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안태현 기자] 김기덕 감독에 대한 #미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1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 5층 정의실에서는 김기덕 감독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홍태화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사무국장, 박건식 MBC ‘PD수첩’ PD, 강혜란 한국여성민우회 공동대표, 배복주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상임대표, 한유림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 전문위원 등이 참석해 김기덕 감독의 행보를 강경 비판했다.
지난 2017년 8월 21일, 김기덕 감독은 영화 ‘뫼비우스’ 촬영 중 감정이입에 필요하다며 여배우 A의 따귀를 때리거나, 사전 협의 없이 베드신 및 남성배우의 성기를 만지게 했다는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 하지만 검찰은 A씨가 고소한 강요, 강제추행 치상,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서는 증거 불충분으로 ‘혐의 없음’ 처분을 내렸고, 폭행 혐의로만 벌금 500만 원에 김기덕 감독을 약식 기소했다.
이러한 와중에 MBC ‘PD수첩’은 지난해 3월, ‘영화감독 김기덕, 거장의 민낯’이라는 부제로 김기덕 감독과 배우 조재현의 촬영 현장 인권 침해 및 성폭력 의혹들에 대해 보도했다. 이에 김기덕 감독은 같은 해 6월, “난 방송에 나온 그런 행동을 한 적이 없다”는 주장과 함께 당시 방송에 출연해 인터뷰에 응했던 여배우 3명과 ‘PD수첩’ 제작진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검찰은 ‘PD수첩’과 여배우들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리면서 사건은 일단락됐다. 물론, 논란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여전히 논란의 불씨가 남아있는 상황에서 일본 유바리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 측이 김기덕 감독의 23번째 장편 ‘인간, 공간, 시간 그리고 인간’을 개막작에 선정했다는 소식을 지난 2월 8일 전한 것. 이에 한국여성민우회 여성연예인인권지원센터(이하 여성민우회)는 영화제 측에 거센 항의의 뜻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에 김기덕 감독은 지난 2월 12일 서울서부지방법원에 여성민우회가 자신을 ‘성폭력 범죄자’로 낙인 찍히게 만들었다며 3억 원 상당의 손해배상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더불어 이러한 논란 이후에 김기덕 감독이 모스크바 국제 영화제 경쟁부문 심사위원장을 맡았다는 소식까지 전해졌다. 당연히 피해자들의 억장은 무너져내렸다.
여기에 김기덕 감독은 지금까지 무려 13억 원에 달하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이어오고 있다. 여성민우회에 대해 3억 원, 피해자와 ‘PD수첩’을 상대로 10억 원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한 것. 이에 배복주 전국성폭력상담협회 상임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기덕 감독이) 만약 명예 회복을 위해 역고소를 통한 출구를 찾고 있다면 그 출구의 끝은 더 큰 부끄러움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한유림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 전문위원은 “당초 이 자리에 피해자 A가 입장문을 발표하려고 했다. 그러나 오랜 법정싸움으로 건강이 좋지 않았는데 새로운 손해배상 소송으로 다시 병원에 입원해야할 정도로 몸이 안 좋아졌다”며 김기덕 감독의 계속되는 무리한 소송 제기에 피해자들이 2차 피해를 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처럼 피해자들은 끊임없이 언론을 통해 소통하며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한다. 하지만 김기덕 감독은 오로지 법적인 소송으로만 해당 사건을 이끌어가고 있다. 언론에 명확한 자기 의사 표현도 없었다. 지난해 초 검찰, 연극계, 영화계, 가요계, 방송계를 넘어 사회 전반을 흔들어놓았던 #MeToo(미투) 운동. 하지만 미투 운동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김기덕 감독의 사안만 놓고 봤을 때도 여전히 #미투의 싸움은 지속되고 있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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