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2 (화)

드라마처럼... 우크라이나 배우, 대통령되다(종합)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머니투데이 유희석 기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압도적 표차로 현 대통령 꺾고 새 대통령 당선]

머니투데이

21일(현지시간) 치러진 우크라이나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에서 승리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가 이날 출구조사 결과 발표 직후 기자들 앞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1일(현지시간) 치러진 우크라이나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에서 코미디 배우 출신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후보가 압도적인 표차로 승리했다. 우크라이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개표가 94% 이상 진행된 현재 젤렌스키는 73%(약 1280만표)를 득표해 24%(428만표)에 그친 현직 대통령 페트로 포로셴코를 크게 웃돌고 있다.

젤렌스키는 이날 투표 종료 직후 발표된 출구조사 결과에서도 73%를 득표해 당선이 확실시됐으며, 이에 지지자 연설을 통해 일찌감치 승리를 선언했다. 그는 "나를 지지했던 모든 사람에게 감사하다"며 "여러분의 기대를 절대로 저버리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포로셴코 현 대통령도 "결과가 확정적이다. 젤렌스키에 축하 전화를 걸겠다"면서 패배를 인정했다.

서방과 러시아 갈등의 최전선인 우크라이나에서 진행되는 대선은 국제 사회의 큰 관심을 받았다. 특히 지난 20여 년간 코미디언과, 배우, 감독 등으로 활동해온 젤렌스키가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지난달 30일 1차 투표에서도 승리하면서 세계의 이목이 쏠렸다.

젤렌스키는 우크라이나의 인기 TV 드라마 '국민의 머슴(Servant of the People)'에서 의도치 않게 대통령이 되는 교사 역할을 맡았으며, 대통령이 된 후 부패 정치인과 신흥재벌을 척결하는 모습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젤렌스키에게는 연기였지만 포로셰코 정권의 부정부패에 지친 우크라이나 국민은 젤렌스키에게서 희망을 봤다. 이는 국민 배우로 자리 잡은 젤렌스키가 대권에 도전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젤렌스키는 선거 운동도 기존 방식과 차별화했다. 정치 집회를 여는 대신 경쟁 상대를 패러디한 내용의 공연을 하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대중과 적극 소통하며 지지율을 높였다. 정당 이름도 드라마 제목과 같은 '국민의 머슴'으로 정하며 드라마 속 역할의 이미지를 적극 활용했다.

하지만 젤렌스키 앞에 놓인 과제는 막중하다. 2014년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한 러시아와의 관계, 만연한 부채척결, 붕괴 직전의 경제 회복, 동부 지역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과의 무력분쟁 등의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우크라이나에서는 대통령이 안보와 국방, 외교 등에 큰 권한을 가진다.

국내에서도 젤렌스키가 포로셴코와 대립하다 이스라엘로 망명한 금융재벌 이고르 콜로모이스키의 꼭두각시라는 비판이 나온다. 콜로모이스키가 자신에게 적대적인 포로셴코 정부에 보복하기 위해 젤렌스키를 대선에 내세웠다는 것이다. 젤렌스키는 지난해 12월 31일 '1+1'이라는 콜로모이스키 소유의 방송에서 대선 출마 선언을 했다.

포로셴코는 선거 패배 뒤 "불확실하면서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며 "새로운 대통령은 경험이 없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영향 아래 들어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포로셴코는 2014년 친러 정권을 물리치고 당선됐으나 이후 러시아에 크림반도를 빼앗겼으며,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친러시아 분리주의자와의 분쟁도 교착 상태에 빠졌다.

유희석 기자 heesuk@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