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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30 (일)

‘이집트 엘시시 장기집권’ 위해 유권자에게 무료 차·음식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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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이 최장 2030년까지 집권할 수 있도록 하는 헌법 개정안에 대한 국민투표가 21일(현지 시각) 이틀째를 맞았다. 헌법 개정안은 대통령의 임기를 4년에서 6년으로 늘리고 연임 제한 조항도 완화하는 내용이 골자다. 투표 현장에선 찬성을 촉구하는 친정부 성향 사람들이 유권자에게 공짜 차량을 제공하고 음식까지 나눠주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날 AP·로이터는 친정부 성향 기업인과 국회의원들이 유권자에게 투표소까지 가는 차량을 운영하고 식품을 제공했다고 보도했다. 이집트 수도 카이로 인근 도시인 킷캣에서는 국회의원들이 버스를 빌려 유권자를 투표소까지 무료로 데려다줬다. 기름과 쌀, 설탕 등 음식 꾸러미를 건네받는 유권자도 있었다. 이런 관행은 2011년부터 이집트 선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라고 AP는 전했다.

조선일보

2019년 4월 21일 헌법 개정안에 투표하는 이집트 시민. /EPA-E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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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도 정당 광고를 붙인 자동차들이 투표소로 사람들을 태워 나르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했다. 21일 아침부터 확성기를 매단 트럭들이 카이로 중심가를 돌면서 이집트 국가를 연주하고 사람들에게 투표를 독려했다고 한다.

친정부 성향 인사들이 나서 이런 ‘인센티브’까지 제공하면서 투표를 독려하는 건 이번 선거의 합법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AP는 전했다. 이번 국민투표는 사실상 엘시시 대통령 장기 집권 투표로 불린다. 찬성으로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크지만 정부 입장에서도 투표율이 높아야 정권의 합법성을 주장할 수 있다.

2018년 3월 당선된 엘시시 대통령의 임기는 당초 2022년까지였다. 그러나 이번 헌법 개정안에 따르면 임기를 2년연장하고, 이후 임기 6년의 대통령에 한 번 더 출마할 수 있는 길도 열린다. 또 대통령의 사법부에 대한 권한을 강화하고 군부의 권한 역시 늘리는 내용도 헌법 개정안에 포함됐다. 엘시시 대통령이 전권을 쥐게 되는 셈이다. 이 헌법 개정안은 8년 전 독재자 호스니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을 무너뜨린 ‘아랍의 봄’ 시민혁명에 역행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집트 의회는 이런 개정안을 지난 16일 압도적인 표 차로 가결했다. 이집트 정부도 국민투표를 앞두고 거리에 찬성을 촉구하는 선전물을 내걸었다. 선거 관계자들은 일주일 안에 선거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이다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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