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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이슈 '브렉시트' 영국의 EU 탈퇴

또 연기된 브렉시트…이번엔 `핼러윈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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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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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과 유럽연합(EU) 정상들이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시한을 오는 10월 31일까지 연장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10월 31일은 귀신 복장을 하고 축제를 즐기는 서구 전통 풍습인 핼러윈데이다. 이에 따라 '핼러윈 브렉시트'가 이뤄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탈퇴 조건에 대한 합의 없이 자동으로 EU에서 나가게 되는 '노딜' 브렉시트 시한을 불과 하루 앞둔 11일(현지시간)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 영국을 제외한 EU 27개 회원국 정상들이 벨기에 브뤼셀에서 진행된 EU 특별정상회의에서 이 같은 연장안에 합의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이번 연장안은 정해진 시한인 10월 말 전이라도 영국 의회가 브렉시트 합의안을 통과시키면 즉시 EU를 탈퇴할 수 있는 '탄력적 연장안'이다. 다만 다음달 23일에 예정된 유럽의회 선거 전까지 영국 의회가 합의안을 통과시키지 못하면 영국은 유럽의회 선거에 의무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아울러 영국이 EU 회원국으로서 의무를 다하고 있는지 6월 21일 EU 정상회의에서 평가할 예정이다. 영국이 유럽의회 선거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6월 1일 영국은 EU를 떠나야 한다. 영국이 선거 참여 의무를 저버리면 노딜 브렉시트 위기에 처하는 셈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영국과 EU가 브렉시트 시한을 10월 말까지 연기하기로 합의한 뒤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오늘 합의는 영국에 가능한 한 최선의 해법을 찾을 시간을 주기 위한 것"이라며 "영국은 제발 시간을 허비하지 말라"고 말했다.

투스크 의장과 함께 회견장에 나온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회 위원장은 노딜 브렉시트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융커 위원장은 "합의 없이 이뤄지는 하드 브렉시트가 엄청난 재앙이라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다"며 "그러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영국은 유럽의회 선거에 참여하게 될 것"이라며 "그것은 조금 이상해 보일 수 있지만 규칙은 규칙"이라고 밝혀 영국에 유럽의회 선거 참여를 압박했다.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 추가 연기에도 불구하고 가능한 한 빨리 영국의 EU 탈퇴를 이끌어내겠다고 밝혔다. 그는 "의회가 합의안을 통과시킨다면 유럽의회 선거에 참여하지 않고 5월 22일에라도 EU를 떠나면 된다"고 주장했다. 브렉시트 교착상태의 원인을 의회에 돌린 것이다. 다만 메이 총리는 합의안이 통과되기 전까지는 영국이 EU 회원국으로서 권리를 행사하고 의무를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EU 특별정상회의는 메이 총리가 브렉시트 시기를 12일에서 6월 30일까지 연기해 달라고 요청한 데 따라 마련됐다. 브렉시트 기한은 애초 3월 29일이었으나, 지난달 EU 정상회의에서 12일로 한 차례 연기된 데 이어 이번에 추가로 연기된 것이다. 전날 오후 6시에 시작된 회의는 연기 기한을 놓고 회원국 간 이견으로 극심한 진통을 겪었다.

대다수 EU 회원국은 연말 혹은 2020년 3월까지 장기 연기안을 지지했지만 프랑스가 강력히 반발하면서 합의를 도출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6월 30일까지 시한을 연장해 달라는 메이 총리 요청을 받아들여야 한다"며 "그 이상의 장기 연장은 EU의 통합을 저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질서 있는 브렉시트를 위해 영국에 합리적인 시간을 줘야 한다"며 장기 연기에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마크롱 대통령의 이 같은 태도를 두고 EU 관계자들은 비난했다. 한 EU 외교관은 로이터통신에 "프랑스는 자신들이 얼마나 중요한 권력이 있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폼을 잡는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EU 외교관은 텔레그래프에 "마크롱 대통령은 브렉시트 문제에 대한 합리적인 접근을 하기보다는 메르켈 총리와의 위상 격차를 해소하는 데 힘쓰는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결국 8시간 마라톤 회의 끝에 마크롱 대통령 주장과 연말까지 연기의 중간 정도로 합의를 본 셈이다. 새로운 데드라인인 10월 31일은 당초 영국이 요구한 6월 30일보다 4개월 더 길어졌다.

이제 공은 다시 영국으로 넘어갔다. 메이 총리는 이날 회담을 마친 뒤 곧바로 영국으로 돌아가 제1야당인 노동당과의 협상 등 의회 설득에 나설 계획이다. 문제는 보수당 내 브렉시트 강경파의 반발이다. 유럽의회 선거에 참여하게 되면 영국이 계속 EU에 묶일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EU 특별정상회의가 열리는 동안 보수당 평의원 모임인 '1922 위원회'에서는 메이 총리의 거취 문제를 놓고 긴 회의를 했다고 텔레그래프가 전했다.

브렉시트 시한 연기에 합의한 직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에 "EU가 영국과 브렉시트에 대해 그렇게 강경한 태도를 취하다니 유감"이라고 남겼다. 미국 의회 전문지 더힐은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EU가 영국과 브렉시트 기한 연장에 합의한 후 몇 시간 만에 트윗을 통해 '한탄했다'"고 보도했다.

[김덕식 기자 / 문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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