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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동아시아 영토·영해 분쟁

중일 관계개선 속 화웨이ㆍ센카쿠ㆍ식품 수입은 이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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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WTO 패소로 中 수입규제 철폐 요구 스텝 꼬여

한국일보

고노 다로(왼쪽) 일본 외무장관과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15일 베이징 조어대에서 외교장관 회담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베이징=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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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일본이 고위급 경제대화와 외무장관 회담을 열며 관계개선 무드를 강조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화웨이 배제와 동중국해 영유권을 둘러싼 갈등이 여전하다. 게다가 예상치 못한 세계무역기구(WTO)의 한국 손들어주기로 중국의 후쿠시마(福島) 주변산 수산물 수입규제와 관련해서도 거리를 좁히지 못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16일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지난 14일 중일 고위급 경제대화에서 차세대 통신규격인 5G사업 입찰과 관련해 ‘특정 중국기업을 배제하지 말라’고 강력히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를 배제하는 문제를 집중 거론한 것으로, 일본 측 참석자는 “중국의 관심은 오로지 화웨이였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눈치를 보는 일본은 지난해 12월 화웨이 등 중국기업의 통신설비를 정부 부처에서 사용하지 못하도록 방침을 정했다. 안보상 위험이 있는 통신기기는 정부 부처에 조달하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 및 미국 의회가 정부기관이 화웨이 등 5곳의 중국기업 제품 사용을 금지하는 국방수권법안을 통과시킨 뒤 일본 등 동맹국에 동참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장관은 “일본 정부가 특정 중국기업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다”고 답했으나, 왕 부장은 “(일본 통신업체인) NTT도코모가 지금까지 중국과 5G 이동통신 공동연구를 해오지 않았느냐”고 거듭 요구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중일관계 개선에도 통상문제는 미중 간 마찰과 얽혀있어 새로운 불씨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센카쿠(尖閣ㆍ중국명 댜오위다오)열도 영유권 분쟁을 포함한 동중국해 문제도 여전히 갈등의 불씨다. 고노 외무장관은 전날 왕 부장과의 외무장관 회담에서 “진정한 의미에서 중일관계를 안정시키려면 동중국해에서 중국의 전향적 행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센카쿠열도 주변 중국 당국의 선박활동 자제를 요청한 것이다. 그러나 일본 측 요청을 무시하듯이 중국 해경선 4척은 이날 오전 센카쿠열도 주변 일본 접속수역을 침범했다.

고노 장관은 또 중국 측에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 폭발사고에 따른 중국의 일본산 식품 수입규제 철폐ㆍ완화를 요구했다. 왕 부장은 “과학적 근거에 따라 대응하겠다”고만 답했다. 전날 중국으로부터 2001년 광우병 발생 이후 중단된 일본산 쇠고기 수입재개 합의를 얻어냈다. 그러나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중단된 농수산물에 대한 수입규제에 대해선 양보를 얻어내지 못했다. 일본은 당초 한국의 자국산 수산물 수입규제와 관련해 WTO 승소 판정을 받은 뒤, 이를 근거로 수입규제 철폐를 강하게 요구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WTO 패소 판정으로 스텝이 꼬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이러한 입장 차에도 양국은 지난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방중 이후 관계 개선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미국의 글로벌 무역전쟁에 맞서 양국 간 전략적인 타협의 필요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양국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6월 오사카(大阪)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중일 정상회담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시 주석의 일본 방문은 취임 이후 처음이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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