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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김정숙 여사 "1세대 고려인 경의"…고려인 할머니 "우즈벡人 '젖동냥' 덕에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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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숙 여사, 우즈벡 영부인과 함께 '1세대 고려인' 독거노인 거주 '아리랑요양원' 방문

아시아경제

우즈베키스탄을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19일(현지시간) 아리랑 요양원에서 1세대 고려인 어르신 이마리아 할머니를 위로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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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슈켄트(우즈베키스탄)=아시아경제 손선희 기자] 중앙아시아 3개국을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순방중인 김정숙 여사는 19일(현지시간) 두 번째 방문국인 우즈베키스탄 수도 타슈켄트 외곽에 위치한 '아리랑요양원'을 방문했다. 아리랑요양원은 한국과 우즈베키스탄 양국의 합의로 1세대 고려인 독거노인을 위해 만든 요양원이다.


김 여사의 아리랑요양원 방문은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대한민국 독립에 기여한 연해주 한인들의 후손인 고려인 동포들을 격려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일정에는 이례적으로 우즈베키스탄 대통령 영부인인 미르지요예바 여사가 동행했다.


고려인은 1920년대 스탈린 치하 소련 연해주 등지에서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당한 조선인들의 후손이다. 현재 우즈베키스탄에는 단일국가로는 가장 많은 18만 명의 고려인이 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김 여사는 이 자리에서 "고려인들은 나라 없이 와서 노력으로 부자도 되고, 소비에트 시절에는 노력영웅도 23명이나 된 훌륭한 분들이다"며 고려인 1세대 어르신에게 경의를 표했다. 아울러 "여기 (우즈벡) 영부인 방문은 처음"이라며 "(우즈벡에서) 도로도 내주고, 40인승 버스 등을 내어주며 살펴주시겠다고 하셨다"며 미르지요예바 여사에게 감사를 표했다.


요양원에 머무는 조 조야(85) 할머니는 "배를 곯아 젖이 안 나와 아기가 우니, 우즈베키스탄 여자들이 아기에게 젖을 먹여 줬다. 그렇게 하면서 살았다"며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은 손님을 귀하게 알아 한밤 중에 온 손님한테도 차를 대접한다"고 과거 험난했던 삶에 큰 도움이 됐던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김 여사에게 전했다.


이야기를 듣던 김 여사는 아픔에 공감하며 "오늘 미르지요예바 여사와 오면서 '이제는 옛날의 나라를 떠나오듯이 배고픈 나라가 아니다'며 서로가 무엇을 도와서 어떻게 함께 클 것인가에 대해 얘기하며 왔다"며 "힘들었던 우리 어머니들의 많은 노고가 밑거름이 돼서 우즈베키스탄 대통령과 영부인으로부터 고맙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는 것이…(감격스럽다)"고 말했다. 김 여사는 울먹이느라 말을 끝맺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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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베키스탄을 국빈방문 중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와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의 부인 지로아트 미르지요예바 여사가 19일 오전(현지시각) 타슈켄트 아리랑 요양원을 방문하여 고려인 어르신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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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고려인 1세대 허이오시프 할아버지(85)는 "역사적인 고향은 한국이지만 실제 고향은 우즈베키스탄"이라며 "이주하게 됐을 때 우즈벡 국민과 정부가 없었으면 살아남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돌아봤다. 허이오시프 할아버지는 "우즈벡 국민은 저희에게 형제와 같은 존재로, 마지막 빵 한 조각을 나눠서 먹는 사이가 됐다"며 "이날을 계기로 우즈벡 정부에 감사 말씀을 전하면서 나이들어 이렇게 좋은 요양원에서 살 수 있었던 것은 결국 역사적인 조국인 한국 정부 덕분이라고 생각한다"며 우리 정부를 향해서도 감사의 뜻을 표했다.


한정우 청와대 부대변인은 "이번 김 여사의 아리랑 요양원 방문을 계기로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은 40인승 버스를 요양원에 증정하기로 결정했다"며 "아리랑 요양원 주변에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는 이번 김 여사의 방문 결정으로 요양원 설립 10년만에 5킬로미터 도로 포장부터 화단 조성, 각종 가구 선물 등 우즈베키스탄측의 아낌없는 지원이 이뤄진 점"이라고 전했다.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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