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3 (수)

장내미생물 임상 봇물…암·당뇨 치료 도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건강기능식품으로 프로바이오틱스(생균)가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장내 미생물(마이크로바이옴)로 건강 증진은 물론 아토피, 당뇨, 암 등 특정 질병을 치료하는 '마이크로바이옴 테라퓨틱스'가 관심을 받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우리 몸속에 있는 100조개 이상 장내 미생물을 통칭하는 장내균과 그 유전체(지놈)를 말한다.

때문에 마이크로바이옴 구성에 따라 신체 건강은 물론 정신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일반적으로 건강한 사람은 장내 미생물 다양성이 매우 높다. 마이크로바이옴 테라퓨틱스는 장내 미생물의 어떤 성분이 구체적으로 어떤 질병에 효과가 있는지 밝혀 그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이 같은 장내 미생물을 활용해 신약을 개발하려는 바이오벤처가 급증하면서 장내 미생물을 기반으로 한 각종 질병 치료제 등장을 예고하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장내 미생물 바이오벤처인 고바이오랩의 고광표 대표(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지난 18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열린 '한국미생물학회 60주년 기념 학회'에서 "기존 건강기능식품들이 케어(Care·돌봄) 바이오틱스였다면 앞으로 질병 치료에 쓰이게 될 장내 미생물 신약들은 큐어(Cure·치료) 바이오틱스라고 할 수 있다"며 "최근 2년 새 장내 미생물 치료제 효능과 안전성을 검증하는 임상시험이 폭발적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영국 시장조사업체 글로벌데이터에 따르면 2015년 장내 미생물 치료제 임상시험은 세계적으로 5건이었지만 지난해에는 총 50건(9월 현재 기준)으로 3년 만에 10배 폭증했다. 이 중 5건은 임상시험 마지막 단계인 3상이다. 동물을 상대로 안전성 평가를 하는 전임상시험에 진입한 신약 후보물질도 2015년 8건에서 지난해 111건으로 가파르게 늘어났다.

국내 바이오벤처들의 장내 미생물 치료제 개발도 본격화되고 있다. 지놈앤컴퍼니는 올 하반기 착수를 목표로 미국에서 장내 미생물 기반 폐암 항암제 임상 1상을 추진한다. 고바이오랩은 올 하반기부터 호주에서 자가면역질환 신약 후보물질 2개에 대한 임상 1상에 들어간다. 쎌바이오텍 역시 연내 유전자 재조합 유산균을 활용한 항암제 신약 후보물질 전임상시험을 마치고 하반기에 임상시험을 신청할 예정이다.

장내 미생물로 치료제를 만드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먼저 건강한 사람 분변 속 마이크로바이옴을 그대로 정제·건조해 '분변이식술(FMT)'을 약제화하는 방식이다. 분변이식술은 건강한 사람 분변에 있는 마이크로바이옴을 통째로 이식하는 것이다. 어떤 장내 미생물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지만 비만과 위장질환, 대사질환 등 다양한 질병 개선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같은 분변이식술을 약제화한 장내 미생물 치료제는 상대적으로 신속한 상용화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설사, 패혈증 등을 동반하는 대장염으로 심한 경우 사망에도 이를 수 있는 '클로스트리듐 디피실레 감염증(CDI)' 치료제가 대표적이다.

여기서 한 단계 진화한 것이 마이크로바이옴에서 특정 질병에 작용하는 것으로 확인된 일부 장내 미생물을 조합해 약물로 제조하는 것이다. 미국 비단타바이오사이언스는 마이크로바이옴에서 핵심적인 CDI 억제 효과를 내는 인간 공통의 장내 미생물 8종을 골라내 신약 후보물질 'VE303'을 개발했다.

전문가들은 장내 미생물 치료제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방향은 특정 질병에 치료 효능이 있는 장내 미생물의 작용 기전을 규명한 뒤 이를 타깃으로 하는 약물을 개발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고 대표는 "분변 속 마이크로바이옴을 통째로 쓸 경우 분변의 출처(건강한 사람)에 따라 치료 효능이 일정하지 않은 한계가 있다"며 "구체적으로 어떤 장내 미생물이 어떤 작용을 하는지 밝혀낼 수 있다면 치료제 안전성과 효율성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칼레이도는 장내 미생물의 특정 대사물질을 활용해 요소회로장애(UCD), 간성뇌증(HE) 등 다양한 질병에 대한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고바이오랩도 장내 미생물 유래물질로 제2형 당뇨, 지방간 등을 치료하는 신약 후보물질을 개발하고 있다.

[제주 = 송경은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