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이 오지 않았으면…진산규명 통해 떳떳한 부모 되고파"
'찬호 아빠'·'유민 아빠' 등 "책임자 처벌·진상규명 시급" 한목소리
'너에게 닿는다' |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세월호 참사는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책임자 처벌, 진상 규명, 그리고 안전사회 건설까지. 희생된 아이들이 우리 사회에 던진 크나큰 메시지입니다."
전명선 4·16 세월호가족협의회 전 운영위원장은 16일 연합뉴스와 한 통화에서 세월호 참사 이후 5년간의 세월을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안산 단원고 2학년 7반 '찬호 아빠'로, 또 가족들을 대표해 오랜 기간 진상 규명을 위해 목소리를 높였던 그는 "아직 밝혀진 것도, 국민에게 정확히 알려진 것도 많지 않다"고 말했다.
전 전 위원장은 "국가의 첫 번째 의무는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인데 박근혜 정권에서는 이를 완전히 어겼다"면서 "벌써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도 5년이 흘렀지만, 가족들이 납득할 만한 수준의 진상은 밝혀진 게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1기 강제 해산, 국군기무사령부(현 군사안보지원사령부)의 세월호 유족 사찰 의혹 등을 언급하며 "(이전 정권은) 가족들을 고립시켰고 유족들을 '적'으로 간주해왔다"고 비판했다.
이어 "사람의 목숨, 인간의 존엄성보다 돈·권력을 중시한 기업, 사회가 만든 세월호 사고는 명백한 사회적 참사"라면서 "이 같은 참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게 남아 있는 부모들의 사명이자 과제"라고 말했다.
다른 가족들 역시 '2014년 4월 16일'을 반복해서 맞을 수밖에 없는 슬픔이 컸다.
'영석 아빠' 오병환 씨는 "세월은 가는데 우리 가족들은 2014년 4월에 멈춰있다. 봄꽃이 필 때마다 가족들은 여전히 아프다"며 세월호 참사 5주기를 맞는 착잡함을 드러냈다.
'세월호, 끝나지 않은' |
오씨는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에 매진하는 이유는 나중에 아들을 만나 부끄럽지 않을 아버지가 되기 위해서"라며 "진상 규명이 돼야 제대로 된 추모도 할 텐데 항상 미안한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 일찍부터 딸을 만나고 왔다는 '유민 아빠' 김영오 씨는 "4월이 다가오는 게 매번 어렵고 싫다. 가족들 모두 마찬가지겠지만 4월이 없으면 좋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가족들은 지난 5년간의 노력이 있었지만 나아갈 길이 더 많다고 입을 모았다. 세월호 참사를 둘러싼 '싸움'은 여전히 계속된다는 뜻에서다.
오씨는 전날 세월호 참사 책임자 명단이 1차로 공개된 것과 관련해 "한 명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처벌받지 않았다. 공소 시효까지 시간이 많지 않은 만큼 재수사와 책임자 처벌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김씨는 "지금까지 대한민국에서는 수많은 참사가 있었지만 책임자가 처벌된 경우는 없었다"면서 "안전, 생명 등 모든 문제가 걸린 세월호 참사만큼은 실무자가 아닌 책임자가 처벌돼야 한다는 게 가족들의 염원"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가족들은 전날 자유한국당 차명진 전 의원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을 두고 불편함을 드러냈다.
정치권에 따르면 차 전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세월호 유가족들. 자식의 죽음에 대한 세간의 동병상련을 회 처먹고, 찜 쪄먹고, 그것도 모자라 뼈까지 발라 먹고 진짜 징하게 해 처먹는다"고 썼다. 이 글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김영오 씨는 "어린 자식이 죽어서 억울하고, 이유 없이 죽어서 더 억울해 진상 규명을 해달라는 건데 어떻게 공인으로서 그런 말을 할 수 있냐"면서 "세월호 관련 증거 인멸, 조작 등이 하나씩 드러나는데도 저런 말을 하니 울화통이 치민다"고 털어놨다.
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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