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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터키 외환보유액' 32조?18조?…에르도안 "서방언론 공격"발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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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유희석 기자] [FT "은행간 달러 스와프로 외화보유액 뻥튀기"…금융 불안 확대에 리라 가치 급락]

머니투데이

(모스크바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8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 궁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러시아-터키 협력회의에 도착을 하고 있다. 터키 대통령의 러시아 벙문은 올해 들어 벌써 세 번째로 양국 정상은 "상호 협력을 더욱 강화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 AFP=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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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만 명의 돈주머니를 책임지는 한 나라의 중앙은행이 외화보유액을 좋게 포장하는 일이 가능할까. 세계 금융시장에서 신뢰를 잃을 것을 각오해야만 하는 일이다. 불가능할 것 같지만, 터키에서 실제로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8일(현지시간) 터키 중앙은행이 이달 초 281억달러(32조원)의 외화를 보유하고 있다고 발표했지만, 이는 시중은행과의 통화 스와프를 통해 부풀린 것으로 실제 규모는 160억달러(약 18조원) 미만일 것이라고 보도했다. 외화보유액을 발표하기 전 시중에서 달러를 끌어모아 그럴듯하게 보이게 꾸몄다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도 지난 12일 기준 터키 중앙은행의 외화보유액은 284억달러였지만, 이 가운데 45%는 현지 은행과의 단기 거래로 얻은 것이었다고 전했다.

앞으로 1년 내 만기가 돌아오는 터키 외채 규모가 1180억달러(약 134조원)에 이르는 상황에서 외화보유액마저 실제보다 훨씬 적을 수 있다는 우려가 시장에 퍼지면서 미 달러 대비 터키 리라화 가치는 이날 한때 2% 가까이 급락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터키 중앙은행에 대한 비판적 여론에 대해 "서방 언론의 공격"이라며 발끈했다. 그는 "그들은 터키 경제가 붕괴했고, 끝났다고 말하지만, 터키 경제는 여전히 건재하다"면서 "그들도 터키가 강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자신만만한 말과는 달리 전문가들은 리라화 가치가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계 자산운용사 누버거 버먼 유럽지사의 카안 나즐리 선임연구원은 "터키 정부가 기업의 부채상환 지원을 위한 외화 백스톱(안전장치)을 분명히 밝히지 않는 한 외화보유액 자료는 앞으로도 (시장의 주요) 관심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회사 리걸앤드제너럴 인베스트먼트의 막달레나 폴란 이코노미스트는 "문제는 터키가 가진 외화가 이미 적다는 사실"이라며 "이는 중앙은행의 외환시장 개입 여지를 제한한다"고 우려했다. 투자은행 브라운 브라더스 해리먼의 윈 신 외환시장 부문 대표도 "진짜 핵심은 터키의 제도적 틀이 무너지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유희석 기자 heesu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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