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등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은 11일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제출한 자구계획에 실질적 방안이 없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미흡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산업은행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은 전날 회의를 소집하고 금호그룹이 제시한 자구계획에 대해 논의했다. 금호그룹은 아시아나항공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박삼구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의 금호고속 지분 전량을 담보로 맡기고 아시아나항공 자회사 등 여러 자산을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그 대신 5000억원의 긴급자금을 지원하고 경영정상화를 위해 3년의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다.
채권단은 이 같은 금호그룹의 요청에 대해 "미흡하다"는 결론을 냈다. 산업은행은 "채권단은 금호측의 자구계획에 대해 사재출연 또는 유상증자 등 실질적 방안이 없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미흡하다고 판단했다"며 "5000억원을 지원한다 하더라도 시장 조달의 불확실성으로 향후 채권단의 추가 자금부담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는 부정적 입장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산업은행은 이 같은 채권단 회의 결과를 금호그룹에 전달하고, 이후 채권단과 긴밀히 협의해 향후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금호그룹의 자구계획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내놨다. 최 위원장은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퇴진하겠다고 하더니 또 3년의 기회를 달라는 게 어떤 의미인지 잘 봐야 한다"며 "박 회장이 물러나면 아들이 경영을 한다는데 아들은 뭐가 다른지 이런 것도 감안해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채권단이 금호그룹 대주주의 재기가 아닌 아시아나항공이라는 회사를 살리기 위한 기준에서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과 채권단이 모두 금호그룹의 자구계획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면서 금호그룹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서는 박삼구 회장의 퇴진뿐 아니라 오너 일가의 전면적인 일선 후퇴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최 위원장이 박 회장의 아들인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의 책임을 언급한 것이나 채권단이 '사재출연'을 언급한 것 모두 오너 일가가 보다 확실하게 책임지라는 의미로 볼 수 있다는 게 금융권의 분석이다.
이종현 기자(iu@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