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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日 군국화, 넘어서는 안될 선… 和의 길로 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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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연호 ‘레이와’ 고안자 나카니시 교수 / “군국화 가까스로 막은 덕에 / 日 전후 70년간 평화 지켜와 / ‘레이와’엔 평화기원 뜻 담겨 / 독선·고립에의 길 경계해야”

“아무리 안보를 걱정해도 결코 넘어서는 안 되는 성(聖)스러운 선이 있다. 그것은 일본의 군국화다.”

일본 새 연호 ‘레이와’(令和)의 고안자로 알려진 석학이 최근 일본의 군국주의화 경향을 비판했다. 바로 나카니시 스스무(中西進·90·사진) 국제일본문화연구센터 명예교수다.

나카니시 교수는 20일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레이와가 새 연호로 선정된 배경과 의미를 설명하면서 일본의 군국화와 한반도 강점 문제를 거론했다.

세계일보

나카니시 스스무 국제일본문화연구센터 명예교수가 아사히신문 인터뷰에서 “어떤 일이 있어도 일본의 군국화를 막아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도쿄=교도연합뉴스


나카니시 교수는 레이와에 담긴 뜻인 ‘평화’를 강조한 이유를 묻는 말에 자신이 중학생 시절 겪었던 미국의 도쿄 대공습 등 전쟁 체험담을 꺼냈다. 그는 “전후(태평양전쟁 종전 후) 약 70년간 일본 국민은 자국의 군국화를 그럭저럭 막아낸 덕분에 평화를 지켜왔다”며 “그러나 지금은 어려운 국면이 펼쳐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과 보수층이 ‘보통 국가화’를 내세우면서 국제분쟁 해결수단으로 전쟁과 무력행사 영구 포기와 육해공군 등 전력 불(不)보유를 규정한 기존 ‘평화헌법’을 바꾸려는 움직임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정치 지도자는 (주변국과의 안보문제를) 걱정하는 입장일 수 있지만, 그래도 결코 넘어서는 안 되는 선, 성(聖)스러운 하나의 선이 있다고 호소하고 싶었다”며 그 선은 일본이 군국화로 나아가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레이와는 일본 고대 시가집인 만요슈 제5권 ‘매화의 노래’ 32수 서문 구절인 ‘초춘영월 기숙풍화’(初春令月 氣淑風和)에서 딴 것이다. 이 시구는 ‘새봄의 길월(음력 2월)이 되니 공기는 맑고(아름답고) 바람은 온화(和)하다’는 의미다. ‘레이’(令)는 ‘선’(善)이라는 뜻과 함께 곱고 아름답다는 의미를 가진 일본어 ‘우루와시이’(うるわしい)와도 가장 가까운 말이라고 한다. ‘와’(和)는 32명이 노래를 매개로 모여 서로 마음을 통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국가와 국가 사이에 ‘와’가 있는 상태, 그것은 평화”라며 “레이와에는 평화를 기원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고 강조했다.

나카니시 교수는 일본이 앞으로 독선과 고립에 빠지지 않을 길은 ‘와’를 추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와’와 극단적으로 대치하는 개념이 폭력적으로 다른 나라로 ‘월경’(越境, 침략)이라며 일본이 한반도 등에 무력으로 밀고 들어간 것과 같은 근대 시기의 참혹한 역사에는 이제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고 말했다.

나카니시 교수는 지난 1일 열렸던 연호 결정에 참여한 전문가 9명 중 한 명이다. 이 가운데 레이와를 제안한 사람은 나카니시 교수라고 일본 언론은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나카니시 교수는 여러 사람의 의견을 모은 것이라며 본인의 아이디어였다고 명확히 밝히지는 않고 있다. 공식적으로 연호 고안자가 누구인지는 다음 연호가 결정된 뒤 관련 문서의 기밀 해제 후 밝혀진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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