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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위안부 합의’ 관련 문건을 공개하라며 외교부를 상대로 낸 항소심에서 법원은 “문건 비공개 결정은 정당하다”며1심 판결을 뒤집었다. 외교관계라는 국익이 정보 공개로 인한 ‘국민 알 권리’보다 우선한다는 판단이다.
18일 서울고법 행정3부(재판장 문용선)는 송기호 변호사가 외교부를 상대로 제기한 한일 위안부 합의 협상문서 정보 비공개처분 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해당 문건이 비공개 대상이 아니라고 본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송 변호사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취지다.
송 변호사는 2015년 12월 한일 양국이 맺은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합의’ 문건 일부 내용을 공개해 달라며 2016년 외교부에 정보공개청구를 신청했다. 송 변호사가 공개를 요구한 문건은 “군의 관여” “성노예” “일본군 위안부”라는 용어가 포함된 한일 국장급 협의 관련 문서였다. 한일 위안부 협의 과정에서 일본 정부가 군과 관헌에 의한 위안부 강제연행 사실을 인정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외교부는 “문건이 공개될 경우 국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며 비공개 결정을 내렸고, 송 변호사는 이를 취소해달라는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정보 공개로 보장되는 위안부 피해자와 일반 국민의 ‘알 권리’가 문건 비공개로 보호될 ‘국익’보다 우선한다고 보았다. 외교부는 “한일 외교 협의는 비공개를 전제로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비공개 원칙을 입증할 자료가 부족하다”고 판단해 양국의 외교관계 손상 우려를 일축했다. 아베 신조 총리가 위안부 합의 이후 공식 석상에서 “일본 군과 관헌에 의한 위안부 강제 연행을 입증하는 자료는 없다”고 하는 등 합의 내용 일부를 이미 공개한 사실도 들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1심과 달리 ‘국익’을 우선하는 판단을 내놨다. 재판부는 송 변호사가 요청한 문건은 “외교관계에 관한 사항으로, 공개될 경우 국익을 해칠 수 있는 정보”라고 보았다. 재판부는 아베 총리의 발언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그것만으로 정보를 비공개해 국민 이익이 침해되는 것보다 정보 공개로 인한 국익을 해칠 우려가 더 크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위안부 피해가 “인간 존엄성과 인권에 관한 문제임은 분명하다”면서도 문건 공개로 인해 해칠 수 있는 국익에는 미치진 못한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위안부 협의가 비공개를 전제로 진행됐다는 외교부 주장도 받아들였다. 특히 위안부 문제는 “양국의 민감한 사안으로, 협의 일부 내용이 공개됨으로써 전체적인 취지가 왜곡될 수 있다”고도 설명했다. 문건 공개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외교관계 손상 우려도 전했다. 일본 이외 나라와 협정을 체결할 때 “협상 내용이 공개될 수 있다고 여겨지면 한국의 외교적 신뢰가 하락할 수 있다”는 뜻이다.
송기호 변호사는 “대법원에 상고할 계획”이란 뜻을 즉각 밝혔다. 송 변호사는 “법원은 한일 외교관계를 중요하게 평가한 것 같다. 하지만 위안부 합의 문제는 인간 존엄성의 문제이자 국민 인권 보호라는 국가의 기본적 책무에 관한 것”이라 주장했다. 이어 “위안부 피해자 강제연행이라는 역사적 진실을 일본이 인정하고 사죄와 배상 등 정당한 방법이 이뤄지도록 끝까지 노력할 것”이라 말했다.
2016년 1심 소송을 시작할 당시 함께 뜻을 모았던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는 모두 42명이었다. 그러나 2년여 간 소송이 진행되면서 현재 살아계신 할머니는 21명이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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