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3 (수)

복제약 초고강도 규제 위기…신약개발 기회로 활용할것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장수 비타민 제품 '유판씨' 등을 생산하는 유유제약이 최근 새로운 변화를 맞았다. 지난 1일부터 유승필 회장과 최인석 사장 공동대표 체제가 유원상 부사장(45)과 유 회장의 각자대표 체제로 바뀌며 창업 78년 만에 오너 3세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유원상 대표는 유 회장의 장남이자 고(故) 유특한 유유제약 창업주의 손자다. 유 창업주는 유한양행을 세운 고 유일한 회장 동생이기도 하다. 대표 취임 후 첫 인터뷰를 매일경제신문과 한 유 대표는 "솔직히 (대표 취임) 첫 달부터 정신이 없다"고 했다. 현재 개발 중인 신약 때문이다. 유유제약은 기존 전립샘 비대증 치료제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복합성분 개량신약의 임상 3상 승인과 안구건조증 치료 신약의 임상 2상 승인을 각각 받아둔 상태다. 전립샘 비대증 개량신약은 현재 유유제약이 가장 많이 신경 쓰는 분야로, 성분 개선과 함께 겉이 말랑말랑한 기존 연질 캡슐 제형 부피를 3분의 1로 줄이는 나노 기술을 적용했다. 기술이 완성되면 전립샘 비대증 환자들이 더 작은 크기 치료약을 훨씬 편리하게 복용하게 된다. 유 대표는 "최근 제네릭(합성의약품 복제약) 가격이 인하되고 허가 규제도 까다로워져 큰 위기에 봉착했지만 이 같은 규제가 사실은 신약에 대해선 가격을 더 우대해주는 정책이기 때문에 신약 개발에 매진하라는 기회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유유제약의 지난해 매출은 자회사 유유헬스케어까지 포함해 831억원이다. 연 매출 1000억원대를 깨지 못한 중소제약사다. 하지만 유 대표는 '언제까지 매출 1000억원을 넘어서겠다'는 목표 같은 건 절대 내세우지 않는다. 그는 "좋은 신약을 개발하고 그 기술을 수출하는 게 중요하다"며 "매출은 그 결과물로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 그가 중시하는 목표는 따로 있다. 유 대표는 "대학생들이 졸업 후 들어오고 싶은 기업을 만드는 게 제일 중요한 경영 목표"라며 "인재 영입과 신약 개발이라는 선순환을 이어 가고 싶다"고 강조했다. 유 대표가 영업마케팅 부사장이던 2016년 경력에 상관없이 우수한 성과를 낸 사내 인재들에게 '스톡그랜트(회사 주식 무상 증여)'를 주는 파격적인 제도를 도입한 게 이 때문이다.

미국에서 학·석사 학위를 받은 유 대표는 메릴린치증권과 글로벌 제약사 노바티스를 거치며 증권업과 제약업의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경험했다. 1999년에는 미국 뉴욕에서 한국 지상파 방송 통신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한국으로 돌아와 2009년 유유제약 상무로 입사한 유 대표는 업계 최초로 빅데이터를 제약 마케팅에 적용했다. 2003년 유유제약이 출시한 멍 완화 연고 '베노플러스겔'은 10년이 지나도 연간 판매액이 10억원을 넘기지 못할 정도로 매출 부진에 빠져 있었다. 이에 2013년 유 대표는 제품의 고객 성향을 빅데이터로 분석했다. "처음엔 여기저기 잘 부딪치는 아기들을 위해 이 멍 완화 연고를 개발했어요. 하지만 빅데이터를 분석해보니 오히려 20·30대 여성이 이 제품을 많이 찾더군요. 여성들이 수영복을 입을 때 멍 부위가 노출될 걸 우려해 베노플러스겔을 쓰거나 혹은 필러 등 성형 후에 멍이 든 곳을 빨리 낫게 하려고 이 연고를 애용했던 것이죠." 빅데이터 분석 결과를 받아 든 유 대표는 곧장 베노플러스겔의 판매 포스터 주인공을 아기에서 젊은 여성으로 바꾸는 등 여성 마케팅을 진행했다. 그 결과 2013년 베노플러스겔 매출은 2배 신장했다.

[서진우 기자 / 사진 = 이승환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