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은 고객 상담실 상담원과의 통화 연결음에도 ‘고객님의 존중과 배려에 저희 상담원은 오늘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는 코멘트를 넣어 고객들의 배려 유도에 나섰다.
유통업계가 ‘갑질 고객’에 당하는 감정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팔을 걷어 부쳤다. 지금까지는 ‘손님은 왕’이라는 명목 하에 친절만 강요해왔지만 이른바 ‘악덕소비자(블랙컨슈머)’의 횡포가 도를 넘자 이에 맞설 수 있도록 분위기를 전환하고 있다.
이혁 현대백화점 영업전략담당 상무는 “고객에 대해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백화점의 기본이지만 이를 악용하려는 소비자에게는 백화점이 나서서 협력사원과 직원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라며 “앞으로도 고객과 직원을 함께 케어할 수 있는 다양한 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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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북 주요 내용으로는 ▲양자(고객과 직원)케어 행동요령에 입각해 문제 해결 ▲폭행·폭언·위협적인 행동·성희롱 등 주요 사례별 응대 방법 ▲고객상담실에 사전녹음안내시스템 설치 ▲폭언·성희롱 등 위협 시 상담원의 선제적인 통화 종료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홍주의 신세계백화점 홍보팀장은 “가이드북은 문제 행동을 일으키는 소비자의 실제 사례를 분석해 만들어졌다”며 “고객의 위법 행동 시 적용할 법률 조항 및 법적 처리 절차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국내 화장품 업체 LG생활건강 역시 “마음에 들지 않는다”, “새것으로 교환이나 환불해달라” 등 고의적으로 악성 민원을 제기하는 고객에 대해 자체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처리하고 있다. LG생건 관계자는 “오배송이나 고객의 단순 변심, 착오 구매의 경우 상품을 개봉하지 않았을 때에 한해 1~3개월까지 정해진 기간 안에서만 청약 철회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모든 업체가 대형 유통업체처럼 갑질 고객에 발빠르게 대처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온라인을 통해 물건을 판매하는 영세 사업자에게 자체적인 고객 대응 매뉴얼 마련은 그저 ‘그림의 떡’이다.
인터넷을 통해 핸드메이드 수예용품을 파는 ‘스티치아트’ 사업자 A씨(36·서울 동작구 상도동)는 “백화점과 달리 우리 같은 영세업자에게는 (고객에 대한) 방대한 데이터가 없다”며 “고객을 강제할 수 있는 매뉴얼을 마련하고는 있지만 고객 하나하나가 중요한 입장에서 법적인 수단이 없으면 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털어놨다.
이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김경진 의원(광주 북구갑)은 악성 민원제기 소비자에 대해 법률적·체계적인 대응이 특히 취약한 온라인쇼핑몰 사업자를 보호하기 위해 법안 마련에 나섰다.
김 의원실은 지난 1월 통신 판매로 상품을 구매한 소비자가 청약철회 등을 한 경우 일정 기간 이내에 반품을 하도록 하는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김 의원실에 따르면 현행법상 소비자는 구매한 재화에 대해 청약철회 등을 할 경우 일정 기간 이내에 반환해야 할 의무가 없다. 문제는 의류제품이나 계절상품 등 특정 품목은 장기간이 지난 후 반품될 경우 상품의 가치가 현저히 하락해 재판매가 힘들다는 점이다.
이에 이번 개정안에는 소비자가 ‘청약철회 등을 한 날로부터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간 이내에’ 반환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김경진 의원은 “대응 매뉴얼이 갖춰진 기업들과 달리 영세 온라인 쇼핑몰의 경우 소수의 악덕소비자 갑질만으로도 매출에 직격탄을 맞는다”며 “이번 개정안을 통해 상품의 가치를 하락시키는 반품을 제한해 악덕소비자의 갑질로부터 영세 자영업자를 보호할 것”이라고 개정안 발의 취지를 설명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온라인 쇼핑몰 운영자들은 해당 개정안으론 역부족이라고 입을 모은다.
가죽공방 온라인쇼핑몰을 운영하는 김연하(45·서울 구로구 개봉동) 씨는 “반환 기간 하나만 갖고는 한계가 많다”며 “반환으로 인한 상품가치 하락보다 오히려 이미 받은 시점으로부터 그 상품은 가치가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고객들은 택배사의 실수도 모두 판매자에 책임을 돌리며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훨씬 많다”며 “일단 상품이 주문 완료라고 뜬 시점부터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거나 사업자가 정한 규칙이 소비자에게 통하도록 하는 등 좀 더 종합적인 대책이 함께 이뤄져야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건국대학교 이승신 소비자정보학과 교수는 “법안은 아무래도 약자의 위치에 있는 소비자 입장을 충분히 고려해 접근해야 하지만 악덕소비자로 인한 피해는 결국 다시 소비자 비용 부담으로 이어진다”며 “(김경진 의원실 등 입법기관은) 청약 철회 기간뿐만 아니라 중간 유통 과정, 플랫폼 시스템 등에서 파생되는 다양한 애로사항과 의견들을 수렴해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kintakunte87@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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