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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9 (화)

[오늘의 눈] 이천 도예의 명성, 도예인 스스로 되찾아야/신동원 사회2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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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신동원 사회2부 기자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 이후 일제침략기 조선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일본인들은 생활용기나 선물용으로 한국의 이천 도자기 제품을 선호했다. 1960~1970년대 경기도 이천 도자기가 일본으로 수출할 길을 트면서 도예인들은 산업화 발판을 마련하고 대량생산 체계도 갖췄다. 이는 관 지원과 무관하게 어려운 환경을 딛고 기회를 개척한 선배 도예인들의 노력 덕분이었다.

그러나 일본이 장기 경기침체를 맞으면서 하강곡선을 그리게 된다. 혹자는 도자산업 자체가 산업적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임계점이라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평가하지만, 한국도자재단 도자 센서스 자료에 따르면 상황은 다르다. 전국 요장수는 2009년 6328개 대비 2015년엔 4639개로 27%나 감소한 게 사실이지만 연 매출은 2009년 2702억원에서 2015년 3026억원으로 되레 324억원(12%) 증가했다. 도자산업 시장규모가 위축된 게 아니라 이천 도자기가 틈새시장을 따라잡지 못했음을 설명한다.

이천시에는 도예인 300여명이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이천시가 도자산업에 해마다 10억원 이상의 예산을 투자하고 있지만 도예인들은 늘 불만에 휩싸였다. 과거 도자산업이 관광산업으로 반사이익을 공유하면서 다른 업계로부터 환영을 받던 것도 이제 옛말이다. 공예도시로서의 명맥 유지를 위해 시에서 추진하는 지원책에 대해 소수 도예인들의 볼멘소리는 시민 입장에서 납득하기 어려울 정도다.

정부 수도권규제 정책으로 요장 신증설이 어려운 도예인들의 여건을 개선하려는 취지로 이천시 신둔면에 어렵게 조성한 공예인 마을 ‘예스파크’에 대해서도 시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일부 도예인들은 분양 부지를 재산 증식의 수단으로 다른 외부인들에게 재매각하기도 했고, 부지 매입 후 약정기한 내 건축을 하지 않고 방치하는 등 도예산업 부흥을 위해 노력하는 시 행정과 엇박자를 내고 있다.

시민들이 세금 지원에 동의하는 이유는 공익성 때문이며, 공예도시 이천이라는 아이콘은 지금까지 시민들로부터 충분히 공감대를 형성해 왔다. 그러나 점차 다양해지는 공예산업과 그 속에서 경쟁력을 잃어가는 도자예술의 자화상을 통해 도예인은 문제점을 분석해보고 스스로 위기를 극복할 대응 방안을 강구해야 할 시점이다.

asada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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