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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과도한 개인정보 요구' 금융사 영업관행 확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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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최종구(맨 오른쪽) 금융위원장은 1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에서 '금융소비자 간담회'를 열고 주요 금융협회와 전문가, 소비자단체 관계자들과 금융소비자 보호 종합방안을 논의했다. 금융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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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게 금융사로 개인정보가 넘어가 마케팅 자료로 이용되는 사례가 지금보다 줄어들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불필요한 개인정보까지 요구하던 금융사의 영업 관행에 제동을 걸기로 했다.

금리인하요구권 행사 요건이나 보험 보장범위 등 소비자가 숙지해야 할 핵심사항은 금융사가 매년 주기적으로 안내하고, 고령 소비자가 가입한 상품은 문자메시지 등으로 가족들에게 알려 사후에라도 철회할 수 있는 장치도 마련된다. 모든 금융사의 소비자보호협의회 의장은 원칙적으로 최고경영자(CEO)가 맡아야 한다.

◇개인정보 제공은 필요한 만큼만

18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주요 금융협회와 전문가, 소비자단체가 참석한 가운데 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금융소비자 보호 종합방안’을 공개했다.

우선 무분별했던 소비자 개인정보 제공이 엄격해진다. 예를 들어 금융사 홈페이지에서 대출한도를 조회할 경우, 개인정보 수집ㆍ이용 동의 여부를 묻는 항목에 이미 동의를 전제로 체크표시가 돼 있는 곳이 많은데, 앞으로는 소비자가 동의를 클릭해야 절차가 진행되도록 바뀔 예정이다.

보험료를 계산할 때 성별ㆍ나이 정도만 필요한데도 보험사가 휴대폰 번호까지 입력하게 하는 과도한 관행도 금지된다. 또 필요한 개인정보를 금융사가 보유하더라도 ‘목적을 달성할 때까지’와 같은 모호한 시한 대신 일ㆍ월ㆍ년 단위로 보유 기간을 명확히 하도록 바꿔 나가기로 했다.

복잡한 금융상품 설명서는 일반인 눈높이에 맞게 개편된다. 어려운 전문용어는 쉬운 말로 풀어 쓰고, 투자위험 등 반드시 알아야 할 사항은 붉은색으로 진하게 표시된다. 소비자에게 불리한 정보를 깨알 같은 글씨로 써놓던 관행도, 일정 크기 이상으로 규격화하기로 했다.

가입 상품과 무관한 특약은 애초부터 금융사가 제공하지 않도록 가이드라인을 고친다. 대포통장 방지 차원에서 계좌개설 후 20영업일 이내에 새로운 계좌개설을 거절하는 관행은 없애기로 했다. 인터넷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ㆍ장애인 등 소비자 권익을 위해 휴면 예금이나 보험 등 휴면재산 찾기 서비스는 동네 주민센터에서도 안내하고 신청을 받기로 했다.
한국일보

금융권에 대한 소비자 인식조사 결과. 그래픽=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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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에 최고고객책임자 둔다

소비자 보호를 위한 금융사 차원의 노력도 강화된다. 일정규모 이상이거나 민원건수가 해당 금융권 내 2% 이상인 회사에는 최고고객책임자(CCO)를 의무적으로 임명하도록 했다. 또 금융사가 직원 평가나 성과급 지급 기준으로 삼는 핵심성과지표(KPI)에 소비자 보호 항목을 추가해 영업 직원들의 불완전판매도 예방키로 했다.

금융당국은 ‘금융소비자중심 경영인증’ 제도를 도입해 금융사를 소비자 보호 관점에서 평가하는 잣대를 마련할 예정이다. 금융소비자들이 전화로 제기하는 각종 민원을 텍스트 형태로 바꿔 저장해, 이에 기반한 빅데이터를 활용해 소비자 피해가 우려되는 분야는 선제적으로 감독에 나설 예정이다.

이번 종합방안은 소비자들의 금융권에 대한 불만에서 출발했다. 금융당국은 종합방안을 △소비자 △금융사 △금융당국 △보호인프라라는 4개의 축으로 나누고, 모두 74개 세부과제를 정했다. 정부는 범금융권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다음달부터 순차적으로 시행해 나갈 예정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선 권력이 소비자로 이동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소비자 보호에 충실한 금융사의 차별화가 뚜렷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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