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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 (화)

"트럼프 삼성·LG 세탁기 관세폭탄은 미국에 득보다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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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경제학자 연구결과…관세비용 전가로 주로 기업 이익

"소비자 1조7천억원 물려 공장 일자리 1천800개 창출 '비효율'"

연합뉴스

최대 50%까지 관세폭탄 맞고 미국에 수입된 세탁기[제작 최자윤, 조혜인] 일러스트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미국이 작년에 한국 세탁기를 겨냥해 부과한 고율 관세가 미국 입장에서 볼 때 '제살깎아먹기' 성격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 시카고대와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경제학자들은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연구 보고서를 22일 발간했다.

결론은 수입 세탁기 고율 관세에 따라 공장 일자리가 늘기는 했으나 이는 소비자들이 희생한 결과라는 것이다.

연구진은 소비자들이 가격 인상으로 타격을 받았다며 고용 창출에 예상하지 않은 비용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연구진은 소비자들이 세탁기 고율 관세의 125∼225%를 비용으로 떠안았다고 분석했다.

새 관세 때문에 미국 내에서 세탁기 가격은 작년에 대당 86달러(약 9만8천원) 정도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삼성과 LG 등은 관세로 인한 비용상승을 상쇄하려고 가격을 인상했다.

이 과정에서 관세가 부과되지 않은 제품인 건조기의 가격까지 덩달아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진은 세탁기와 건조기를 한 묶음으로 사는 소비자 성향을 고려해 기업들이 세탁기 관세 비용을 건조기에 나눠 전가함으로써 가격상승을 일부 은폐했다고 분석했다.

기업들은 관세에 따른 20% 가격 인상을 세탁기에만 반영하지 않고 세탁기와 건조기 가격을 모두 11.5%씩 올리는 등의 방식을 활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연합뉴스

미국 우선주의를 실현할 '관세맨'을 자칭하며 공격적인 통상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정연주 제작] 일러스트



더욱 주목할 점은 관세의 영향을 받지 않은 월풀도 세탁기 가격을 올렸다는 사실이다.

미국 업체인 월풀은 수입 세탁기에 대한 불만을 미국 정부에 토로해 관세부과를 끌어낸 업체다.

월풀은 수입 제품에 대한 관세로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자 이익을 증대하려고 가격을 인상한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 내에는 월풀이 이런 전략을 취하더라도 월풀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자국내 세탁기 제조업체들이 많지 않다.

트럼프 행정부는 세탁기 관세를 통해 일자리 1천800개 정도를 창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오하이오주 클라이드에 있는 월풀 공장에 200개,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있는 삼성 공장과 테네시주에 있는 LG 공장에서 1천600개의 신규 일자리가 생겼다.

연구진은 이 같은 고용 창출이 미국 소비자들에게 15억 달러(약 1조7천억원) 비용을 물린 끝에 끌어낸 것이라며 일자리 하나를 만드는 데 들어간 비용을 81만7천 달러(약 9억3천만원)로 분석했다.

세탁기 관세에 따른 미국 연방 정부의 세수증가분은 8천200만 달러(약 934억원)로 나타났다.

NYT는 관세를 바탕으로 한 트럼프 행정부의 일자리 창출 방식이 값비싸고 비효율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과거 연방 경기부양법(ARRA)으로 고용을 창출할 때 들인 비용은 일자리 하나에 12만5천달러(약 1억4천만원)로 산출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세탁기 관세로 일자리 하나를 지원할 때 오바마 대통령은 같은 비용으로 6.5개를 지원한 셈이라고 NYT는 주장했다.

미국은 작년에 삼성, LG 등이 제작한 수입 세탁기에 대해 120만대 이하 물량에 20%, 그 이상 물량에 50% 관세를 물리는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조치)를 발동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소비자에게 혜택을 주고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며 LG와 삼성이 미국 내에 세탁기 공장을 짓겠다는 약속을 완수할 유인책이라고 강조했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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