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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아탈리 칼럼] ‘긍정 사회’가 유일한 ‘극단적 자유주의’ 대응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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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경제 심화가 빚은 삶의 문제

미래 관점의 ‘긍정 경제’로 풀어야

중앙일보

자크 아탈리 아탈리에아소시에 대표 플래닛 파이낸스 회장


오늘날 우리는 모순처럼 보이는 두 가지 주장이 전 세계에서 동시에 퍼지는 현상을 보고 있다. 한쪽에서는 과세를 통해 수입과 자산 불평등 수준을 즉각적으로 완화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또 다른 한쪽에서는 청소년들이 나서서, 자신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도 여전히 살 만한 세상을 위해 장기적 관점에서 필요한 일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표면적으로는 한쪽은 단기적 관점이고 다른 쪽은 장기적 관점이다.

성공으로 가는 사다리를 유지하는 기본적 일을 챙기지 않는다면 불평등 완화는 요원하다. 그리고 그 사다리가 보이지 않는다는 인식은 사람들이 스스로 부당한 세상의 제물이 되었다고 느끼게 한다. 자신의 가난이 세대를 넘어 아이들에게까지 대물림될 것이라 느낀다. 그러므로 진정한 불평등 해소를 이루기 위해서는 장기적 관점에서 학교 예산을 늘리고, 실업자 교육을 강화하며, 문화·보건·사회 영역 및 성별과 사회 계급에서 비롯되는 모든 형태의 차별에 대항해야 한다. 이것들은 단순히 세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무엇보다 사고방식의 문제이며 장기적 관점에서 공공 서비스, 그중에서도 교육 서비스를 강화해야 달성될 수 있다. 즉각적 성과 도출을 기대해선 안 된다.

환경에 대해 말하자면, 단순히 장기적 접근 과제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낭비를 막고, 플라스틱 사용을 멈추고, 온실가스 생산을 줄이고, 자기 집 근방에서 생산되는 식품만으로 식탁을 차려 보겠다는 중대한 결정을 당장 취하지 않는 한, 환경 문제는 더 악화하는 것을 막기 어렵다. 이런 일상의 중대한 결정이야말로 농업·산업·서비스 전 분야에서 즉각적인 효과를 불러온다.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가 멈출 것이고, 향후 온실가스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기술 발전(여기에 잘못된 희망을 거는 사람들도 있다) 여부와 관계없이 장기적으로 기후 변화가 초래하는 재앙을 피할 수 있게 한다.

우리가 흔히 ‘극단적 자유주의’라고 부르는 것, 실제로는 시장 경제 심화에 지나지 않는(민영화로 공공 서비스 붕괴를 초래하고, 자본가들에게 돌아가는 단기적 이익 제공을 우선시하는) 이 상황에 맞서려면 공공 서비스의 가치를 생각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우리는 여러 단계에서 행동에 나서야 한다. 어떤 쟁점들이 전 지구적 규모라면, 다른 것들은 지역적 차원이다. 극단적 자유주의는 사회 전 차원에 커다란 피해를 준다. 우리는 모든 가능한 방법을 동원해 맞서 싸워야 한다.

극단적 자유주의에 맞서 싸울 수 있게 하는 수단은 바로 민·관 분야의 모든 결정 과정에서 다음 세대가 그 과실을 누릴 수 있을지를 고려하는 ‘긍정 경제’다. 긍정 경제는 세상이 장기적 관점에서 거둘 수 있는 이익을 우선한다. 긍정 경제는 오늘날 악의 근원이 되는 개인주의가 아닌 이타주의를 기반으로 한다. 오늘을 사는 이들은 미래 세대를 위한 일이 결국 자신들에게도 이익이라는 것을 알아야만 한다. 이것이 장기적 관점의 주장과 당장 눈앞의 목표 사이에서 균형을 찾기 위해 필요한 조건이다. 사회 정의와 기후 보호는 이 같은 접근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 그리고 ‘긍정 사회’는 기업과 공공 분야가 모든 결정을 다음 세대에 득이 될 것이냐는 기준에 근거하여 취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을 전제로 한다. 가정 내 모든 중요한 결정이 아이들의 미래를 우선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공동체가 테러와 파괴 행위에 대항하는 방법도 이 길뿐이다. 공공 서비스는 국가에 대한 위협에 대처하는 방법을 내다볼 능력이 없는 극단적 자유주의로 인해 약화한 상태다. 긍정적이라는 것은 순진하다는 게 아니다. 그것은 민주주의의 모든 수단으로써 미래 세대의 생활 환경과 자유를 지켜내는 것이다.

자크 아탈리 아탈리에아소시에 대표·플래닛 파이낸스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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