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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소리 재단사’ 하만의 야심, “사용자 경험이 차량 가치를 좌우한다” [상하이모터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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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

상하이모터쇼 하만 부스에서 스태프가 관람객들에게 프리미엄 커뮤니케이션즈 시스템을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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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강희수 기자] 눈에 보이지 않는 소리를 일반 물질처럼 나누고 쪼개고, 걸러내는 방법이 가능할까? ‘안 된다’는 답을 듣기 위해 던진 질문은 아니다.

‘가장 개인적’이고 ‘가장 쾌적한 공간’을 추구하는 자동차의 공간 설계자라면 위 질문에 “당연하다”는 답을 내야 한다. 이미 그 방법까지 나와 있기 떄문이다. 음향기기 전문 기업 ‘하만 인터내셔널’이 이 일을 해내고 있었다.

중국 상하이 국영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2019 상하이모터쇼’에서는 소리를 마음대로 ‘다스리는’ 기술이 하만 부스에서 시연 되고 있다. 소리가 사람을 기억하고, 기기가 소리를 골라서 들으며, 기기가 한 공간 안에서 각기 다른 소리를 들려주는 믿기지 않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었다.

하만이 제시한 솔루션들을 좀더 구체적으로 들어보자.

차량 전화로 외부인과 통화를 하는데, 뒷 좌석의 아이들이 큰 소리로 장난을 치고 있다. 이럴 때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아이들을 조용히 하라고 겁박한 후 통화를 계속한다. 하지만 하만의 ‘클리어챗(ClearChat)’ 기능을 켜고 통화를 하면 차량 내 다른 소음은 상대방에게 전해지지 않는다.

운전자가 차량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음성명령을 내릴 때도 마찬가지다. 일반적으로 차량 내부의 라디오 소리가 크거나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가 나면 음성명령에 혼선이 올 수 있지만 하만의 ‘클리어챗’은 여러 소리 중에서 지시자의 목소리만 골라서 듣는다.

덩치 큰 SUV가 대세가 되면서 3열까지 탑승자가 앉는 경우가 잦아졌는데, 이 때 운전자의 목소리는 3열까지 닿지 않아 대화가 안 될 때가 많다. 하만의 ‘인 카 커뮤니케이션(In Car Communication)’이라는 기능는 평상시 목소리로도 2, 3열까지 소리가 또렷이 들리도록 한다. 차내에 설치 된 마이크와 스피커 시스템이 그 일을 해낸다. 2, 3열에 앉은 사람이 앞 쪽 동승자에게 말할 때도 마찬가지다.

운전석과 조수석에 앉은 사람이 외부와 2회선의 전화를 동시에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옆에 앉은 사람의 통화 소리로부터 전혀 방해를 받지 않으면서 말이다. 시스템만 설치 된다면 각 좌석에서 각기 다른 음악을 듣는 것도 가능하다. 뒷좌석에 앉은 아들과 딸이 각기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서로 방해받지 않으면서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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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드 시스템으로 공간과 하드웨어를 넘어 개인화 된 음악을 즐길 수 있는 하만의 프리미엄 커뮤니케이션즈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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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하만은 ‘클라우드 서비스’도 추가했다. ‘퍼소니-파이(Personi-Fi)’라는 이름을 붙였다. 하드웨어에 구애받지 않는, 개인 맞춤형 오디오 환경 플랫폼이다. 평소 내가 즐기던 음악을 공간과 기기를 바꾸더라도 똑 같은 취향대로 들을 수 있다. ‘개인화’는 하만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바탕으로 이뤄진다. 집에서 듣던 음악을 자동차에서 그대로 이어서 들을 수 있다. 그것도 내가 세팅해 놓은 음향 그대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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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드 시스템으로 공간과 하드웨어를 넘어 개인화 된 음악을 즐길 수 있는 하만의 프리미엄 커뮤니케이션즈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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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모터쇼 하만 부스에 가면 이 같은 서비스를 직접 체험할 수 있다. 탑승객이 차에 오르면 각 좌석에 비치 된 모니터에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는 가족들 얼굴이 표시 돼 있고, 그 중 자기 것을 선택만 하면 다른 공간에서 다른 기기로 듣던 음악을 그대로 즐길 수 있다.

이처럼 믿기지 않는 기술들은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의 가전박람회 CES에서 먼저 공개 됐다. 차량 내 커뮤니케이션 환경을 향상시키는 모듈형 솔루션 ‘프리미엄 커뮤니케이션즈’가 이 시스템의 총괄 이름이다. 고성능의 마이크로폰, 소리도 쪼개는 음성처리 기술, 소음을 없애는 노이즈 캔슬레이션 기술들이 결합 돼 만들어 내는 마법같은 일들이다.

하만의 특허 기술인 오디오웍스(AudioworX)를 기반으로 하는 프리미엄 커뮤니케이션즈는 모든 세그먼트의 차량에서 모듈화가 가능하다. 선택에 따라 확장 가능성도 무한하다. 음성 비서를 부리고, 외부와 자유롭게 전화 통화를 하며, 탑승자들끼리 또렷하게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기술들이 자동차라는 독립 공간 안에서 모두 구현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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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SUV 내에 설치 된 하만의 프리미엄 커뮤니케이션즈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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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의 이 같은 시도는 전통적인 ‘좋은 자동차’의 개념을 바꿀지도 모른다. CES 2019에서 디네쉬 팔리월 하만 인터내셔널 CEO가 한 말 속에 그 답이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도 차량의 가치가 기계적 성능과 주행 성능으로 평가되었다. 하지만 공유 모빌리티(Shared Mobility) 및 차량용 기술의 인기가 점점 높아짐에 따라 이제 차량의 가치 평가는 사용자 경험에 의해 좌우된다. 하만은 다양한 세그먼트 차량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더욱 향상된 커넥티드 사용자 경험 솔루션을 자동차 제조사들이 제공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다.”

사용자 경험이 차량의 가치 평가를 달리하는 시대가 성큼 다가와 있었다. /100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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