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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6 (수)

"이럴바엔 특수학교 보낼걸" 장애학생 엄마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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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경기도 남양주에 사는 이연주 씨(가명)는 최근 발달장애가 있는 자녀의 하교를 기다리다 눈물을 쏟았다. 교문 근처에 서 있던 다른 학부모들의 험담을 들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들으라고 한 소리인지 모르겠지만 제 아이를 싫어하는 기류를 확실히 느꼈다"며 "'장애인 학교에 보내야 하는 것 아니냐' '다른 애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겠느냐'는 등의 비하성 발언에 가슴이 미어졌다"고 토로했다.

교육당국이 장애 학생과 비장애 학생 간 벽을 허물겠다며 장애 학생 통합교육 정책을 펴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아직도 만연해 차별과 피해를 호소하는 학부모가 많다. 또 장애 학생의 학습 지도를 위한 교육 기반시설 부족으로 결국 통합교육보다 분리형 특수교육을 택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장애인의 날(20일)을 하루 앞둔 19일 전문가들은 "제대로 된 통합교육 정책을 펴기 위해서는 활동보조교사 충원 등 충분한 환경 조성을 선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행 교육제도에 따라 장애 학생을 위한 특수교육은 특수학교와 일반 학교에서 병행되고 있다. 특수학교는 특수교육 대상자로 인정받은 학생들만 따로 선별해 장애 특성이나 발달 수준에 맞는 교육과정을 제공한다. 일반 학교에서는 분반 형태로 반을 달리하는 특수학급과 학생 구분 없이 함께 수업을 받는 일반 학급으로 구분된다. 다만 일반 학급에 배정된 장애 학생을 위해 수학 등 일부 과목에 대해서는 별도의 수업이 진행된다.

교육계 관계자는 "어느 정도의 구분은 있지만 장애 학생과 비장애 학생이 같은 장소에서 수업을 받는 게 통합교육 현장"이라며 "지난해 서울인강학교 등 일부 특수학교에서 교직원의 장애 학생을 대상으로 한 폭력 사건이 발생하고 난 후 통합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커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장애 학생 부모들은 일반 학교가 제대로 된 통합교육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교육 기반부터 닦아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서울 금천구에 사는 정은희 씨(가명)는 "통합교육 취지에 공감해 자폐성 장애가 있는 딸을 일반 학교에 보냈다"면서도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현장을 볼 때마다 후회한다"고 밝혔다. 이어 "장애 학생들이 학교 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활동보조교사가 일대일 수준으로 늘어나지 않으면 다른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일 때문에 오히려 역효과가 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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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학교에서 특수교육을 돕는 인력의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을 1년 연기한 끝에 일반 학교에서의 통합교육을 결정한 김현서 씨(가명)는 "특수학급 수업을 돕는 인력이 공익근무요원이었는데 아이와 계속 갈등을 빚어 결국 해당 요원이 병무청에 민원을 접수했다"며 "특수학교로 전학하는 것도 고민했지만 가까스로 활동보조선생님을 구해 지금은 학교 생활에 적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소한의 전문성을 가진 보조교사가 확보된다면 더 안심하고 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일부 학부모들은 장애 학생들을 위한 교육 기반이 여전히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서울 종로구에 사는 장은혜 씨(가명)는 "지적장애가 있는 딸의 학교 선택을 위해 사전 답사만 수차례 했는데 답사 때와 입학 후가 달라 난감한 적이 있었다"며 "분명 두 개의 특수학급을 운영한다고 했는데 입학하니 하나뿐이었다"고 회상했다. 또 "초등학교는 그나마 학교 수가 많은데 중·고등학교는 기본적인 학교 수가 적어 다른 구에 있는 중학교로 진학하는 경우도 많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교육부의 2018년도 특수교육통계 자료에 따르면 통합교육을 지원하는 학교급별 학급 현황은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올라갈 때 급감한다.

교육당국은 장애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통합교육 정책의 실효성을 느낄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전국 최초로 '통합교육팀'을 신설하고, 보다 촘촘하게 특수교육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교육청은 이를 위해 9월부터 특수교육팀에 추가 인력을 배치할 예정이다. 또 일반 교육과 특수교육 전문가로 구성된 통합교육지원단을 본청과 11개 교육지원청에 신설해 통합교육과 특수학급 교육에 대한 '찾아가는 전문가 컨설팅'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진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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