,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은 18.1%에 그쳤습니다.

다만 세대별 온도차이가 조금 느껴졌는데요. 젊은 세대(20대 66%, 30대 69.2%) 보다는 중장년층(40대 80.8%, 50대 87.2%)이 국민연금의 필요성에 좀 더 공감하는 모습을 보인 것입니다.

세계일보

그렇다면 국민연금에 대한 신뢰도가 낮고, 국민연금만으로 노후생활이 충분치 않다고 생각하면서도 국민연금 필요성에 공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직장인들은 그래도 국민연금이 노후생활에 최소한의 안전판이 되리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는데요. 직장인의 57.2%가 노후대비를 하기에는 충분하지는 않지만 있는 편이 낫다고 응답한 데서 이런 생각을 엿볼 수 있습니다.

특히 연령이 높을수록 국민연금이 그래도 있는 것이 낫다는 생각(20대 40.8%, 30대 56%, 40대 56.8%, 50대 75.2%)을 많이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국민연금은 노후 빈곤 방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제도이고(57.9%), 소득 재분배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제도(46.8%)라는데 동의하는 시각도 상당했는데요. 직장인 10명 중 6명 정도(58.6%)는 국민연금 제도가 없다면 국가의 노후부양비가 더욱 늘어나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살기 어려운 연령층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살기 어려운 연령층으로는 노년세대가 아닌 청년세대(20대 58%, 30대 60.1%, 중복응답)가 꼽혔습니다. 취업난은 악화하고 부양의무는 커지는 현실이 청년세대를 곤경에 빠뜨리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모든 세대가 첫 순위로 꼽은 가장 살기 어려운 연령대는 자기 자신들인 것으로 나타나, 세대를 불문하고 모두 현재의 삶에 상당한 어려움과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도 엿볼 수 있었습니다.

현재 청년세대가 처한 상황이 어렵다는 의견에는 대부분이 공감하는 모습이었는데요. 전체 응답자의 78.4%가 지금의 부모세대도 힘든 상황이지만, 젊은 세대는 더더욱 힘들 것 같다고 바라본 것으로, 이런 생각은 성별(남성 77.2%, 여성 79.6%)과 연령(20대 77.2%, 30대 78.8%, 40대 74.8%, 50대 82.8%)에 따른 큰 차이 없이 비슷했습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현재 젊은 세대는 중장년층 세대와 비교해 노후에 경제적 안정성을 담보하기가 어렵고(78.3%), 고소득을 얻기 힘들 것(66.1%)이라는 의견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세계일보

한편 2030대 자영업자는 같은 연령대 직장인보다 노후와 건강 걱정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으나, 자영업자 4명 중 1명은 별도 노후 준비를 하지 않았습니다.

한화생명은 고객 1000만명, 카드사 2300만명 통계, 인터넷 카페 글 150만건, 심층 인터뷰 300명 등을 통해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최근 발표했습니다.

한화생명은 “안정적인 직장 생활보다 꿈을 좇아 창업을 선택하는 젊은 세대가 늘어나는 가운데 퇴직금이 따로 없는 자영업자 특성상 노후 걱정은 직장인보다 큰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20~39세 300명을 인터뷰한 결과 “노후 준비를 하지 않는다”고 답한 자영업자는 28.3%로 직장인(14.5%)보다 2배 가량 높았습니다. 노후자금 준비 방법도 자영업자는 예·적금, 주식 등을 주로 고른 반면 직장인은 연금 활용 비중이 높은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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