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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고용위기와 한국경제

세금으로 때운 일자리…30·40은 25만개 줄고, 60대 34만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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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취업자가 25만명 늘어나며 2개월 연속 20만명 이상 증가했다.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만들어 낸 일자리가 집중된 업종에서 증가 폭이 컸다. 그러나 양질의 일자리로 평가받는 제조업 일자리는 계속 줄고, 직원을 고용해 월급을 주는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의 감소세가 지속하는 등 ‘고용의 질(質)’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중앙일보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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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이 10일 발표한 ‘3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취업자는 2680만5000명으로 작년보다 25만명 늘어났다. 덕분에 고용률(15세 이상)은 60.4%를 기록해 3월 기준으로 가장 높았다. 실업률도 4.3%로 1년 전보다 0.2%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정부가 지난 2월 노인 일자리 사업을 조기 집행하면서 60대를 중심으로 취업자가 많이 늘어난 덕분으로 분석된다. 실제 60세 이상 취업자는 34만6000명 증가해 통계 작성 이후 역대 두 번째로 증가 폭이 컸다. 이 가운데 65세 이상이 22만명으로 3분의 2를 차지한다. 40대(-16만8000명)와 30대(-8만2000명)에서는 취업자 수가 감소했다. 30ㆍ40대 취업자는 지난 2017년 10월부터 18개월 연속 감소 중이다.

특히 한국 경제의 허리로 불리는 40대의 상황이 계속 안좋다. 인구증감 요인까지 감안한 '고용률'을 보면 40대는 2018년 2월부터 14개월 연속 하락했다. 2008년 12월∼2010년 2월 15개월 연속 하락 이후 가장 긴 내리막이다. 제조업과 숙박 및 음식점업의 임시직에서 나타난 부진 때문이라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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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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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별로는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에서 취업자가 17만2000명 늘었다. 정부가 직접 인력을 채용하거나 세금과 기금에 의존하는 대표적인 공공 일자리로 분류된다. 이 업종은 정부의 단기 일자리 확대 정책으로 올해 1월(17만9000명) 사상 최대 증가 폭을 기록한 뒤 계속 가파른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각종 영농정착지원금 등 귀농ㆍ귀어 지원 사업의 영향을 받은 ‘농림어업’에서도 취업자 수가 7만9000명 증가했다. 이들의 절반가량은 임금을 받지 않고 가족 일손을 돕는 ‘무급(無給) 가족 종사자’인 것으로 파악된다.

반면 급여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아 ‘양질의 직장’으로 꼽히는 제조업에서는 일자리가 10만8000명 줄었다. 지난해 4월 6만8000명 감소한 후 1년째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반도체 업황 부진 영향을 받았다는 게 통계청의 설명이다. 최저임금 인상 충격을 받는 ‘도매 및 소매업’ ‘사업시설관리, 사업지원 및 임대서비스업’에서도 취업자가 각각 2만7000명, 4만2000명 감소했다.

정동욱 통계청 고용동향과장은 "전반적인 고용 사정이 긍정·부정적인 부분이 혼재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 1∼2개월 좀 더 지켜봐야 방향성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청와대가 ‘고용의 질’ 개선의 지표로 삼은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 수는 4개월 연속 줄고 있다. 지난달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7만명이 줄었다. 감소 폭도 지난해 12월 2만6000명, 올 1월 4만9000명, 2월 5만명 등 갈수록 커지고 있다. 반면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지난달 5만9000명이 늘면서 2개월 연속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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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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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그간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일자리가 타격을 입었다면 직원에게 월급을 줘야하는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가 폐업해 수가 줄어들거나,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가 늘어나야 한다고 설명해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8월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영상 축사에서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의 증가세를 고용의 질이 개선되고 있다는 근거로 사용했다. 이런 정부의 주장이 맞는다면 최근들어 고용의 질이 되려 나빠지고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일자리가 타격을 받는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것이다.

취업준비생 등을 포함한 ‘사실상 실업자’를 보여주는 ‘확장실업률’(‘고용보조지표3)도 12.6%로 1년 전보다 0.4%포인트 상승했다. 청년층(15∼29세)의 확장실업률은 1.1%포인트 오른 25.1%로 2015년 관련 통계 작성 시작 이후 가장 높았다.

홍남기 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회복 기미가 강화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30~40대와 제조업 부문에서의 취업자 감소에 대해서는 엄중하게 바라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정을 투입해 일자리를 늘리는 것은 지속 가능성에서 한계가 있다"며 "기업이 만드는 민간 일자리가 늘어나야 고용의 질이 개선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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