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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이슈 국민연금 개편과 미래

[신성식의 레츠 고 9988] 뒤늦게 국민연금 보험료 내는 여성 급증, 남성의 2.2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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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추납 집계해보니

2017~18년 신청 치솟아

보험료 최소구간 절반 몰려

“저소득층 위해 문턱 낮춰야”

중앙일보

2016년 말 전업주부가 연금 보험료를 추후에 낼 수 있게 되자 신청자가 급증한다. 여성이 훨씬 많다. 지난해 말 연금공단 서울 종로중구지사에서 한 가입자가 상담받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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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1월 무소득 배우자(일명 경력단절자)가 과거 국민연금 보험료를 뒤늦게 낼 수 있게 길이 열린 뒤 여성 가입자가 급증하고 있다. 무소득 배우자는 남편이나 아내가 국민연금에 가입했고 본인은 전업주부인 사람을 말한다.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아도 되는 ‘적용제외자’이다. 2016년 10월까지 종전에 안 낸 보험료를 추후 납부(추납)할 수 없었다.

17일 국민연금공단이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연금 보험료 추납 신청자가 지난해 12만1080명이었다. 연금공단 이승춘 보험료지원부장은 “대개 추납은 연금수령 연령(만 62세)에 도달했을 때 신청하는 경우가 많다. 그때까지 미루다 연금을 받을 무렵에 무리해서라도 추납한다”며 “2018년은 연금수령 연령이 61세에서 62세로 넘어가는 해라서 신규 수령자가 매우 적게 마련인데도 추납 신청자가 12만 명을 넘었다”고 말했다.

그 이유는 2016년 11월 전업주부 추납 허용 조처 때문이다. 그동안 ‘추납 사각지대’에 있던 전업주부가 2017, 2018년 대거 신청했다. 이승춘 부장은 “올 1~2월 추납 신청자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많다”고 말했다.

지난해 신청자 중 여성이 8만3144명으로 남성의 2.2배에 달한다. 2017년은 1.9배다. 전업주부의 대다수가 여성이다 보니 이들이 대거 추납 대열에 합류했다. 여성의 노후 사각지대를 메우는 데 크게 기여했다. 2015년까지 남성이 여성보다 많았다. 서울 구로구에 거주하는 전업주부 A(58)씨는 지난해 1월 99년~2015년 1월의 190개월 치 보험료를 추후 납부했다. 이 덕분에 그녀는 월 연금이 26만8000원에서 62만7000원으로 오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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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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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에게도 추납은 연금 사각지대를 메우는 데 도움이 된다. 서울 구로구 이경우(60)씨는 여러 차례 사업이 실패하고 짧게 직장생활을 하면서 7년 치 연금 보험료만 냈다. 연금을 받으려면 최소 10년 내야 한다. 국민연금공단에 문의했더니 4년 치 보험료를 추납할 길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또 90년대에 일시금으로 탄 400만원을 반납해도 된다고 했다. 이씨는 “사정을 봐서 반납과 추납을 다 할 생각이다. 그러면 월 30만원 대의 국민연금을 받게 된다”며 “낸 돈보다 최소한 두 배 이상의 연금을 받게 돼 어떡하든 채워 넣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전업주부가 추납하려면 월 소득을 100만원 이상으로 신고하고 최소한 월 9만원의 보험료를 내야 한다. 본인이 정할 수 있는데 최고 26만1100원을 넘어서는 안 된다. 국민연금은 수익비(노후연금 총액÷총보험료)는 최고 7.9배다.

이경우씨처럼 10년을 못 채웠거나 연금가입기간을 늘려서 연금액수를 늘리려면 추납을 최대한 활용하는 게 좋다. 그렇지만 목돈을 한꺼번에 내는 게 부담스럽다. 그래서 월 소득을 100만원으로 신고하고 최소 보험료 9만원을 내는 사람이 가장 많다. 지난해 추납 신청자의 55%가 여기에 몰려 있다. 여성은 58%, 남성은 50%이다. 상대적으로 여성이 여유가 없어서 더 많다.

서울의 25개 구 중 지난해 추납 신청자가 가장 많은 데는 송파구(2229명)다. 인구가 많아서 추납 신청자도 많다. 강서구가 1787명, 노원구가 1702명, 은평구가 1553명으로 많은 편이다. 상대적으로 부유한 동네인 강남구는 1269명, 서초구는 980명이다. 부촌이라고 해서 추납 신청자가 반드시 많은 건 아니다.

지난해 신청자는 경기가 3만1232명으로 가장 많다. 서울이 2만8240명으로 다음이다. 부산 9046명, 경남 6581명이다. 전남·제주·울산·세종은 적은 편이다.

최소 보험료 9만원이 너무 높다는 지적도 있다. 보건복지부는 2016년 최소 보험료를 절반으로 낮추는 법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으나 정부 부처 사이에 의견이 맞지 않아 없던 일이 됐다. 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정춘숙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그해 8월 최소 보험료를 월 2만4300원으로 낮추는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되지 않고 있다.

정 의원실 박상현 비서관은 “2016년 법률 개정으로 전업주부의 노후 복지 향상에 도움이 됐다”면서 “다만 최소 보험료 문턱을 대폭 낮춰야 저소득층, 특히 여성이 추납 제도를 활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이스란 국민연금정책과장은 “최소 보험료를 더 낮추면 국민연금 기금 지출이 커지고, 저연금을 받는 사람을 늘릴 수 있기 때문에 지금은 최소 보험료를 낮출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추납제도
실직·사업실패 등으로 납부예외를 인정받았거나 전업주부로 있던 기간에 안 낸 보험료를 나중에 내는 제도. 일시불로 내거나 60회 분납할 수 있다. 추납 시점의 소득대체율(생애평균소득 대비 노후연금의 비율, 올해 44.5%)을 적용한다. 대체율이 2028년까지 40%로 떨어지게 돼 있어서 빨리 추납할수록 유리하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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