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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폼페이오 '김정은 독재자' 발언 이후 北 "최고 존엄 모독하는 망발" 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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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소식통 "北, 판 흔들려는 의도"… 美는 "여전히 北과 협상할 준비"

조선일보

폼페이오


북한이 18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면서 미측 비핵화 협상 책임자 교체를 공개 요구한 것은 '협상 판'을 흔들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이 제재 완화 불가 기조를 유지하며 '일괄타결식 빅딜'을 강조하자 강경 메시지를 통해 국면 전환을 시도한다는 것이다. AFP 통신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이날 북한의 요구에 즉답을 피한 채 "미국은 여전히 북한과 건설적 협상에 관여할 준비가 돼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의 외교 소식통은 "북한은 '강경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보다 지난해 4차례 방북한 폼페이오 장관에게 기대를 걸었지만 결국 협상이 실패로 끝났다"며 "그간의 불만을 한꺼번에 표출하면서 불리해진 협상의 틀을 흔들어보려는 것"이라고 했다. 특히 지난 9일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이 북한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관측이 나온다. 폼페이오 장관은 당시 미 의회에서 '베네수엘라 대통령에게 썼던 독재자(tyrant)란 표현을 김정은 위원장에게도 쓰겠느냐'는 질문에 "물론이다"라고 답했다. 북한은 이를 두고 "우리의 최고 존엄을 모독하는 망발"이라고 비난했다.

일각에선 북한의 메시지가 실제 폼페이오 장관 교체보다 '내부 여론'을 의식한 조치라는 분석도 나온다. 폼페이오 장관에게 '하노이 노딜'의 책임을 씌우려 한다는 것이다. 북한이 내부적으로 협상 책임자를 문책·교체한 뒤 미측 카운터파트 교체를 요구했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북한은 다만 공식 성명·담화가 아닌 미국 담당 국장과 조선중앙통신 기자의 문답 형태를 택했다. 큰 틀의 판을 깨진 않으면서 수위 조절을 했다는 얘기다. 지난해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최선희 외무성 부상(현 제1부상)은 담화를 통해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아둔한 얼뜨기'라며 맹비난했다. 그 직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북 정상회담 취소를 선언했다. 이 때문에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우호적 관계는 강조하면서 폼페이오 장관만 문제 삼았다는 분석이다.

미국이 북측의 '폼페이오 교체'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톱다운식 접근에 앞서 비핵화 실무 협상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볼턴 보좌관도 17일 3차 미·북 정상회담 개최 조건으로 "북한 김정은이 핵무기를 포기할 준비가 됐다는 '진정한 징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장은 "현재로선 미측이 북한 요구를 수용해 협상 틀을 바꿀 만한 어떤 동기도 없다"고 했다.





[워싱턴=조의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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