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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뉴스에 낯익은 동네가 나왔다. ‘새벽 5시의 남구로역 인근, 일을 찾는 중국 사람들로 북새통, 건설경기 침체로 뽑혀 나가는 사람은 극소수, 포기하지 못한 사람들이 늦게까지 서성’ 낯익으면 반가워야 하는 거 아닌가? 아닐 때도 있다.
경기가 나빠서 일거리가 줄었겠거니 짐작은 했으나 어스름 새벽에 차도까지 꽉 채운 무리가 하루치 노동력을 팔겠노라 아우성치다 허탈하게 돌아서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불편했다.
남구로역을 통과할 때마다 눈치 없이 왜 출근 시간에 인도를 에워싸고 있냐며 지나쳤다. 담배 연기가 곱지 않았다. 그들이 새벽잠을 설치고 나올 때 가졌던 희망을 식히기엔 시간과 담배와 동료가 필요한가 보다. 도모할 수 없는 내일에 대해서도 면역력을 키울 의식이 필요한가 보다.
십장을 하던 영희네 아버지가 건설사에서 돈을 받지 못해 인부들 임금 못 주고 체류 기간마저 도과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 그의 사업수완을 의심했다. 일거리가 없다며 늙은 어머니에게 나오는 생계비에 얹혀사는 중국인 아들과 손자 이야기를 들었을 때도 아들의 근면성과 생활태도를 의심했다. 근로 의지만 있다면 아버지 하나 믿고 이주한 제 아이 하나 감당 못 하겠냐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너무 야박하고 무지한 인식이었나 보다.
그동안 품었던 오해에 대해 깊이 사과한다. 문제는 이제라도 새벽녘에 나서면 일을 나갈 수 있는가? 월세부터 내고 식비를 해결하고 휴대전화 요금을 내고 아이들에게 약간의 용돈을 주며 너는 공부하라고 한마디 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인가? 모르겠다. 우리가 영희네와 동포 할머니네 사정을 알게 된 게 벌써 1년이 되었다. 최근에도 사정이 딱하다는 외국인 가정 아이들이 소개되고 있다. 가족이 함께 이주한 가장에겐 혈혈단신 어찌어찌 살다 돌아가는 동료들이 부러울지도 모르겠다.
정종운 서울 구로구가족센터장 |
챗지피티에게 물어봤다. “건설현장에서 일하던 중국인들이 일할 현장이 없어지면 어디서 일을 하지?” 챗지피티는 망설임 없이 명랑하게 대답했다.
‘많은 건설 일용직 노동자들은 일자리가 없을 때 인력 사무소를 통해 새로운 현장 일자리를 찾습니다. 인력 사무소는 건설현장 외에도 물류센터, 창고, 제조업체 등 다양한 업종에 일자리를 소개해 주기 때문에 임시로 일할 기회를 얻기 좋습니다.’ 유익한 정보이길 바란다.
일할 기회를 얻기 좋으나 ‘임시’로 일할 기회라니 틀린 정보는 아닌 것 같다. 힘겹게도 인생은 길고 날마다의 삯을 요구한다. 자본이 이윤의 논리에 따라 펼쳤다 거두는 임시 일자리를 믿고 인생을, 가족을 살릴 수 있겠나?
인구소멸이라는 경고음에 모두의 마음이 급해졌다. 정부와 지자체가 이민정책에 답이 있다며 대안을 내놓고 있다. 과연 외국인이 정주할 수 있을까? 한국인이 놓아버린 결혼과 출산과 양육의 꿈을 외국인은 꿀 수 있을까? 멀리 내다봐도 답이 없는 건지, 일부러 멀리 보지 않는 건지…. 잘 모르겠다. 뉴스도 보지 말아야겠다.
정종운 서울 구로구가족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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