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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3 (일)

[김경록의 욜로은퇴] 내 연금 내가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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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100세 시대, 누구나 그리는 행복한 노후! 베이비 부머들을 위한 욜로은퇴 노하우를 전합니다.

뉴스1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 © 뉴스1


(서울=뉴스1)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 = 2000년대 우리나라 펜션(pension) 투자가 유행일 때 이야기입니다. 미국의 연금연구소(pension institute)들에 한국 사람들이 미국의 펜션에 대해 물어보더랍니다. 연금과 펜션의 영어 단어가 똑 같아서 생긴 에피소드입니다. 사실 연금의 어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펜션에서 비롯되었다고 합니다. 나이 들어 펜션을 가지고 있으면 거기에서 돈이 정기적으로 나오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이러한 펜션을 사지 않더라도 노후에 일정한 소득을 주는 시스템이 있습니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연금(pension)과 연금(annuity)입니다. 영어로는 다른 단어인데 모두 같은 말로 번역되어 헷갈리게 합니다. 연금(pension)은 주로 제도(plan)를 의미합니다. 국민연금, 퇴직연금 등이라 할 때 이 단어를 씁니다. 이 연금은 각 개인의 계좌가 있지 않고 통합된 하나의 기금으로 운영되며 개인은 근무기간, 적립기간, 월적립금 등에 따라 평생 받을 연금액이 결정됩니다.

반면에 연금(annuity)은 자기 계좌에 돈을 넣어 놓고 수익금과 원금을 함께 인출하는 방식입니다. 확정된 금액을 받으며, 이를 종신으로 받을 수도 있고 일정 기간을 정해서 받을 수도 있습니다. 운용수익과 수명이 불확실한데도 일정한 금액을 지급하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그 위험을 떠안아야 하는데 그 역할을 민간 보험사가 담당합니다. 물론 위험을 떠안는 대가로 보험료를 받습니다. 보험료가 비싸면 받는 연금액이 적어집니다. 게다가 보험사가 개인계좌들을 모아서(pooling) 운용하다 보니 중간에 해약이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한번 연금이 개시되면 ‘계속 고(go)’입니다.

개인이 연금을 스스로 만들 수도 있습니다. 이를 자가연금(self annuity)이라고 하는데 규칙성을 통해 자신의 계좌에서 일정한 금액을 스스로 인출하는 방식입니다. 일명 ‘DIY(Do It Yourself) 연금’ 혹은 ‘셀프연금’입니다. 예를 들어, 배당일이 각각 다른 6개의 리츠(REITs)를 사 놓으면 매월 배당금이 들어옵니다. 보유 리츠의 평균배당금액을 감안해 매월 일정한 금액을 보험사의 정기연금처럼 인출하면 됩니다. 장점은 보험료를 지불하지 않아도 되고, 원하면 리츠를 팔아서 현금화할 수 있습니다.

금융상품을 달리 하여 받을 수도 있습니다. 계좌에 모두 주식펀드를 넣어두고 여기에서 매월 확정된 금액을 인출하는 방법입니다. 이 경우 주식 수익률이 높으면 수익금만으로 연금을 만들 수 있지만 수익률이 낮을 때는 원금을 계속 빼 써야 할 경우도 있습니다. 수익률 저하가 지속되면 원금이 빨리 바닥나버리겠죠. 일본의 월지급식 펀드가 이랬습니다. 반대로 수익률이 계속 고공행진을 하면 원금을 훼손하지 않고 투자수익만으로 연금을 평생 만들 수 있습니다.

이처럼, 자가연금은 보험료를 지불하지 않고 언제든 현금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개인이 이를 잘 구조화해야 합니다. 즉, 얼마의 소득을 몇 년 동안 받아야 할지를 결정하고, 이에 맞는 금융상품을 계좌에 담고, 마지막으로 적합한 인출방식을 적용하는 것입니다. 연금을 만들기에 적합한 금융상품은 수익률이 낮지 않은 현금흐름이 꾸준히 나와야 합니다. 이 조건을 충족해주는 게 인컴형 투자자산입니다. 투자자산이지만, 자산가격 상승보다는 배당이나 이자 획득이 주 목적인 자산입니다. 리츠, 상장 부동산펀드, 회사채, 배당주 등이 이에 해당됩니다.

이런 자산을 담고 나면, 계좌의 수익금과 원금의 일부를 연금처럼 인출할 수 있는 인출방식을 적용해야 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정액식(定額式)입니다. 예를 들어, 초기 자산의 4%(5억원이면 연 2000만원)를 계속 인출하는 방식입니다. 이 방식은 금액이 확정적이어서 이해하기 쉬우나 계좌의 잔고가 언제 바닥날지 예상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계좌 운용수익률이 높으면 오래 유지되고 낮으면 일찍 바닥나기 때문입니다.

두번째로 대표적인 방식은 인출기간을 정해놓는(예를 들어 30년) 정기식(定期式)으로 매년 계좌잔고를 잔존 연금기간으로 나눈 금액을 인출합니다. 초기자산이 5억원이고 운용수익률이 4%라고 하면, 첫 해에는 1666만원(=5억원/30년) 인출하고, 둘째 해에는 1733만원(=5억 266만원/29년) 인출합니다. 이렇게 되면 마지막 해에는 5197만원을 인출하고 계좌잔고는 없어집니다. 즉, 연금액은 변동하지만 30년 후에 계좌 잔고는 정확히 ‘0’이 됩니다. 이는 매월 연금액은 확정적이지만 계좌잔고의 소진기간을 모르는 정액식과 대비되는 방식입니다. 이 외에도 다양한 방법들이 있으니 자신의 현금흐름에 적합한 인출방식을 선택하면 됩니다.

국민연금은 우리가 어떻게 손댈 수 없고, 민간 종신연금은 유동성이 없어 무작정 많이 하기 어렵습니다. 자신의 금융자산으로 내가 스스로 만드는 자가연금이 노후에 중요해지는 이유입니다. 자가연금과 함께 공적연금, 종신연금을 잘 활용해서 노후 소득포트폴리오를 만들면 좋습니다. 이제는 마냥 예금에 자산을 두고 매월 필요한 만큼 꺼내 쓰는 것보다, 투자자산으로 셀프연금을 만들어 국민연금을 수령하는 나의 월급통장으로 자동이체시키면 어떨까 합니다.

※ 이 글은 뉴스1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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