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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승욱 도쿄총국장 |
7년 전 “무턱대고 돈을 퍼부으면 결국 망한다. 정치인들은 솔직해져야 한다”며 기자를 응시하던 눈빛이 아직도 생생하다. 고교 재학 중 부모의 이혼, 고졸로 도교도청 입사, 호세이(法政)대 야간부 졸업, 도쿄도청 직원으로 유바리 파견, 유바리 시장 당선으로 이어지는 스토리도 일본 내에서 화제다.
스즈키는 이제 새로운 무대에 올라섰다. 이달 초 지방선거에서 홋카이도 지사에 당선됐다. 자민당의 추천을 받은 그는 ‘야당 텃밭’ 홋카이도에서 야당 연합 후보에 압승했다. 패기 있는 최연소 지사의 탄생에 유권자들은 열광했다. 하지만 더 눈여겨볼 것은 이 젊은이를 발탁한 당 지도부의 선구안이다. 아베 정권의 2인자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이 스즈키를 눈여겨봤다가 승부처에 과감하게 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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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아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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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키와 비슷한 눈빛을 과거 한국에서도 본 적이 있다. 1998년 수원 팔달 보궐선거 출마 당시 갈비탕 집에서 첫 대면했던 33세의 남경필이었다. 별세한 아버지의 지역구에서 출마했지만 어렸던 기자의 눈에도 단순한 ‘금수저’ 이상의 무언가가 느껴졌다. 이후 오랜 시간 ‘남원정(남경필, 원희룡, 정병국)’은 한국 보수 정치에서 활력의 상징이었다. 고이즈미와 스즈키가 그렇듯 늙은 보수당에서 젊은 존재감을 과시했다. 당시엔 젊은 의원들이 정쟁의 최전선에 창과 방패로 내몰렸던 시기였다. 그래도 그때는 ‘남원정’의 배짱과 반항이 숨 쉴만한 공간이 있었다.
54세가 된 남경필이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일본엔 젊은 스타 정치인들의 패기에 찬 목소리가 들리는데, 한국엔 ‘제2의 남원정’이 보이지 않는다. 이념 경쟁에 결박돼 융통성을 잃은 정치풍토 때문인지, 후배를 안 키우는 인색한 기득권이 문제인지, 젊은 정치인들의 능력과 용기 부족인지 따져볼 때다.
서승욱 도쿄총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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