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은 백악관은 물론 미국내 보수 그룹에서도 대표적인 대북 매파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완전한 비핵화를 전제로 한 ‘빅딜론’을 내세우고 3차 북미정상회담도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한 것도 볼턴 보좌관의 입김 때문이란 게 워싱턴의 일치된 견해다.
이에 비해 폼페이오 장관은 백악관의 강경한 대북 기조에 동조하면서도 대북 유화 제스처도 꾸준히 병행해왔다. 그는 지난 15일 3차 북미정상회담을 언급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감사를 표시하며 조기 개최를 희망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또 최근 의회 정문회에서는 대북 제재 해제에 약간의 여지가 있다고도 언급했다.
그런데도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8일 권정근 북한 외무성 미국담당국장을 인용해 “앞으로 미국과의 대화가 재개되는 경우에도 나는 폼페이오가 아닌 우리와의 의사소통이 보다 원만하고 원숙한 인물이 우리의 대화상대로 나서기 바랄 뿐"이라고 보도했다.
권 국장은 이어 "하노이 수뇌회담의 교훈에 비추어보아도 일이 될 만 하다가도 폼페이오만 끼어들면 일이 꼬이고 결과물이 날아나곤 하는데 앞으로도 내가 우려하는 것은 폼페이오가 회담에 관여하면 또 판이 지저분해지고 일이 꼬일 수 있다"고 말했다.
평양이 문제 삼는 것은 폼페이오 장관의 협상의 스타일이 아닐 수 있다. 기존의 비핵화 협상의 틀을 뒤집고 새판을 짜려는 포석으로 읽힌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직접 만나 비핵화 약속을 받아냈고, 이를 토대로 북미 간 비핵화 협상도 급물살을 탔다. 그 연장선 상에서 북미정상회담도 두차례나 개최됐다. 그러나 현재 북미 간 협상은 그 출발점이 됐던 ‘비핵화 약속’의 문턱을 넘지 못해 중단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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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북한은 ‘최고 지도자 동지’ 인 김 위원장의 비핵화 약속이란 족쇄를 풀기 위해 폼페이오 장관을 흔들고 있는 셈이다. 평양 당국은 적어도 ‘김정은의 약속’을 들먹이는 폼페이오 장관과 트럼프 정부에 경고를 주려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 것 같다.
문제는 북한의 이같은 움직임이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상대로 추진했던 기존의 비핵화 로드맵을 무효화하고 새로운 협상틀과 여건을 조성하기 위한 정지 작업의 성격이 짙다는 점이다. 김 위원장이 연일 군 부대를 현장 지도하고 있고, 외교 무대에서 미국을 견제해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도 앞두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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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kim100@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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