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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0 (목)

마오쩌둥 즐겨 먹던 ‘송화단’ 놓고 이탈리아·중국 감정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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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송화단. 게티이미지뱅크코리아


“사람이 먹으면 안 되는 것이다.”(이탈리아)

“유럽돼지가 사람 음식 맛 알겠냐”(중국)

이탈리아가 중국인이 사랑하는 음식 ‘송화단(松花蛋)’을 ‘사람이 먹기에 부적합한 음식’이라 판정하고 자국 과 유럽연합 내 판매를 금지하자 중국사회가 분노하고 있다.

◆“사람 먹기 부적합” vs “유럽돼지가 사람 음식 맛 아냐”... 송화단 놓고 격돌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8일(현지시간)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이탈리아 시칠리아 경찰은 부활절을 앞두고 관내 식당을 상대로 식품안전 점검을 나섰다가 중국 음식점 2곳에서 송화단 800알을 발견했다. 이탈리아 경찰은 송화단이 만들어진 방법과 원산지를 제대로 밝히지 못하고 상표가 유럽연합의 표준을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식당 주인 2명을 체포하고 송화단을 모두 압수 조치했다.

이탈리아 경찰은 “송화단은 사람이 먹기에는 부적합하다”며 “송화단의 이탈리아와 유럽연합 내 판매를 금지한다”고 밝혔으며 이탈리아의 보건당국도 “유럽연합 수입 가이드라인에 맞지 않고 사람에게도 적합하지 않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런 소식이 전해지자 자국 식문화에 자부심이 대단한 중국의 누리꾼들이 격분했다. “사람이 먹기에 적합하지 않다면 중국인은 사람이 아닌 거냐”, “음식에 관해 서양인들은 너무 많은 편견을 갖고 있다”, “유럽돼지 중 하나인 이탈리아인이 어찌 사람이 먹는 음식의 맛을 알겠느냐” 등의 거센 비난을 쏟아냈다.

세계일보

송화단. 게티이미지뱅크코리아


◆마오쩌둥 즐겨먹은 송화단... 양장피나 오향장육에 곁들여 나와 한국인도 친숙

‘피단(皮蛋)’이라고도 불리는 송화단은 오리알이나 달걀을 진흙, 소금, 왕겨, 재 등을 한데 섞은 것에 밀봉해 수개월 삭힌 음식이다. 시간이 지나면 흰자위가 맑은 흑색이 되며 마치 소나무 꽃 같은 무늬가 생겨 송화단이란 이름이 붙었다.

우리나라에선 중국음식점에서 양장피(兩張皮)나 오향장육(五香酱肉)을 시켰을 때 반이나 사등분으로 잘려 곁들여 나오기도 한다. 후난(湖南)성 이양(益陽)이 송화단으로 유명하며 후난성이 고향인 마오쩌둥(毛澤東) 전 중국 국가주석 또한 송화단을 좋아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타이완에선 사형수들이 사형집행 전날 밤 오가피주와 송화단을 ‘마지막 만찬’으로 즐기며 지난 3월엔 중국에서 2500년 전 송화단으로 추정되는 달걀 20여개가 무덤에서 발견될 만큼 중국 대륙의 송화단 사랑은 그 역사가 깊다.

하지만 송화단은 그 특유의 모양과 암모니아 비슷한 냄새 때문에 자주 도마에 올랐다. 2011년 미국 CNN은 투표를 통해 올해의 가장 역겨운 음식으로 송화단을 선정했고, 미국 경제지 포브스도 세계 10대 혐오 음식으로 송화단을 꼽기도 했다. 발표 당시 송화단 제조업계 관계자들은 “혐오음식의 선정 기준은 문화적 차이일 뿐”이라며 “송화단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즐겨먹을 것이며, 이로 인해 중국인들의 송화단 구매량이 급감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라고 별로 개의치 않는 반응을 보였다. 지난해에는 스웨덴 말뫼의 ‘역겨운 음식 박물관’이 역겨운 음식 80선 중 하나로 송화단을 선정한 바 있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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