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주주총회가 열리고 있는 서울 강서구 아시아나항공 본관 로비에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 아시아나항공의 최대 불안 요인이었던 1조원 규모 사채 조기 상환 트리거(방아쇠)에 일단 안전장치가 채워졌다. 금호아시아나가 채권단에 아시아나항공 즉시 매각 의사를 밝히면서 신용평가회사들이 신용등급 하향 여부 결정을 미루기로 했기 때문이다. 인수 작업의 성패가 드러날 때까지 기다려보겠다는 것이다.
16일 나이스신용평가 관계자는 "M&A(인수·합병) 절차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등급 하향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만약 M&A가 실패한다면 등급을 하향해야겠지만 어떻게 될 지 모르는 상황에서 결정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한국신용평가 역시 마찬가지 입장이다.
이 두 곳의 신용평가사들은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감사의견이 한정으로 나오자 지난달 22일 각각 신용등급 하향 검토 등급 감시 대상에 올렸다. 대상에 등재하면 3개월 내에 하향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데, 이번에는 M&A 추진이라는 환경 변화가 생겼으므로 3개월 단위로 연장하면서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아시아나항공은 금융기관 차입이나 어음 외에 자산유동화증권(ABS) 등으로 1조원 넘는 자금을 조달했는데 신용등급 하향 조정 시 조기 상환한다는 조건이 걸려 있다. M&A 추진 중에 이런 트리거가 작동될 경우 아시아나항공의 유동성이 급격히 악화돼 인수자를 찾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할 수밖에 없다.
M&A 과정은 6개월 이상 소요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기업 규모를 봤을 때 매각 주관사 선정부터 예비입찰, 실사, 본입찰, 최종 실사 등 절차를 거치려면 6개월은 더 걸리지 않겠느냐"면서 "채권단이 지원하는 자금은 그 과정동안 필요한 자금을 충당하는 일종의 브릿지론 성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용등급은 트리거 조건이 아니라도 유동성 확보의 핵심이다. 시장 신뢰만 회복되면 보다 값싼 비용으로 자금을 융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M&A의 성공 여부가 결정적이다. 2012년 대한통운이 금호그룹에서 CJ그룹으로 매각되면서 신용등급이 두 단계나 상향 조정된 바 있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채권단과의 양해각서(MOU) 체결은 기본이고 향후 인수자가 나서 어떤 조건으로 유상증자를 할 지를 계속 살펴봐야 한다"면서 "인수자가 아예 없을 가능성은 낮다고 보지만 금호 측이 매각 가격을 어떻게 책정하느냐에 따라 어려워질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변수가 너무 많다"고 말했다.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