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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1 (금)

한국 정부는 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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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한·베 법률가,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피해 진상 규명 촉구하는 첫 공동성명

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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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4일 베트남 꽝남성 퐁니·퐁넛 마을의 응우옌티탄(58·여)과 하미 마을의 같은 이름을 가진 또 다른 응우옌티탄(61·여)은 서울 종로구의 청와대로 향했다. 2018년 4월 서울 마포구에서 열린 시민평화법정에서 베트남전쟁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피해를 증언한 두 응우옌티탄은 이날 꽝남성·꽝응아이성 17개 마을에 살았던 피해자 103명을 대표해 청원서를 제출했다(제1256호 표지이야기 ‘나는 진실을 원합니다’ 참조). 살아남은 피해자들의 적극적인 행동에 한국과 베트남 법률가 단체들도 한국 정부에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베트남 법률가들이 한국 정부에 피해 회복 조치를 공식적으로 촉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반관반민 성격의 베트남 단체

베트남법률가협회는 4월17일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서울지방변호사회와 공동성명을 냈다. “베트남전 민간인 피해 사건에 대한 진상 규명 등은 인권과 평화라는 인류 보편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초석일 뿐만 아니라, 역사적 진실의 바탕 위에서 한국과 베트남의 미래지향적 관계를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한국 정부가 베트남전 민간인 피해 사건에 대한 진상 규명과 이를 통해 확인된 피해자 등에 대한 보상과 치유 등 피해 회복 조치를 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베트남법률가협회는 베트남 전국 63개 성과 도시에 지부를 가진 베트남의 대표 법률가 단체다. 1955년에 만든 이 협회는 베트남공산당 산하의 조국전선 회원 단체다. 법률가와 법률 관련 학자 6만3천여 명(2017년 기준)이 가입돼 있다. 상당수의 회원이 공산당원이어서 반관반민 성격도 띠고 있다. 공동성명을 발표한 서울지방변호사회는 한국의 전체 변호사 2만3천여 명 가운데 1만9천여 명이 소속돼 있다. 전국 지방변호사회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다. 공신력 있는 한·베 두 법률가 단체가 한목소리로 한국 정부에 진상 규명을 촉구한 것이다.

이번 한·베 두 법률가 단체의 공동성명으로 ‘미안해요, 베트남’ 운동에서 이어진 ‘함께해요, 베트남’ 운동의 동력도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2000년대부터 시민사회에서 시작한 ‘미안해요, 베트남’ 운동은 한국과 베트남 민간 영역을 중심으로 문서 공개 소송, 시민평화법정 개최 등을 꾸준히 해왔지만, 한국 정부는 아직 아무런 응답이 없다. 그러나 최근 베트남 민간인 학살 피해자들의 청원서 집단 제출에 이어 한·베 법률가 단체의 공동 대응으로 청와대도 상당한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늦어도 150일 안에 103명이 제출한 청원서에 답해야 한다.

이용우 서울지방변호사회 인권이사는 “문서 공개 소송, 시민평화법정 등 민간 영역에서 다양한 활동이 이어졌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한국 정부 차원의 진상 규명과 피해 회복 조치 노력은 미미한 상태다. 양국을 대표하는 법률가 단체의 공동성명 등을 계기로 청와대가 민간인 학살 피해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길 기대한다. 이는 참전 군인들의 희생과 고통에 대한 온전한 역사적 평가를 끌어내는 길이기도 하다”라고 했다.

희망 품고 있는 피해자들

베트남 민간인 학살 피해를 알려온 한베평화재단은 양국 법률가 단체의 공동성명을 환영하며 이날 입장문을 발표했다. “지금까지 한국 정부는 베트남전쟁 시기 일어난 가해의 역사를 외면하고, ‘유감’이란 표현과 함께 어정쩡한 태도로 일관했다. 피해자들은 한국 정부로부터 과연 어떤 답변이 올지 기대와 희망을 갖고 기다리고 있다. 한국 정부가 직접 답할 차례다.”

조윤영 기자 jy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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