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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DJ의 아들이자 정치적 동지 잠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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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인 김현철 사단법인 김영삼민주센터 상임이사가 21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김홍일 전 의원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사진 제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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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전 대통령 장남인 김홍일 전 의원이 지난 20일 오후 별세했다. 향년 71세. 소방당국은 김 전 의원이 이날 오후 서울 서교동 자택 안방에서 쓰러졌다는 신고를 접수하고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으로 이송했으나 오후 5시께 사망했다고 밝혔다. 차남 김홍업 전 의원은 "워낙 오래 병석에 있어서 심장이 약화돼 갑자기 심정지가 온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전 의원이 별세한 다음날인 21일 빈소에는 고인을 추모하는 정치인들 발길이 이어졌다. 생전 고락을 같이했던 동교동계 인사들이 오래 자리를 지켰다.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특1호실에 마련된 빈소 분위기는 비교적 차분하면서도 숙연했다. 고인은 민주화 투쟁 당시 얻게 된 고문 후유증으로 평생을 고통받다가 병세가 악화돼 숨을 거뒀다.

박지원 의원은 이날 오전 빈소를 찾아 "고인은 진정한 의미에서 김대중 대통령의 정치적 동반자이자 동지"라고 평가했다. 김대중 정부 시절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냈던 박 의원은 앞서 페이스북에 "(김 전 의원이) 나라종금 사건에 연루돼 의원직을 상실했을 때 (김대중) 대통령님은 '박 실장, 나는 우리 홍일이가 유죄를 받고 의원직을 상실하더라도 현금 3000만원을 들고 걸어가는 모습을 보았으면 원이 없겠어'라고 제게 말씀하셨다"며 "당시 김 의원은 3000만원 종이백은커녕 자기 혼자 일어서지도 못했고 걷지도 못했다. 누구나 아는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나라종금 사건에 연루된 김 의원이 측근의 허위 진술로 인해 형을 확정받았다는 얘기다. 김 전 의원은 박 의원 지역구이기도 한 전남 목포 출신으로 15·16·17대 국회의원을 지내다 인사 청탁과 1억5000만원 뇌물 수수 혐의로 기소돼 2006년 의원직을 상실했다.

'동교동계(DJ계)' 터줏대감 격인 문희상 국회의장은 이날 3시간여 동안 빈소를 지키다 나와 "그 엄혹했던 시절 아시다시피 고문 후유증으로 몹쓸 병에 걸려 10여 년을 말도 못하고 지냈다"고 깊은 상실감을 표했다. 문 의장은 김 전 의원 주도로 만들어진 김 전 대통령의 외곽 청년 조직인 민주연합청년동지회(연청)에서 중앙회장을 세 차례 맡은 바 있다. 빈소를 찾은 이낙연 국무총리는 "조문 직후 기자들을 만나 "김 전 의원은 아버님(DJ)의 아들이자 동지셨다"면서 "대통령 아들이면 좋은 일이 많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굉장히 오랫동안 고통을 받으셨고, 이제는 고통 없는 곳에서 편히 쉬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중앙아시아를 순방 중인 문재인 대통령을 대신해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도 이날 빈소를 찾았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도 페이스북에 "우리 세대가 겪은 '야만의 시대'를 다시 돌아본다"며 "시대는 변화했지만 그 변화를 만든 사람들에게 남겨진 상흔은 깊다"고 애도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 차남 김현철 교수, 노무현 전 대통령 장남 노건호 씨,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등이 조문하는 모습도 현장에서 포착됐다.

김 전 의원은 1971년 박정희 정권에 맞선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 사건(서울대 내란음모사건) 배후로 지목돼 갖은 고초를 겪었고, 1980년대 전두환 정권 때는 '김대중 내란음모사건'으로 당시 공안당국에 끌려가 모진 고문을 당했다. 김 전 의원은 남산에 있는 중앙정보부 지하실에서 보낸 야만의 시간을 이렇게 기록했다. "하루를 한마디 말도 없이 구타만 했다. 정신을 잃었다가 다시 눈을 뜨니 새 얼굴이다. 담당이 대여섯 명 되는 것 같았다. '니가 김대중이 아들이냐. 너는 절대로 여기서 살아나가지 못한다. 어차피 송장으로 나갈 테니까 피차 힘들게 하지 말고 묻는 말에 답해!' 사흘 동안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5월 15일 서울역 집회 배후자임을 시인하라고 윽박질렀다. 내 이름은 '빨갱이 새끼'였다." (김대중 전 대통령 자서전 인용) 이때 당한 고문으로 목과 허리 신경을 다친 김 전 의원은 치료 시기를 놓쳐 결국 파킨슨병을 맞았다. 파킨슨병은 신경계의 만성 진행성·퇴행성 질환으로 외부 충격과 고문을 집요하게 받은 이들에게 많이 발병한다.

한편 김 전 의원 장례는 장례위원장인 문 의장 주관 아래 나흘간 가족장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입관식은 22일, 발인식은 23일 함세웅 신부가 집전하는 장례미사 이후인 오전 7시에 치러진다. 장지는 광주 5·18 국립묘지다.

[윤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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