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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브렉시트' 영국의 EU 탈퇴

이제는 놀랍지도 않은 브렉시트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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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의논하기 위한 지난 10일(현지시간) 브뤼셀 EU 특별정상회의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오른쪽부터)와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자비에 베텔 룩셈부르크 총리,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머리를 맞대고 있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11일 브렉시트 기한을 오는 10월 31일까지로 연기하기로 했다. /사진=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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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꺼풀 벗긴 글로벌 이슈-203]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의미하는 브렉시트에 대한 대중의 피로도가 높아지고 있다. 영국 의회가 대안 없이 EU와 합의안을 계속 거부하면서 브렉시트를 계속 연기한 탓이다. EU와 영국은 작년 11월 영국의 EU 탈퇴 조건을 담은 브렉시트 합의문을 타결했으나 영국 하원이 세 차례나 브렉시트 합의문 승인 투표를 부결시켰다. EU 정상들은 지난달 29일 예정됐던 브렉시트 시한을 4월 12일로 1차 연기했지만, 교착상태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지난 11일 또다시 오는 10월 31일로 장기간 연기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10월 말까지 시간을 벌었지만 영국 의회 태도는 나아지지 않고 있다. 가디언에 따르면 메이 총리는 EU와 긴급 정상회담을 마친 11일 하원에서 "영국을 마비시킨 브렉시트 위기가 유럽 지도자들에게도 불안감을 줬다"며 "우리는 이를 해결할 의무가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 같은 메이 총리 호소는 집권 보수당 내 강경 브렉시트를 지지하는 의원을 중심으로 한 영국 정치권을 만족시킬 수 없었다. 메이 총리는 교착상태를 풀기 위해 같은 당내 반대 세력과 합의 대신 1야당인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대표와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당이 요구하는 EU 관세동맹 잔류와 제2 브렉시트 국민투표 등을 메이 총리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해결점이 보이지 않고 있다고 BBC가 전했다.

오는 21일 부활절을 앞두고 영국 의회가 12일부터 23일까지 휴회에 들어간 영국 정계에 또 다른 변수가 생겼다. 극우 정당 영국독립당 대표를 지냈던 나이절 패라지가 신당인 '브렉시트당'을 창당했기 때문이다. 가디언은 "브렉시트당이 다음달 유럽의회 선거에서 의미 있는 의석수를 획득할 수 있다"며 "브렉시트당이 집권 보수당에 상처를 입힐 것"이라고 전망했다. 브렉시트를 적극 지지하는 노선을 밝히고 있는 브렉시트당은 보수당에서 메이 총리에게 불만을 가진 의원들을 영입하려 애쓰고 있다.

이러한 영국 정치권 모습에 EU는 또다시 브렉시트 연기를 시사하는 발언을 내놨다.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16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의 유럽의회에서 열린 브렉시트 토론에 출석해 "나를 포함해 도버해협 양쪽에 있는 모든 사람이 브렉시트에 대해 지쳐 있다"면서도 "이것이 '그만 끝내자'라고 말할 수 있는 변명이 되지 못한다"고 말했다고 인디펜던트가 전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투스크 의장과 함께 유럽의회에 출석한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도 "영국이 어떤 길을 택할지에 대한 대답은 런던에서 와야 한다"며 "우리(EU)는 우리 회원국을 발로 차서 쫓아내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영국 의회의 선택에 따라 브렉시트 시한이 더 늦춰질 수 있음을 밝힌 셈이다.

EU 지도부 의견과 달리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은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하면서 "브렉시트를 10년이나 질질 끌 수 없다"면서 연장 불가론을 주장했다. 마스 장관 발언은 지난 10일 EU 정상회의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입장과 대비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당시 메르켈 총리는 6월 말까지만 연장해줄 수 있다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 맞서 영국에 충분한 시간을 부여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와 관련해 FT는 영국이 브렉시트에 대한 결정을 내리는 데 실패하면 메르켈 총리 역시 프랑스와 뜻을 같이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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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하원이 지난달 29일 예정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연기하기로 결정한 지난달 14일 런던의 영국 하원 밖에서 EU기가 걸려 있다.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이날 "그러한(영국의 브렉시트 연기) 요구를 고려하는 것은 회원국들의 몫"이라고 말했다. /사진=신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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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문제의 최대 쟁점은 브렉시트 이후 EU 회원국인 아일랜드와 영국 영토인 북아일랜드 간 국경 문제다. EU와 영국은 아일랜드·북아일랜드 국경에서 '하드보더(국경 통과 시 통행·통관 절차를 엄격히 적용하는 것)'를 피하기 위해 당분간 영국 전체를 EU 관세동맹에 잔류하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했으나 영국 의회 내 브렉시트 강경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안전장치가 있는 한 완전한 브렉시트가 아니라며 반대하고 있다.

브렉시트를 둘러싼 혼란이 이어지면서 영국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들이 영국을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이는 곧 영국민들의 일자리 감소로 이어진다. 이를 막기 위해 제러미 헌트 영국 외무부 장관은 일본을 방문해 브렉시트 불안정 탓에 영국에서 철수를 고려하고 있는 도요타자동차의 하야카와 시게루 부회장을 만나 잔류를 요청했다고 16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도요타는 지난 3월 노딜 브렉시트가 발생한다면 2023년 이후 영국에서 철수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BBC에 따르면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브렉시트 불확실성이 계속해서 길어지는 것은 영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브렉시트 장기화가 영국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에 대해 우려했다.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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