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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4 (월)

[기자수첩] 의원님, '좌시천리' 착각마세요...연천 폐기물매립장 논란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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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뉴스

(연천=국제뉴스) 허일현 기자 = 기자는 최근 사업장폐기물매립장 유치를 두고 찬반 논란을 빚고 있는 경기 연천군 전곡읍 고능양원리 주민들과 군의회를 취재해 몇 차례 보도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자가 지난 11일 군 의회와 주민 간 간담회 내용을 모니터링 한 결과 폐기물매립장 찬성주민들의 확신에 찬 구체적인 논리에 비해 군의회의 논리는 포괄적이고 상징성에 치우쳐 설득력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주민들은 그동안 반대하는 측이 주장하는 환경이나 문화경제적 위해 내용을 파악하고 실리적으로 나름 설득력 있게 반박한 반면 군 의회는 '청정연천'이나'친환경농작물에 대한 이미지 우려'정도로 맞서는 양상으로 빈약하기 이를 때 없다.

구체적인 내용은 국제뉴스 2019년 4월15일,16일,18일자로 보도했으니 더 이상 언급은 않겠다.

1시간 30여분에 걸친 간담회에서의 주된 공방은 군의회가 '사업장 폐기물 매립시설 설치 반대 결의문'채택 시 찬성주민들의 의견은 들어보려 하지 않은 것에 대해 강한불만 제기였다.

주민들은 결의문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 결과라고 했지만 자신들의 의사 반영 없는 결의문은 무효로 취소를 요구하면서 군 의원들을 압박했다.

그러면서 자신들을 한 번도 만나지 않는 이유를 따졌는데 군 의원들의 답변은 궁색했다.

한 군의원은 그 이유로 '좀 이상한 말을 들어서 만나는 것이 난감해서 그랬고', '의원 한분이 만나봤기 때문에 직간접적으로 들었고', '전체의원이 꼭 다 만나봐야 하느냐'는 등 옹색한 변명에 급급했다.

또 한 주민이 현장도 안보고 어떻게 잘 알고 판단하느냐고 따지자 군의원은 '관련 자료도 다보고, 꼭 가서봐야 되는 것도 아니'라며 얼버무리느라 쩔쩔맸다.

군의회가 결의문을 채택하는데 찬반 의견수렴은 당연하고, 사업자도 만나서 입장도 들어보고 현장도 가봐야 되는 것이 지당한데 '난감해서','사업자 말 들어 봐야'라면서 당연한 것을 소홀히 했으니 궁색할 수밖에 없다.

이 대목에서 공자와 위나라 왕의 이야기를 다룬 사기'의 신릉군(信陵君)열전에 나오는 '좌시천리(坐視千里)'라는 고사성어가 생각난다.

여기에서의 좌시천리는 '앉아서 천리'를 본다는 뜻으로 혜안이나 첩보, 정보에 대한 중요성을 나타낸 말로 좋은 의미다.

그러나 기자의 생각에는 이번 군의회의 행태는 전체주민들의 뜻을 잘 알지도 못하고 제대로 된 정보도 없이 '좌시천리' 한 듯 착각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결의문으로 허장성세(虛張聲勢)를 보이다 결국 주민들에게 질타를 당한 것 아닌가 싶다.

주민들이 섣부른 결의문 채택의 잘못을 계속 다그치자 행정은 집행부가 하는 것이고 군의회 는 '의견을 낸 것일 뿐'이라는 결의문의 의미를 애써 축소하는 어이없는 답변도 나왔다.

참 무책임한 답변이다. 군의회의 결의문은 말 그대로 전체 군민의 의견을 모아 신중하게 결정을 해야 하고 막중한 책임이 뒤따른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안다.

그리고 실제 군 행정에 막중한 영향력을 미치는 행위인데 그저 '의견을 낸 것일 뿐'이라는 답변이라니.

군 의회는 주민들의 주장처럼 의견수렴이 제대로 안된 결의문이라면 취소하는 것이 맞다.

그래서 이제라도 '좌시천리'하듯 섣부른 판단을 하지 말고 주민들의 의견대로 현장도 가보고 말로만 다양한 의견수렴이 아닌 찬반 주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토론해 결론을 내는데 힘쓰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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