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3 (수)

"다함께 어둠 뚫고 희망향해 걸어요"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 당신의 생명은 소중합니다 2부 ④ ◆

한국에서 자살은 여전히 묻기 민감한 개인 문제라는 인식이 퍼져 있다. 반면 미국에선 자살을 사회적 문제로 보는 사람이 급격히 늘고 있다.

미국 자살예방재단은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자살 예방 캠페인 중 하나인 '어둠 뚫고 걷기대회(Out of Darkness Walks)'에 참여하는 인원이 매년 급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걷기대회는 늦은 저녁부터 다음날 해가 떠오를 때까지 정해진 경로를 걷는 행사로 '캄캄한 어둠을 헤치고 희망으로 걸어나가자'는 취지다. 미국 전역에서 열리는 이 행사를 주최하는 미국 자살예방재단은 자살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예방 교육까지 제공하는 비영리 민간단체다. 참가자는 2013년 18만명에서 2017년 35만명으로 5년 새 17만명이나 증가했다. 행사를 통해 모금한 기부금도 2014년 1400만달러에서 2017년 2500만달러로 부쩍 늘었다.

반면 한국에서 벌어지는 비슷한 성격의 행사에선 참가자 수가 좀처럼 늘지 않고 있다. 한국 생명의 전화에서 주최하는 '서울 생명사랑 밤길걷기' 참가자 수는 2017년 8143명, 지난해 8010명에 달했다. 모금액도 매년 감소하는 중이다.

미국 자살예방재단 최고책임자 크리스틴 무티에 박사는 "대규모 인원이 참여하는 행사를 지켜보기만 해도 자살에 대한 상당한 인식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면서 "대회 참가자들을 보며 사람들이 '나만의 문제가 아니구나' 생각하게 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자살 충동에 괴로워하는 자살 유가족들이 매년 재단을 더 많이 찾고 있다. 미 자살예방재단은 2017년 자살 유가족에게 전년 대비 50% 늘어난 600번 이상의 방문 도움 요청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무티에 박사는 "개인이 보내는 기부금이 재단 전체 예산 중 70% 이상을 차지한다"면서 "자살 시도자와 자살 유가족, 자살자의 친구, 지인 등 약 30만명에 달하는 개인이 자살을 사회적 문제로 보고 예방에 힘써달라며 기부금을 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풀뿌리 기부로 모인 돈은 연구와 교육에 주로 쓰이고 있다. 자살예방재단은 2000개 이상의 특화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학교, 지역사회뿐 아니라 총기단체 등에도 자살 예방 교육을 제공한다.

[뉴욕 = 이희수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