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6 (토)

강동완 동아대 교수 “북한을 제대로 알려면 평양 밖 북한을 보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평양 밖 북조선’ ‘엄마의 엄마’에 이어 ‘그들만의 평양’ 펴내

2019년 4월, 세상은 다시 북한 문제로 시끌시끌하다. 1년 전, 느닷없는 남북 수뇌회담 이후 마치 ‘외눈박이 사랑’처럼 순진한 남녘을 포함한 지구촌 백성들은 북한이 아닌 평양에만 눈길을 보냈다.

북녘에 사는 사람들은 자유 없음과 배고품으로 여전히 아파하는데 독재자는 평화의 전령사로 둔갑되어 ‘그들만의 평화’를 노래한다. 그들은 모두의 행복이 나래치는 ‘인민의 낙원’이라 선전하지만 정작 인민의 낙원에 인민은 존재하지 않았다. 어쩌면 사회주의 지상낙원이라는 이상촌에서 극한 고통의 시간을 살아가는 모순적인 사람들만 존재하는 것 같다.

세계일보

강동완 교수가 17일 세계일보와 선문대, (사)남북통일운동국민연합이 공동 주최하는 통일지도자아카데미에서 ‘북한, 과연 변하고 있나?’를 주제로 특강하고 있다.


창살 없는 감옥에 갇혀 꿈을 묻고 살아가는 우리네 사람들의 마음을 담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다. 외모나 언어, 조상은 우리와 똑같지만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는 북녘 주민들 말이다. 한겨울 그 스산하고 삭막한 계절 앞에 무기력하지만 온몸으로 저항하는 억센 북녘 사람들을 마주한다. 빼앗긴 들에서 새봄을 기다리는 자유 잃은 북조선의 사람들….

‘그들만의 평양: 인민의 낙원에는 인민이 없다’(너나드리)는 북한이탈주민을 돕는 기관인 부산하나센터장을 역임한 강동완(姜東完·45) 동아대 교수가 2018년 9월부터 2019년 2월까지 북·중 접경에서 바라본 북녘 사람들의 가을과 겨울을 찍고 기록한 사진집이다. 자칭 혁명의 수도 평양에서 ‘살아가는’ 평양시민이 아닌, 오늘 또 하루를 ‘살아내는’ 북한 인민들의 억센 일상을 꾸민 없이 있는 그대로 담아냈다.

세계일보

강동완 교수는 지난해 9월 ‘평양 밖 북조선: 999장의 사진에 담은 북쪽의 북한’(너나드리)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그 책이 북·중 접경에서 바라본 북녘의 여름 풍경이라면, 이번 책 ‘그들만의 평양’은 가을과 겨울의 모습을 담았다.

영하 30도를 오르내리는 압록강변에서 빨래를 하며 물을 길러 오가는 북녘 여성의 사진 속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아리게 한다.

지금은 민속촌이나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소달구지와 디딜방아를 찧는 시골 마을임에도 어김없이 탈북 감시용 최첨단 감시카메라가 설치된 광경은 북한이 지금 어디를 향해가고 있는지를 말해 주는 듯하다.

허락된 자는 허용된 곳만 찍을 수 있지만 강 너머 망원렌즈로 보이는 북녘의 모습은 누군가의 의도로 연출된 모습이 결코 아님을 강 교수는 강조한다.

“북·중 접경 지역은 바로 북한 인민들의 삶이자 현실 그 자체의 잔상을 품었다”며 지금의 북한 실상을 보기 위해서는 북·중 접경으로 달려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평양 등 북한이 보여주고자 하는 곳만을 대부분 보위부 요원인 북녘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휙 둘러보고 온 자들의 “북한이 변하고 있다. 변했다”는 말에 의문을 갖고 팩트체크를 해보라는 조언이다.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강동완 교수는 최근 3년 동안 13권의 북한·통일 관련 책을 집필했다.

2015년 펴낸 ‘사람과 사람: 김정은 시대 ‘북조선인민’을 만나다’(너나드리)는 국내 최초로 제3국에서 북한주민 100명을 인터뷰한 책으로 세종도서로 선정되기도 했다.

세계일보

강동완 교수가 통일지도자아카데미에서 공개한 북한의 목탄차로 나무와 석탄을 계속해서 넣어줘야 운행한다. 21세기 낙오국 북한의 현주소다.


이 외에도 ‘김정은의 음악정치: 모란봉악단, 김정은을 말하다’와 ‘평양 밖 북조선’, ‘통일의 눈으로 제주를 다시보다’, ‘엄마의 엄마: 중국 현지 거주 탈북 여성의 삶과 인권’을 지난해 펴냈다.

“통일을 보지 않고는 결코 죽는 일 따위는 결코 없을 것”이라고 말하는 강 교수는 ‘문화로 여는 통일’을 주제로 북한에서의 한류현상, 남북한 문화, 사회통합, 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 북한 미디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통일운동과 연구 성과로 대통령상을 수상했으며, 2017년 동아일보에서 주관한 KCI 등재 논문 평가에서 피인용지수가 높은 우수연구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현재 북한이탈주민과 함께 통일을 준비하며 일상생활에서 통일을 찾는 ‘당신이 통일입니다’를 진행 중이다.

요즘은 통일크리에이티브(Creative director for Unification)로 살며 북·중 접경 지역에서 분단의 사람들을 사진을 통해 가슴에 담는 작업을 하고 있다.

통일조국의 평양특별시장을 꿈꾼다는 강 교수는 “조국의 반쪽 땅을 압록강 너머 굽어보는 일은 이제 그만하고 싶다. 나의 조국에 발 딛고 강 반대편인 중국 땅을 바라볼 그날이 속히 오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그는 이어 “오늘은 ‘여기’에 발딛고 ‘저기’를 그려 보지만, 통일된 날에는 ‘저기’에서 ‘여기’를 바라보리라”며 통일의 굳은 의지를 보였다.

“그들을 사진에라도 담는 건 진실에서 눈 돌리지 않으려는 최소한의 몸부림이자 고백”이라는 강 교수의 바람대로 이 책을 통해 북한의 실상을 알아가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조정진 기자 jjj@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 Segye.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