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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나도 갓난아기 아빠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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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에 싸인 채 아파트 문 밖에 놓여 있던 아기는 다행히 다시 아버지 품으로 돌아갔다. 생후 2개월밖에 되지 않은 아이는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조용했지만, 아버지는 굳게 닫힌 문 앞에 서서 여전히 안절부절했다.

지난 19일 자정이 조금 넘은 시간, 서울 강남구 한 아파트 현관문 앞에서 시간과 사투를 벌이던 경찰들은 조금씩 초조해졌다. 친정어머니에게 '아기 때문에 힘들다. 아기를 부탁한다'는 휴대전화 메시지를 보낸 뒤 연락이 두절된 아기 엄마를 한시라도 빨리 찾아야 했지만 이중·삼중으로 잠겨 있는 현관문은 좀처럼 열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문 열쇠업자까지 데려왔지만 허사였다.

이를 지켜보는 가족의 불안감은 1분 1초가 지날 때마다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머릿속에서 온갖 끔찍한 상상이 떠올랐다. 이때 신사파출소 소속 신동현 경장(32)이 나섰다. 신 경장은 똑같이 생후 2개월 된 아이를 둔 아버지다.

1층으로 내려와 찬찬히 집 주변을 살펴보던 신 경장은 아파트 발코니에 불이 켜진 것을 발견했다. 진입해야 하는 위치는 3층. 위험하긴 했지만 신 경장은 발코니 난간을 이용하면 불가능한 높이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마음을 굳힌 신 경장은 난간을 타고 아파트 외벽을 오르기 시작했고 이내 집 내부로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화장실 안에서 극단적 시도를 하던 A씨를 구해냈다.

발견 당시 A씨는 의식이 없었으나 맥박은 뛰고 있었다. 몇 분 후 의식도 회복했다. 신 경장은 "내게도 생후 두 달 된 아이가 있고 산후우울증을 공감할 수 있었다"면서 "남 일 같지 않게 느껴졌을 뿐"이라며 말을 아꼈다.

[김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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