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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부자 정부에 가난한 국민…과감한 재정 확대로 가야”“지역균형 논리로 예타 면제, 사람이 오도록 유인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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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정부의 경제정책, 좌표는 있는가’…지식인선언네트워크 토론회

경향신문

지식인선언네트워크가 19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좌표는 있는가’라는 주제로 연 토론회에서 김태일 고려대 교수가 PPT를 활용해 설명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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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축재정 오류…가처분소득 줄어

사회복지 확대 위해 대규모 추경을

에너지 전환, 핵심인 세제개편부터


소득주도성장과 포용적 복지국가 구현 등을 공약으로 내세운 문재인 정부가 역대 최대 규모의 초과세수와 재정여력을 확보하고도 공약 실현에 필요한 돈 풀기에 나서지 않는다는 지적이 진보·개혁 진영에서 나왔다.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와 에너지 전환 정책에 대해서도 비판이 제기됐다.

진보·개혁 지식인들 모임인 지식인선언네트워크는 19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좌표는 있는가’라는 주제로 문재인 정부 2년을 평가하는 토론회를 열었다. ‘문재인 정부의 재정정책 무엇이 문제인가’ ‘예타 면제로 되짚어 본 예타의 쟁점들’ ‘에너지전환과 수소경제는 어떤 전환을 담보하는가’라는 내용으로 발표와 토론이 진행됐다.

조영철 고려대 초빙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역대 최대 규모의 초과세수가 발생하고, 다른 나라에 비해 재정여건도 양호한 상황에서 적극적인 재정정책에 나서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당초 계획보다 더 걷힌 세금은 2017년 14조3000억원, 지난해 25조4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다. 이에 따라 정부의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도 2017년 24조원에 이어 지난해 역대 최대인 31조2000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실질적인 재정상태를 나타내는 관리재정수지(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성기금수지를 뺀 것) 적자폭도 개선됐다.

조 교수는 정부가 재정여력에도 불구하고 긴축재정 기조를 이어가 내수를 위축시켰다고 분석했다. 조 교수는 “초과세수에도 지난해 국세수입예산을 소폭 증액하고 추가경정예산도 3조8000억원의 초미니로 편성해 긴축재정 오류를 시정할 기회를 상실했다”며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 등으로 발생한 비용 상승을 상쇄할 내수활성화 정책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소득주도성장을 외치면서 세금을 더 걷어 국민의 가처분소득을 줄이는 결과를 초래했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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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교수는 재정여력을 바탕으로 확장적 재정정책을 쓸 것을 정부에 권고했다. 최근 세계경기가 하강하는 상황에서 재정정책의 효과가 클 것이라고 봤다. 그는 “어차피 해야 할 사회복지 확대를 이번 추경에 당겨서 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며 대규모 추경편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고용유발 효과가 가장 큰 사회복지 일자리에 투자를 확대하고 주거복지에 예산을 과감히 투입할 것 등을 제안했다.

조 교수는 포용적 복지국가 실현에 필요한 재정수요가 큰 만큼 구체적인 증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신용카드 소득공제 연장·가업상속공제 확대 등 문재인 정부 조세정책을 두고 “증세 개혁과는 정반대로 나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난 3년간 대규모 초과세수로 감세 여론이 커진 상황”이라며 “초기에 재정여력을 활용해 포용적 복지국가의 효능을 체감하게 하고 증세를 추진했다면 반발도 적고 경제 상황도 호전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토론에 나선 이강국 일본 리쓰메이칸대 교수는 “문재인 정부 들어 이전에 비해 긴축재정이 더욱 심해졌다”며 “정부와 여당이 경기악화를 인정하지 못하면서 확장적 재정을 추진하지 못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기적으로는 경기대응과 소득주도성장 실현을 위한 재정확장이, 중장기적으로는 복지국가 확대를 위한 보편적 증세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부자 정부, 가난한 국민’이라는 표현을 쓰며 “뿌리 깊은 재정건전성 ‘신화’를 극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최근 지역균형발전 명목으로 다수의 국책사업에서 예타를 면제한 것에 대해서도 비판이 나왔다. 김태일 고려대 교수는 “재정낭비를 막는다는 예타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예타 통과를 위한 최소한의 경제성 평가 기준을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배균 서울대 교수는 “정부가 내세운 지역균형은 지방자치단체별로 나눠먹기 방식의 예산 분배이며 기업 유치 지향적인 지역발전 논리에 매몰돼 있다”며 “지역 공립의료시설 확충이나 지방국립대 육성 등 교육·복지·문화 투자를 늘려 지방에 사람이 오도록 유인해야 한다”고 했다.

에너지 전환 정책과 관련해서는 핵심적인 제도 개편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박진희 동국대 교수는 “재생에너지 시장의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에너지 세제 개편도 시급한데, 본격적인 논의가 미뤄지고 있다”고 했다. 박 교수는 “중앙집중식의 화력·원자력 발전 기반으로 마련된 전기사업법의 근본적인 개정이 필요한데 이에 대한 논의도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도 했다.

박광연·박상영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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