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샌 기자들한테 전화도 안와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관계자는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그는 선거제 개편 업무를 담당한다. 한때 그의 휴대폰은 선거제 개편을 묻는 기자들의 전화가 쉴 새없이 걸려왔다. 불과 한 달만이다.
지난 3월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4당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올릴 선거제 개편안에 합의했다. 합의 직후 선거제 작동방식과 그에 따른 선거구 통폐합 시나리오가 연일 언론에 보도됐다. 급격한 전개에 선거제 논의가 본궤도에 올랐다는 긍정적인 전망도 많았다.
하지만 지금 국회 상황을 보면 비관론이 쏟아진다. 지난해 11월 "정치는 가능성의 예술"이라는 심상정 정개특위위원장의 발언은 이미 선거제 개편의 험난한 여정을 예고했다. 여야 가릴 것 없이 선거제 향방을 묻는 질문엔 "그게 되겠어?"라는 고정답변이 이어진다. '고양이 목에 누가 방울을 다느냐'는 말이 꼬리표처럼 붙어다닌다. 결국 의원 밥줄이 달린 선거제를 의원들이 근본적으로 고치긴 쉽지 않다는 자조 섞인 말들이다. "막판 가면 또 비례 몇석 조정하고 말거야"라는 맥 빠지는 소리만 가득하다.
실제 여야4당안이 통과되면 지역구 수십개가 축소되고 대규모 선거구 조정이 불가피하다. 거대 양당이 싫어하는 시나리오다. 기득권 유지라는 관성이 강할수록 급격한 제도변화는 불편하다. 한국당만큼 민주당에게도 현행제도 유지라는 유혹은 달콤하다. 민주당은 선거제 패스스트랙에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와 검경수사권 조정 법률안을 슬며시 집어넣는다. 선거제는 급하고 의석수는 모자란 야3당은 울며 겨자먹기로 이를 수용한다.
수차례 패스트트랙 의결에 실패한 바른미래당은 18일 의원총회에서도 공수처에 대한 민주당과의 간극만 재확인했다. 꼬리가 몸을 흔든다. 왜 선거제를 바꿔야 하는지 이유는 사라진지 오래다. 거대 양당은 침묵할수록 유리하다. 그렇게 정개특위가 출범한 지 열 달이 지났다. 선거구를 획정해야 할 법정시한도 이미 끝났다. "아직도 선거제 개편을 기대하냐"란 국회 관계자의 말에 씁쓸해진다.
[the300]조준영 기자 ch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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