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부, 의총서 '공수처 절충안' 감행 시도 중 민주당 "입장 변화없다" 찬물
"손학규 사퇴하라" 이언주 등 바른정당계 거센 요구에 국민의당계 "동의 못해"
파국 치닫은 '한 지붕 두 가족'··· 결국 결론 없이 의총 종료 '또 바미했다' 비판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선거제 개혁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등을 위해 추진하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의 마지막 남은 불씨가 완전 연소되는 분위기다. 마지막 관문으로 여겨졌던 바른미래당 내 의원총회 표결 처리가 18일 무산되면서다. 의총에서 손학규 대표 등 지도부와 바른정당계 의원들이 정면충돌하면서 ‘한 지붕 두 가족’ 바른미래당의 내홍은 파국 단계로 접어들었다.
■ 마지막 불씨도 꺼지나
당초 이날 아침까지 패스트트랙의 마지막 불씨가 사그라들지 않았다는 전망이 나왔던 터다. 공수처 권한과 관련해 ‘수사권·기소권 동시부여’(더불어민주당) 대 ‘기소권 제외’(바른미래당)로 부딪쳤지만 두 당이 물밑협상을 통해 검사·판사·고위 경찰관 대상 수사에만 한정해 기소권을 부여하자는 절충안으로 의견을 접근한 것으로 전해졌다. 바른미래당 지도부는 이날 의총에서 이 같은 절충안을 강행하려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절충안이 의총에서 추인되면 패스트트랙이 동력을 얻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3시간30분 동안 진행된 의총에선 결론이 나지 않았다. 무엇보다 패스트트랙을 강행하려는 지도부와 국민의당계 의원들, 반대하는 바른정당계 의원들이 부딪쳤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가 바른미래당 의총이 열리는 와중에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의 기본 입장은 변화가 없다”고 물밑 절충안을 부인한 것도 의총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는 “공수처와 관련해 양당 간 조만간 최종 합의안을 만들어 문서화한 뒤 다시 의총에서 의견을 모아보겠다”고 했다. 홍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한국당을 제외한 4당의 논의 과정이 (새롭게) 필요하다. 만나서 논의해보겠다”고 했다. 하지만 현재 분위기로 ‘불씨’가 살아날지는 회의적이다. 한국당은 바른미래당 의총 결과를 기다리며 ‘비상대기령’까지 내렸지만 자중지란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 “합의 이혼도 어렵게 됐다”
의총 시작 전부터 짙은 긴장감이 감돌았다. 당원권 정지 상태인 이언주 의원은 당직자에게 회의장 입장을 제지당하자 “너네 수장이 누구냐”며 “이러려고 당원권 정지시켰냐. 부끄러운 줄 알아”라고 고성을 질렀다. 이 의원은 끝내 회의장 진입에 성공했고 손 대표를 향해 “여당 눈치 보는 2중대로 전락했다. 즉각 대표직을 그만두라”고 했다. 바른정당계 유의동 의원은 “당 리더십 교체가 필요하다”, 지상욱 의원은 “호남 신당 창당한다는 언론 보도부터 해명하라”고 따졌다.
반면 국민의당 출신들은 “대표 사퇴 요구에는 절대 동의하지 못한다”(박주선 전 대표)고 반박했다. 여러 의원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오늘은 패스트트랙 여부를 결정하자”며 표결 강행 의지를 분명히 했다. 양측이 언쟁을 벌이는 중 민주당 홍 원내대표의 ‘공수처 관련 기존 입장 유지’ 소식이 전해졌고, 이를 핑계 삼아 의총은 가까스로 결론 없이 마칠 수 있었다. ‘또 바미했다’는 냉소가 나왔다.
바른정당계 리더인 유승민 전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최종 합의도 없이 바보같이 의총을 하고 있다. (정의당 등이) 자기들 이익만 생각하는 데에 우리가 놀아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손 대표 사퇴론에 패스스트랙을 놓고 벌인 사생결단식 내분까지 겹치면서 바른미래당은 존속 여부를 장담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 양측 감정이 고조되면서 ‘이젠 합의 이혼도 어렵게 됐다’는 말이 나온다.
정환보·조형국 기자 botox@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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