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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기자24시] 오락가락 행정에 뒤처져 가는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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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시내에 나가 봐도 서울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 게 없는 것 같다." 한참 육아에 쫓기는 바쁜 일상 때문에 느긋하게 정치·사회 뉴스에 눈 돌릴 여유조차 없는 아내가 가끔씩 '툭' 던지는 얘기다. 비단 내 아내만의 느낌은 아닐 거다. 서울시민이라면 누구라도 느끼듯 서울은 변화 없는 '슬로시티'가 됐다. 도시 발전이 정체된 탓이다. 최근 1년 반 가까이 서울시를 출입하면서 느낀 감정은 안타까움 그 자체였다. '집값 잡겠다'(실상은 공급을 줄여 집값만 더 끌어올린)는 중앙정부 눈치 살피랴, 일 좀 해보려면 시시각각 벌어지는 이해 다툼에 눈치 살피랴 오락가락하다 보니 미래 도시경쟁력이나 1000만 시민 대다수의 편의는 안중에 없는 듯하다.

서울의 미래 도시경쟁력 강화를 위해 수년간 준비했던 용산이나 여의도 마스터플랜, 세텍(SETEC) 마이스(MICE·회의 관광 컨벤션 전시) 단지 확대 개발도 정부의 '집값 잡기' 눈치에 줄줄이 보류하거나 포기했다. 13년간 추진돼 온 세운재정비지구 재개발도 알고 보면 '숨은 알부자'인 노포(老鋪) 몇 곳의 눈치를 살피느라 전면 재검토를 선언하면서 박원순표 오락가락 행정에 정점을 찍었다. 박 시장은 강북 지역 뉴타운을 줄줄이 해제시키고 균형 발전을 시킨다며 도시재생에 혈세 수천억 원을 쏟아부었지만, 그사이 강북은 개발 호기를 놓치고 더 낙후되는 모양새다.

서울이 정체된 사이 다른 경쟁 도시들은 달려 나갔다. 도시경쟁력 1위로 꼽히는 미국 뉴욕은 심장부인 센트럴파크 옆에 민간 초고층 개발을 허용해 최고급 주택을 지어 전 세계 부자들을 끌어들이고, 개발 이익과 세금으로 공공주택을 확대하고 있다. 베이징을 비롯한 중국 도시들, 동남아시아의 자카르타나 쿠알라룸푸르의 눈부신 발전상을 보노라면 안타까움을 넘어 두려움까지 갖게 한다.

뒤처져 가는 도시 서울을 바라보는 시민 대다수 마음은 씁쓸하다. 박 시장을 오래전부터 만나 왔다는 한 지인은 "좋은 아이디어가 많은 분이지만 어느 누구에게 직접적으로 책임질 만한 일은 하지 않으려는 성격"이라고 말했다. 책임을 회피하려다 보니 개발을 둘러싸고 일부의 불만이 제기됐을 때 행정이 오락가락 갈지자 걸음을 하는 것이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묵묵히 제 할 일을 하는 시민들 몫이다.

[부동산부 = 최재원 기자 himiso4@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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