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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2 (화)

NYT “최근 추락사고 보잉, ‘787 드림라이너’ 제작때도 안전문제 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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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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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장치 결함으로 최근 두 차례 ‘737 MAX 8’ 기종에서 추락 사고를 낸 보잉이 주력 비행기인 ‘787 드림라이너’ 제작에서도 안전을 간과해왔다는 내부고발이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20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노스 찰스턴에 있는 보잉 787 드림라이너의 제조 공장의 내부 메일, 서류를 검토하고 전·현직 직원 수십 명을 인터뷰한 결과 노스 찰스턴 보잉 공장 내에 ‘질보다 스피드’의 문화가 만연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보잉사측은 밀려있는 비행기 납품 일정을 맞추기 안전문제를 간과하며 직원들에게 비행기의 빠른 출고를 압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스 찰스턴 공장의 기술자 조셉 클레이턴은 NYT와의 인터뷰에서 그가 조종석 아래 전선들 주변에서 위험하게 널브러져있는 파편들을 자주 발견했다며 “아내한테 절대 이 비행기를 타지 않겠다고 말해왔다. 이는 단순히 안전문제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배달 전 항공기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최근 풍선껌이 비행기 문틈에 끼어있는 것을 발견하기도 했다며 “안전문제까지는 아니더라도 이 역시 고객에게 보여줄 수 있는 모습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787 드림라이너 기종은 2007년 출시된 이후 연료를 아낄 수 있다는 장점을 내세워 큰 히트를 쳤고 항공사들의 주문이 끊이지 않자 보잉은 노스 찰스턴에 새 공장을 지어 수요를 맞추려 했다. 하지만 이미 주문이 밀려있는 데다 노스 찰스턴 지역에 기술노동자가 부족해 드림라이너의 고질적인 생산 지연 문제는 해결되지 못했다고 NYT는 설명했다.

2017년까지 약 30년 동안 보잉의 품질 관리 담당자로 일하던 존 바넷 역시 비행 조종기에 이어진 전선에 금속 부스러기들이 걸려있는 것을 여러 비행기에서 봤다고 증언했다. 그는 뾰족한 금속물체가 전선을 끊기라도 하면 “재앙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바넷은 그가 상사에게 이러한 잔해들을 없애야 한다고 누차 보고했지만 이는 거절당했고 그를 다른 부서로 이동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상관에게 결함 있는 부품들의 수량이 맞지 않아 이 부품들이 비행기에 설치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한 적도 있지만 상관은 사라진 결함부품들이 어디에 갔는지는 신경 쓰지 말고 부품들에 대한 서류작업만 마치라고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보잉의 품질 담당자로서, 나는 결함이 있는 항공기가 세상에 나가기 전 마지막 보루를 지켜야 하는 사람이었지만 찰스턴 공장에서 내 이름을 걸고 안전하다고 말할 수 있는 비행기를 아직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NYT는 안전이 최우선이 돼야 할 항공 산업에서 737 MAX에 이어 또 다른 인기 기종인 787 드림라이너에서도 시스템상의 문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잉사측은 성명을 통해 “보잉 사우스 캐롤라이나 공장은 역사상 최고 품질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고 안전논란을 부인했다. 물론 아직까지 사우스 캐롤라이나 공장에서 만든 드림라이너가 추락 등의 중대 사고를 일으킨 적은 없다.

하지만 NYT는 보잉의 전현직 직원들은 공장에서 위험한 실수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들에 따르면 결함이 있는 부품들이 비행기에 설치됐고 부품이나 금속의 부스러기가 항공기 안, 심지어는 전기 시스템 부품 주변에도 방치된 채 시험비행을 치르기도 했다.

연방항공국(FAA)은 2017년 드림라이너 측에 비행기 출고 시 내부 잔해들을 모두 치울 것을 의무화하는 행정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보잉측은 (조립 과정에서 잔해를 남기는) 너츠 디자인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만 답했을 뿐 해당 문제가 항공기 안전 문제를 야기하지는 않는다는 입장만 밝혔다고 NYT는 전했다.

NYT에 따르면 3월 에티오피아 MAX8의 추락사고 약 한 달 뒤 노스 찰스턴 공장에서는 긴급 회의가 소집되기도 했다. 고객들에게 공장이 납품한 항공기 안에서 쌩뚱맞은 부품들이 나오고 있다는 보고가 들어왔기 때문이다. 당시 간부는 직원들에게 추락사고의 위험을 언급하며 회사가 지금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으니 점검을 더 세심하게 해달라고 당부했다고 알려졌다.
보통 항공기는 출고 전 진공청소기로 내부 잔해를 청소한 뒤 출고되지만 사우스 캐롤라이나 공장에서는 이 잔해 문제가 지속적으로 지적됐다. NYT은 이번 달에도 787 프로그램의 수장인 브래드 자백이 공장 직원들에게 기체 내 남아있는 물질들이 발견되지 못하고 그냥 넘어갈 경우 위험한 안전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고 덧붙였다.

한편 노스 찰스턴 공장의 드림라이너 생산 속도는 더 빨라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보잉은 한 달에 약 14대의 드림라이너를 출시했는데 이는 그 전 평균(한 달 12대)보다 높아졌다. 하지만 NYT는 동시에 보잉은 약 100명의 품질 관리 담당 자리를 없애고 있다며 안전을 희생해가며 생산 시간을 줄이고 있는 보잉의 잠재적 위험을 지적했다.

임보미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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