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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TED 2019]"과학기술 발달로 인류는 한 순간에 절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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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TED 2019 콘퍼런스 셋째날인 17일(현지시간) 크리스 앤더슨 TED 대표가 영국 옥스포드대 인류미래연구소의 닉 보스트롬 교수와 과학기술의 발전과 인류의 위험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위의 그림은 보스트롬 교수의 논문 ‘취약한 세계의 가설’에 나오는 항아리 비유를 설명한 그림이다. [사진 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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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과학기술의 위험을 경고하다


과학소설(SF) 영화 속 미래는 디스토피아(Dystopia)에 가깝다. ‘가타카’(1997)는 유전자 편집을 이용한‘디자이너 베이비(Designer Baby)’의 시대를, ‘터미네이터’시리즈(1984~2015)는 인류를 위협하는 슈퍼 인공지능의 세상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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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영화처럼 과학기술이 극도로 발전하게 될 머잖은 미래에 인류는 디스토피아와 유토피아 중 어느 쪽에서 살게 될까. 그간 과학기술 문명 덕에 인류는 수많은 질병에서 해방되고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시대를 향유하고 있지만, 그 반대급부 또한 만만치 않다. 원자력 발전 덕에 인류는 풍부한 전기 에너지를 쓸 수 있지만, 핵무기는 인류를 수십번 멸망시킬 수 있는 가공할 도구이기도 하다. 합성생물학ㆍ인공지능ㆍ유전자가위 등 과학기술은 21세기에 접어들면서 더욱 가파른 속도로 발전하면서 인류 앞에 희망과 공포의 메시지를 동시에 던지고 있다.

TED 2019 콘퍼런스 셋째 날인 17일에는 특이점(singularity)을 향해 치솟고 있는 과학 문명에 대한 인류의 불안을 얘기했다. 이날 오후 ‘가능성’(Possibility)을 주제로 열린 일곱 번째 세션에서는 『슈퍼인텔리전스』(2017) 등의 저서로 한국에서도 잘 알려진 영국 옥스포드대 인류미래연구소의 닉 보스트롬 철학 교수 등이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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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 보스트롬 교수는 과학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한 지금 인류는 누구나 대량살상 무기를 손쉽게 쥐게 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고 역설했다. [사진 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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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멸망의 검은색 공을 다시 집어넣을 수 없다"


그는 크리스 앤더슨 TED 대표와 대담에서 자신의 지난해 발표한 논문 ‘취약한 세계의 가설’(The Vulnerable World Hypothesis)’을 설명하며, 과학기술의 발전이 가속화할 수록 인류가 한순간에 멸절될 가능성도 커지는 딜레마에 처해있다고 경고했다.

보스트롬 교수는 논문에 소개된 ‘항아리 비유’를 들어 대량파괴 기술의 출현 가능성을 얘기했다. 그는 “인류는 그간‘아이디어’ 또는 ‘기술’이라는 공으로 가득차 있는 항아리에서 이로운 기술을 의미하는 흰색 공들을 뽑아왔다”며 “항아리 속에는 검은색 공도 있지만 아직 뽑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단지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 검은색 공이 인류 문명을 한순간에 파괴할 수 있는 합성생물학이나 인공지능ㆍ나노기술과 같은 기술을 의미한다고 얘기했다. 그는 인류가 항아리에서 검은색 공을 뽑아낼 수는 있지만 이를 다시 집어넣을 수 있는 능력은 없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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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작가 롭 리드는 과학기술이 발전할 수록 ‘대량 살상 자살범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고 역설했다. [사진 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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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량살상 자살범죄도 기하급수로 증가


인류의 멸망을 막을 방법이 없을까. 그는 네 가지 불가능해 보이는 대응책을 제시했다. 첫째는 실현 가능성은 떨어지지만 기술의 발전을 제한하는 것이며 둘째는 역시 실행 불가능해 보이지만 나쁜 요소들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전제 하에 정보기관의 무차별적인 도청감시를 의미하는 ‘대중감시’(大衆監視ㆍMass Surveillance)도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또 “위험한 일이긴 하지만 세계적 규모의 지배(통치)체제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스트롬 교수에 앞서 나온 미국의 SF작가 롭 리드는 과학기술이 발전할수록 ‘대량 살상 자살범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며, 2017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뮤직 페스티벌 현장에서 일어난 무차별 총기 난사로 58명의 목숨을 앗아간 사건을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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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D 2019 콘퍼런스에 모인 청중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닉 보스트롬 교수의 강연을 듣고 있다. [사진 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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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성생물학은 인류 멸먕 도구될 것"


그는 머잖은 미래에 합성생물학(Synthetic Biology)과 같은 신기술이 대량 살상 자살범죄에 이용될 대표적인 위협요인으로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 사례로 ‘H5N1 바이러스’를 제시했다. 2011년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연구하는 과학자가 실험실에서 만든 이 바이러스는 치명적인 고병원성 조류독감 바이러스로, 치사율이 에볼라 바이러스보다 60% 이상 높다.

롭 리드는 “첨단 과학기술이 만든 이런 인공 바이러스가 외부로 누출된다면, 인류를 멸망에까지 이를 수 있는‘생물학적 테러’의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다.“며 ”최근 들어서는 고교 실험실 수준에서 쉽게 값싸게 유전자 편집을 할 수 있는 크리스퍼 카스9과 같은 유전자가위까지 등장했기 때문에, 그 방법만 누출된다면 누구든 H5N1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고 역설했다.

밴쿠버=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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