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오른쪽)이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마친 뒤 굳은 표정으로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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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표 차 결과
관심사는 바른미래당 의총이었다. 유승민 의원을 필두로 한 바른정당계 의원들이 패스트트랙에 반발했기 때문이다. 의총에는 당원권 정지 상태인 비례대표 3인(박주현ㆍ장정숙ㆍ이상돈)과 이언주 의원을 제외한 재적 의원 25명 중 23명이 참석했다. 3시간 55분 이어진 의총에서 무기명 투표를 한 결과 찬성 12명, 반대 11명으로 합의안이 추인됐다.
그러나 바른정당계는 “당론을 정하지 못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당초 바른정당계와 일부 국민의당계는 “당헌·당규에 따라 당론은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이 동의해 결정한다”고 주장해왔다. 유승민 의원은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 바른미래당은 패스트트랙 문제에 관해 당론이 없는 당이 되어버렸다”고 말했다.
이언주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법은 정당 간에도 완전 합의를 중시하는데 당 내부 이견이 있음에도 의총에 상정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탈당을 선언했다.
이언주 의원이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바른미래당 탈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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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고를 넘고 넘어
두 대표의 단식에 압박을 받던 민주당과 한국당의 입장 변화로 결국 이틀 뒤인 15일 여야 5당 원내대표는 선거제 개편에 합의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구체적 방안을 검토하고, 선거제도 개혁 관련 법안을 1월 임시국회에서 합의 처리한다’는 내용이 합의서에 담겼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홍영표 원내대표, 조정식 정책위의장, 윤호중 사무총장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4당 원내대표가 합의안 선거제개편, 공수처 설치 안등에 대한 패스트트랙 추인여부를 결정한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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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제 개편 고비 때마다 패스트트랙 얘기가 나온 것은 정치권의 극한 대립으로 교착 상태에 빠져버린 법안을 처리할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패스트트랙 제도는 2012년 국회선진화법의 일부로 도입됐다. 현재까지 세월호 참사 조사를 위한 ‘사회적 참사법’이 유일하게 패스트트랙으로 처리됐고, 유치원 3법은 패스트트랙 절차가 진행 중이다.
하지만 게임의 룰에 해당되는 선거법 만큼은 여야 합의로 처리한게 그동안 정치권의 관례였다. 한국당에선 “제1야당의 동의 없이 선거법을 강행처리하는 건 전두환 정권때도 없던 일”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에서 긴급 의원총회를 마친 뒤 열린 패스트트랙 저지 및 의회주의 파괴 규탄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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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날 때까지 끝나지 않은
변수는 있다. 사개특위 소속 바른미래당 멤버인 오신환 의원 때문이다. 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은 해당 상임위가 사개특위인데 오 의원이 반대할 경우 패스트트랙 지정이 안 된다. 오 의원은 이날 의총 투표에서 패스트트랙 합의안에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가 오 의원을 사개특위에서 교체시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그럴 경우 심각한 당내 반발을 감수해야 한다.
선거법이 소관인 정개특위에선 바른미래당 소속 김동철·김성식 의원이 4당 합의안에 찬성하는 입장이라 별 문제없이 패스트트랙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공수처 도입이 ‘좌파독재 장기집권’을 위한 시나리오라는 시각이어서 결사저지를 외치고 있다. 한국당은 25일까지 국회에서 철야농성을 하기로 결정했다. 또 27일 광화문에서 규탄대회를 여는 등 장외투쟁에 나서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황교안 대표는 페이스북에 “이제는 투쟁밖에 없다. 싸워 이길 때까지 목숨을 걸고 투쟁해야 한다”며 “행정ㆍ사법ㆍ입법 독재와 싸우겠다. 문재인 대통령과 싸우겠다”고 밝혔다.
윤성민ㆍ성지원ㆍ임성빈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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